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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며 성희롱 피해 알렸다가 명예훼손 기소...대법서 무죄

입력 2022-01-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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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퇴직하며 자신의 성희롱 피해를 동료들에게 알린 행위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이란 취지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지난 2014년 10월경 B 팀장 등과 술자리를 했습니다. A 씨는 '이 자리에서 B 팀장이 테이블 아래로 손을 잡으며,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또 B 팀장은 당일 밤 A 씨에게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A 씨는 2016년 전보 발령을 받고 사직 의사를 전달한 뒤, 전국 200여개 매장 대표 이메일과 본사 직원 80여명의 회사 이메일로 '성희롱 피해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란 글을 보냈습니다. 이메일에서 A 씨는 성추행 피해가 있었지만, 불이익이 걱정돼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B 팀장이 성희롱 고충 상담 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이런 피해를 겪을 경우 해당 부서가 아니라 각 팀장이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라고 적었습니다.

이후 A 씨는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유부남인 B 씨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더라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성추행,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해도 A씨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데도 메일을 보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시에서 'B 씨의 행위가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A 씨에게 비방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명예를 훼손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메일에서 문제가 되는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은 현재 직장 내 성희롱 고충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B 씨로부터 과거 성추행을 당하고 성희롱적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는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순수한 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B 씨는 술자리에서 부하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성희롱적인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스로 명예훼손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씨가 보낸 이메일은 회사조직과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사"라며 "A 씨는 자신의 성희롱 피해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피해구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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