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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입력 2021-09-16 17:40 수정 2021-09-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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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꽉 쥐고있던 무언가를 하나 더 터뜨린 모양새다. 배우 김무열(40)이 백이면 백 납득할만한 명연기를 펼쳤다.

국내 처음 보이스피싱을 다룬 영화 '보이스(김선·김곡 감독)'에서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본거지의 총책 곽프로 역을 맡아 훨훨 날아다녔다. 데뷔 이래 연기로 혹평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는, 본업 잘하는 배우로 관객들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보였지만 곽프로는 적당선을 뛰어 넘었다. 곽프로에게 쏟아내고 싶은 분노 이상으로 김무열을 향한 칭찬이 먼저 터져 나온다.

극중 곽프로는 한 때 잘나가는 금융권 종사자에서 밑바닥까지 떨어진 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콜센터 기획실 에이스 자리에 올라간 인물로 설정됐다. 젠틀함에서 나오는 비열함, 뱀 같은 처세술과 함께 빛나는 야비함을 김무열은 비주얼과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자답게, 눈을 감고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인물인지 파악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단 한 컷도 삐끗하지 않는다. 단순히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악역, 빌런이라서가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의 연기로 등장인물 중 가장 빛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만들었던 '악인전'에서도 일부 캐릭터적인 연기가 보였지만 곽프로는 다르다. '보이스' 첫 감상평을 "김무열 잘했다. 연기 왜 그렇게 잘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고스란히 담겼다.
 
[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무엇보다 귀에 쏙쏙 박히는 발성이 속터지는 흐름 속 탄산같은 몰입도를 높이고, 실제 그러한 대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는 '쇼타임' '선수입장' 등과 엇비슷한 상황도 김무열은 다른 표현 방식으로 오글거리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나름 그들만의 왕국에서 힘을 가지고 범죄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지만 결국 대단하지 않은, 열등감 덩어리인 내면도 엿보이게 한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대체 왜 그렇게 연기를 잘했냐"는 감상이 질문으로 나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는 공공의 적을 롤로델로 만들어 놓고, 오로지 그것만 향해 달렸다는 김무열은 "모두 날 미워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확고한 목표를 드러냈다. 오랜만에 연기를 너무 잘해 악역임에도 배우가 호감이 된 케이스다.

 
[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씨네+] 욕 먹어 마땅한데…칭찬만 흡수한 '보이스' 김무열
김무열은 "곽프로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장황하게 풀어놔야 이해가 겨우 가는 나쁜놈이었다. 아주 잘나갔던 시절의 본인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콜센터 안에서도 그렇게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던 무의식의 행동들도 보인다. 두 가지가 충돌하다 보니 묘하게 비뚤어져 괴물이 탄생하게 된 것 같다. 밉고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을 극대화 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에 당하는 피해자들을 가지고 놀듯, 언밸런스하면서도 자기 중심적인 편안함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가지고 논 김무열. 올 추석 '보이스'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얼굴을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15일 개봉 후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추석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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