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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미디어…“지속가능한 콘텐츠 사용료 산정 필요”

입력 2024-04-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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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강릉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봄철정기학술대회 [사진 JTBC]

19일 강릉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봄철정기학술대회 [사진 JTBC]


광고 시장의 위축과 글로벌 미디어 경쟁 격화로 국내 미디어 산업이 쪼그라들며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방송사 매출액은 약 13~17%가량 줄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해보는 세미나가 개최됐습니다.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회장 전범수 교수)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입니다.

19일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콘텐츠 거래 환경 조성 방안 모색'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채정화 책임연구원은 “유료방송시장의 저성장을 동반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콘텐츠 대가 산정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IPTV(KTㆍSKBㆍLGU+)나 케이블방송(SO) 등 플랫폼 사업자는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등 콘텐츠 사업자들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미디어 산업의 성장 정체로 사용료 액수의 적정성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중입니다.

"IPTV, 콘텐츠 사용료 지불에 인색" 지적

예를 들어 지난 1월 IPTV 3사는 콘텐츠 사용료 산정식을 공개했는데, 한국방송협회가 즉각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비판의 골자는 IPTV가 지불하는 콘텐츠 사용료의 비중이 현재도 낮은데, 산정식에서 자체 상한선을 정해 '정당한 콘텐츠 대가 지불→콘텐츠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망가질 것이란 지적이었습니다. “IPTV가 전년도 콘텐츠 사용료에 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 등을 연동시켜, 콘텐츠 사업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담겼습니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이 매년 감소 추세라 IPTV의 산식에 따르면 콘텐츠 사용료 지불 총액 자체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콘텐츠를 활용해 TV-인터넷-통신 결합상품 판매로 독점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수익을 거두면서도, 정작 콘텐츠 사용 대가 지불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입니다.

채 책임연구원은 “현재 미디어 생태계가 성장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습니다. 채 책임연구원은 “내수 시장은 협소하고, 가입자 포화 상태로 인한 전체 유료방송시장(IPTV와 SO 방송사 등)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이에 반해 OTT 제작비 급상승으로 콘텐츠 수급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콘텐츠 제작비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OTT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2018년 전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2010년 전후 5억원 내외였던 회당 미니시리즈 제작비는 10~20억원까지 치솟았고, 특히 배우들의 출연료가 급증했습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OTT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투자를 줄이면서, 드라마 제작 자체가 줄고 있습니다.

채 책임연구원은 “플랫폼 사업자의 수신료 매출을 보면 IPTV의 매출이 늘지만 SO와 위성방송에서 빠진 가입자들이 넘어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반해 콘텐츠 사업자들의 경우에도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결국 “줘야 하는 값과 받아야 하는 값이 차이가 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콘텐츠 사용료 총액 확대 위한 기준 마련해야"

이러한 갈등 해결의 방안으로 채 책임연구원은 “플랫폼 사업자가 제시한 사용료 배분 방식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수용하지 않을지 합리적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채 책임연구원은 “콘텐츠 사업자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들도 콘텐츠가 경쟁력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콘텐츠 투자를 한 만큼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채 책임연구원은 “IPTV 등 사업자는 결합 상품과 제휴 상품 매출 같은 새로운 서비스 매출 등을 산정 기준에 포함ㆍ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콘텐츠 사용료 배분 총액을 산정하는 데 있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콘텐츠 사용료 산정을 위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 ▲동일한 대가 산정식 마련을 통한 공정 거래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채 책임연구원은 “콘텐츠 경쟁력이 없으면 플랫폼 사업자들도 동력을 같이 상실할 것”이라며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용료 산정 프레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산식, IPTV 사업자에게만 유리한 산식" 지적도

토론자로 참여한 고민수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IPTV 사업자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교수는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는 부분이 전혀 없다”며 “사용료 지급 총액에도 상한을 걸어뒀는데 형식도 잘못됐고, 내용도 편향됐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회 BK교수는 “모든 이해 관계자를 조율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다만 정부는 사후 분쟁이나 공공거래 관련 등 사후에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개입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찬구 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라고 했을 때 지속이 아닌 가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부실 콘텐츠 사업자들까지도 보호를 하는 게 맞는지 정책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콘텐츠 대가 배분 시 모든 사업자에 동일한 기준 적용 필요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한 정책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채널 경쟁력을 극대화하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며 “따라서 중소 콘텐츠사업자 보호가 우선될 것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용료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공정한 산식이 필요한 시점인데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특히 'IPTV 사업자'가 만든 기준을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한다면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께름칙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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