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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소아 전용 투석' 가능 서울대병원 교수…왜 8월에 떠날까

입력 2024-04-25 14:30 수정 2024-04-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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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사진=서울대학교병원 홈페이지〉

강희경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사진=서울대학교병원 홈페이지〉

서울대병원에서 어린이 신장을 진료하는 둘 뿐인 교수들 모두가 사직서를 내고 떠납니다. 시점은 8월 31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환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소아신장분과는 콩팥 관련 질환을 겪는 18세 미만의 환아들을 돌보는 곳입니다.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 환아 가운데 체중 35kg 미만인 경우, 소아 전용 투석 기계가 필요한데,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전국에서 하나뿐인 소아 전용 투석실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소아 환자 50~60명 중 절반 정도가 서울대병원으로 옵니다.

의대 정원 증원이 이루어진 배경 중 하나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현상입니다. 정부는 필수패키지를 통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 정책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이들까지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 교수와 2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신장분과 교수로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원래 소아신장 교수가 3명이었다가 2명이 됐거든요. 그리고 올해 펠로우(전임의) 선생님이 처음으로 지원하지 않으셔서 없어졌어요. 그래서 제가 제발 "교수 한 명 더 뽑아주세요" 읍소하면서, 저희 소아청소년과 선생님들한테 했던 이야기가 이렇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신장은 우리가 책임진다. 우리 우리가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해 왔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은 환자분들, 다 고생하시던 분들이 오셔서 답을 얻고 어떻게 치료하면 되겠다 계획을 세우고, 그래도 좀 마음이 편해진 상태로 집으로 가실 수 있게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쓸데없는 치료, 고생, 더는 하지 않고 해결하고 가실 수 있는 곳이란 의미이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 왔고 그렇게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고요.
 
그런데 왜 떠나는 건가요?
저는 정말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그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의료가 무너질 텐데, 거기에 일조하고 싶지 않아서 사직하고자 하는 것이고요. 떠나도록 내몰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전공의 선생님들도 그렇게 많이 느꼈을 거로 생각해요. 사실은 (필수 의료 정책과 관련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매우 많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정말 의사들의 의견을 듣기로 하고, 그렇게 해결을 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면, 저는 떠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사람 수만 늘리는 게 (필수과에) 과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법 리스크만 더 없애줘도 상황이 달라질 텐데요. 정부는 사법 리스크 해결에 대한 접근은 뒷전으로 하고 사람 수만 늘리고 있는 거죠. 그리고 사실 몇 명을 뽑는 게 필요하면, 그게 2천 명이든 2만 명이든 뽑아야죠. 그런데 거기에 대한 근거가 없잖아요.
 
8월 31일까지 남아 계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환자분들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으실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서 입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을 전원 시켜 드리는 거고요. 사실은 모든 환자분을 보낼 수는 없어요. 현실적으로 다른 과랑 같이 보는 환자분들은 여기서 계속 진료를 받으셔야 할 거고요.
그러니까 제가 병원을 떠난다고 해서 여기에 소아신장 진료가 없어질 것이냐,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이 오셔서 저 대신 일을 해 주셔야죠. 그래서 환자를 버린다 이런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의 의사 정말 많고, 실력 있는 소아 신장과 선생님들 저 말고도 다 계시고요. 그분들이 오셔서 환자를 보셔야죠.
 
정부가 어떻게 손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백지화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뭐가 옳은 답인지 같이 생각해 보자'라고 해주면서 같이 생각하면 되죠. 복잡한 문제라서 답이 쉽게 나오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일단 같이 생각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는 의사들한테 열려 있다고 얘기를 하시잖아요. '통일된 안을 가지고 와라'라고 하죠. 통일된 안을 의사가 가지고 오는 건 불가능해요. 시나리오에 따라서 의도에 따라서 필요한 의사 수는 정말 아주 다르거든요. 변수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사들끼리 절대 결정할 수 없고요. 정부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의 미래가 어떤 모습인가를 일단 다 같이 협의해서 결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의사 수를 결정하면, 다 같이 이게 최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이 나오면, 그게 몇 명이 되든 저는 상관없어요. 근데 지금 정부가 얘기하는 건 통일된 안을 가져오라는 거잖아요. 그건 불가능한 거를 하라는 거라서, 진정으로 의사들이 통일된 안을 가지고 오는 걸 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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