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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야생동물 카페' 늘어나는데…'지침'은 어디에?

입력 2019-09-0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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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야생동물들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실내 카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물 학대라는 얘기가 늘 나왔지요. 특히 이런 곳들이 계속 많아지는데 관련 규정이 없어서 사육 환경이나 위생 상태가 가게마다 제각각인 것도 문제입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홍대 앞 거리에 라쿤 카페라는 간판이 서 있습니다.

야생동물 라쿤의 모습도 그려져 있는데요.

최근 이렇게 실내 공간에서 야생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카페들이 여럿 생겼습니다.

내부로 가봤습니다.

가운데에만 구조물이 있는 공간에 대형 개와 라쿤 여러 마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라쿤을 보고 만지며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사람 사이에서 계속 벽을 오르려다 미끄러지는 라쿤이 보입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라쿤의 습성 때문입니다.

바닥 구석을 계속 핥는 라쿤도 보입니다.

이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은 우리에 갇힌 동물에게서 종종 나타납니다.

다른 곳은 어떨까.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옥상입니다.

옆 건물을 보면 철망이 보이는데요, 자세히 보면 케이지도 있습니다.

안에는 동물이 있다고 하는데 한 번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최근 한 동물보호단체의 실태 조사에서 상황이 열악하다고 조사된 곳.

먼저 눈에 띈 것은 임신한 동물들입니다.

[카페 관계자 : 고양이는 지금 출산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한 마리 나온 거고요.]

옥상에 나가보니 라쿤이 많습니다.

종업원의 다리에는 긁힌 자국이 선명합니다.

케이지에 있는 라쿤 다섯 마리는 모두 임신 상태라고 알려줍니다.

[카페 관계자 : 임신한 거를 갑작스럽게 알아가지고.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저희가 풀어서 물이랑 해주고 있고요.]

사람이 나가려고 하자 라쿤도 따라 나오려 합니다.

[카페 관계자 : 지금 나가시면 돼요.]

실제 한 마리는 옥상 난간 쪽으로 나가버려 붙잡혀 왔습니다.

다른 동물도 풀이나 흙이 전혀 없는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어떤 동물은 자신의 배설물을 먹기도 합니다.

[이형주/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 실내에서 야생동물의 습성을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야생동물 카페.

미어캣들이 문이 있는 쪽의 유리벽을 계속해서 오갑니다.

미어캣은 땅을 파서 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습성이 있지만, 여기서도 흙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카페 관계자 : 정형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고. 두 번째로는 이제 밥 먹을 시간이에요. 그걸 기다리고 있어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캥거루과의 왈라비도 있습니다.

[카페 관계자 : 사람들하고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사람과 접촉하면서 생기는 위생이나 안전 문제는 없을까.

카페 벽에 동물에게 전염병 예방 주사를 맞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알리는 것이 의무는 아닙니다. 

동물이 사람이 마시던 음료를 엎지르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합니다.

현행법상 동물원은 등록제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동물을 작은 규모로 전시하는 공간에 대한 법은 아직 없습니다.

동물원 외에는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계류 중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야생동물도 훈련을 하면 반려동물처럼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효연/야생동물카페 사장 : 수요가 있는 부분은 확실하거든요. 반려화가 되면 고양이, 개와 다를 바 없다고…]

제대로 된 환경만 갖춰진다면 동물 복지에 더 이롭다고도 주장합니다.

[지효연/야생동물카페 사장 : 자연으로 가서 다시 적응을 하는 건 정말 혹독한 일이거든요. 오히려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실내에서 규제를 정하는 게…]

해외에서는 동물의 종류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 사육해야 하는지를 세세히 정해놨습니다.

동물 학대냐 사람과 동물의 공존이냐.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아직은 이런 논의의 장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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