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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김동연 경기지사님, 지방 공공기관 관리 '의지'를 부탁드립니다

입력 2023-11-29 16:04 수정 2023-11-29 18:31

더블침대에 인덕션…직원 휴게실 '기관장 숙소'로 개조해 쓴 공공기관장
공금으로 '낮술'까지 한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도 감사 방해한 기관 직원들…왜 '무징계'로 끝났는지 추적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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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침대에 인덕션…직원 휴게실 '기관장 숙소'로 개조해 쓴 공공기관장
공금으로 '낮술'까지 한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도 감사 방해한 기관 직원들…왜 '무징계'로 끝났는지 추적해 보니

직원 공용 휴게실을 기관장 숙소로 바꿔 쓴 경기테크노파크 유동준 원장

직원 공용 휴게실을 기관장 숙소로 바꿔 쓴 경기테크노파크 유동준 원장


직원들이 쓰는 휴식 공간을 개인 숙소로 바꿔 쓴 공공기관장이 있습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테크노파크 유동준 원장입니다. 머리 장식까지 덧댄 더블침대를 샀습니다. TV와 냉장고, 인덕션도 들여놨습니다. 예산은 1400만 원. 왜 다 함께 쓰는 공간을 사적 공간으로 바꿔 썼을까요?

[유동준/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제가 알지 못하는 공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공사 비용이 어느 정도나 들었는지, 어떤 내용인지 사실 몰랐어요."

직원들이 한 일이라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하는 유동준 원장, 당시 경기도 특정감사 결과 직원들과 업무추진비로 낮술을 먹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사실 지방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기관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고 감시는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취재진의 눈길을 잡은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1주일 만에 나온 경기도 해명…"도청은 징계 요구만 할 수 있다"


지난 1월, 도청 조사관들은 경기테크노파크 특정감사에 들어갔습니다. 원장이 업무추진비로 직원들과 음주를 하고 직원 휴게실도 개인 숙소로 바꿔 쓴다는 내부 고발을 받은 겁니다.

그런데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이 조사관들을 막아섰습니다. 고성을 질렀고 허위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원장 숙소가 아니라 직원 휴게실이 맞다고 우겼습니다. 하지만 조사관들은 방에 있는 유 원장 개인 물건을 창고로 몰래 옮기는 직원들을 잡아냈습니다. "방 안 원장 개인 물건 치우라"는 윗선 지시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당시 보고서에 조사관은 이렇게 썼습니다.

[경기도청 조사관]
"조사 활동을 방해한 사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기관을 대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지위에 있는데도 불성실한 수감 태도를 보여 기강해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엄중한 책임' 부분에서 조사관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의 결정은 '경징계'. 그런데 그마저도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은 받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결정된 건지 계속 물었지만, 그동안 경기도청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JTBC 보도 다음 날 경기도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조사를 방해한 직원들에게 경징계를 요구했고 과태료 부과도 했다는 내용입니다. 낮술 먹고 휴게실을 개인 숙소로 쓴 원장에 대해서도 경고 및 과태료 부과를 했고 술값으로 나간 업무추진비도 회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숨어 있는 핵심은 도청은 징계 '요구'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왜 산하 공공기관이 자신의 징계를 스스로 결정하나요?


이번 해명에서 새롭게 확인된 내용입니다. 경기도청은 해당 직원들의 징계를 산하 공공기관에 요구할 수 있지만, 결국 그 결정은 경기테크노파크가 합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조사 방해를 한 직원 두 명에 대해 '무징계'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산하 공공기관이 '셀프 사면'해버리면 경기도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어떤 조치를 했냐는 질문에 '경기테크노파크에 물어보라'고 답을 하다 결국 "사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과태료에 대해서도 그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고 실제 해당 직원들이 벌금을 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왜 처음부터 '솜방망이 처분'을 결정하셨나요?


경기도가 징계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도 궁금했습니다. 애초에 왜 '솜방망이 처분'을 결정했는지도 묵묵부답을 이어가다 경기도청 한 관계자는 "기관장에 대해선 이 이상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따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임', '파면' 등 조치는 해당 산하 공공기관의 이사회에서 결정 가능한 사항이란 겁니다. 다만 '경고', '주의', '훈계' 등 조치는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관장이 낮술을 먹고 직원 휴게실을 개인 숙소로 바꾸는 데 공금을 써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이 상급기관 조사관들을 막아서도 사실상 아무런 영향이 없는 이유입니다.

"일벌백계 무관용 원칙" 경기도, 결국 중요한 건 지자체장 '의지'


일선 조사관들의 고충은 컸습니다. 감사부터 막아서는 데다, 감사를 해도 이후 실질적인 징계로 이어지기까지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는 황당한 상황. 감사보고서 문장들만 거칠고 무섭습니다. 경기도도 지방 공공기관에 대해 "일벌백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조치한다", "도민 눈높이까지 개선한다" 입장만 낼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혹시 공공기관장이 정치적으로 '센 인물'이라면 일선 조사관들에겐 또 부담입니다.

또 다른 경기도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협의해서 개선안 만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지방 공공기관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개선안이 나오기 위해서는 결국 지자체장인 김동연 경기지사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관련 기사
[단독] 더블침대에 인덕션까지…직원휴게실 '기관장 숙소'로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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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업무시간 중 공금으로 수차례 음주…'주의' 처분에 그친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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