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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적 신념' 예비군 훈련 거부…대법, 무죄 첫 인정

입력 2021-02-25 17:28 수정 2021-02-25 18:54

"윤리·도덕적 신념도 정당한 거부 사유"
"정당한 사유인지는 법원 판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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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도덕적 신념도 정당한 거부 사유"
"정당한 사유인지는 법원 판단에 맡겨야"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도 처벌할 수 없다는 첫 번째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오늘(25일)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 대법 "진정한 양심이라면…병역 거부 정당"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어릴 적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 밑에서 성장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고, 미군의 민간인 학살 영상을 보고 살인은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병역을 거부할 생각이었으나,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입대했습니다. 제대한 뒤에는 더는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해 10여 차례 훈련을 거부했습니다.

1심과 2심은 A씨가 진정한 양심에 따라 훈련을 거부했다고 인정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린 겁니다.

반면 A씨와 달리,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도 나왔습니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하더라도 신념이 깊고 진실하지 않다면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헌재 "진정한 양심 여부…법원이 판단할 사안"

한편 예비군 훈련 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위헌법률심판에선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향토예비군설치법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향토예비군설치법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재는 오늘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습니다.

A씨 등은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가 헌법을 위반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습니다.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구 향토예비군설치법)〉
'예비군 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헌재는 "A씨 등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에서 심리해 유·무죄 판결을 하면 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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