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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거리 '버려진 땅'으로…미반환 미군기지 가보니

입력 2021-10-14 20:43 수정 2021-10-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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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와 미국이 주한 미군기지를 옮기기로 한 곳들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22곳의 경우 미군은 상당수 빠져나갔는데, 땅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지역의 주변 상권은 황폐화 됐고 새기지를 짓는 비용과 이자로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근평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낮에도 텅빈 거리, 200m 남짓한 거리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대표 미군 기지인 캠프 스탠리 인근입니다.

영어로 된 간판이 한때 번화가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제는 흔적만 남았습니다.

[전외선/양복점 사장 : 하루에 1000불(달러) 정도는 웬만하면 (벌었어요.) 이 조그만 데 1500명 정도 미군들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생업을 접은 상인들은 빈 가게를 창고로 바꿔 임대를 놓고 버팁니다.

이곳 캠프 스탠리는 2019년 초 대부분 병력이 철수했지만 지금도 미군 헬기의 중간 급유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이 일대의 구체적인 개발 계획까지 세워놨지만 정작 이 땅을 언제 돌려받을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경기도 동두천도 가봤습니다.

이곳은 캠프 케이시의 외국인 관광특구 거리입니다.

이태원 부럽지 않을 만큼 미군으로 넘쳐났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문을 닫은 가게가 즐비하고 거리엔 행인 한 명 보이지 않습니다.

이 거리의 상점 220곳 중 50곳이 폐업했습니다.

[강성수/양복점 사장 : (하루 매출이) 없어요. 진짜 거짓말 아니라 없어요. 진짜 힘들어요. 여기 저녁 때 보면 눈물 날 거예요.]

캠프 케이시의 미군 병력이 2만명 가량에서 3,500여 명으로 규모가 줄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2014년 한미 군 당국은 캠프 케이시의 반환 일정을 기약 없이 미뤘습니다.

한강 이북 지역에 미 포병여단이 남아야 한단 이유입니다.

[한종갑/동두천시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 : 2014년 이후 시계가 멈춰서버렸어요. 나중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계획이) 돼야 우리가 개발계획이라도, 희망이라도 가질 것인데 그 자체가 없어요.]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협정 등에 따라 반환이 결정된 80개 미군기지 중 22곳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염된 기지의 정화 비용을 놓고 한미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거나 작전상의 이유를 들며 이전 논의를 시작도 못  한 곳들입니다.

그러는 사이 세금 낭비도 심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평택에 새 미군기지를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반환된 기존 미군기지의 매각 대금으로 이 비용을 충당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기지 반환이 미뤄지면서 우리 정부는 공공자금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이자 비용만 6,000억 원에 가깝습니다.

[김민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미 동맹의 신뢰가 이 자금 문제로 해서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는 거 아닌가. 이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서 빨리 반환받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미군은 사용하지 않는 기지는 가능한 한 신속히 반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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