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질리지 않게 다가가고 싶어"…정은채 무르익다

입력 2022-07-17 16:1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35)가 승부를 걸었다.

2010년 영화 '초능력자'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KBS 1TV 일일극 '우리집 여자들'(2011),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등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우아한 미모와 말투로 먼저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언제나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다. 몇몇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데뷔 13년 차 배우 정은채. 대중과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했다.

그런 정은채가 '안나'로 재발견됐다. '안나'가 인기를 얻고 호평받자, 동시에 정은채를 향한 평가도 조금씩 달라졌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6부작 시리즈다. 정한아 작가의 장편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하며,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정은채는 극 중 현주, 영어 이름으로는 안나를 연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을 쥐고 있었던 현주는 수지가 연기한 유미에게 금수저 인생을 도둑맞는다. 현주는 복잡미묘하다. 악의는 없지만 악하고, 피해자인 것 같으면서도 가해자다. 천진난만해 보이다가도 차갑고 무자비하다. 정은채는 이러한 현주를 우아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시청자가 '거짓말쟁이' 수지를 응원할 수 있도록, 현주에게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호평받고 있다.
"그런 반응들은 어디서 보는 건가.(웃음) 일하는 사람들과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반응이 정말 좋아서 기분이 좋다. 원래 8부작이었는데 줄여서 6부작으로 마무리됐다. 스피디하게 진행돼서 색달랐다. 기존에 생각하던 작품과는 달랐다. 함축적으로 바뀌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빨랐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서스펜스, 장르적으로도 많이 봐주시더라."

-원작이 있는 시리즈인데 시나리오의 첫인상이 어땠나.
"원작과는 너무 다른 작품이다. 이주영 감독이 어떤 매력으로 각색하려 했는지를 보며 재미있었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4년 전에 출연을 제안받은 후, 오랫동안 '안나'를 고집했다던데.
"고집했다기보다는, '계속 인연이 된다면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오래 보고 있었던 만큼 애정도 있고 정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완성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작품을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

-현주 캐릭터는 평소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다르다.
"제안받았던 캐릭터 중에 제일 튀는 캐릭터였다. 감독님이 제안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도 기존 이미지나 익숙한 모습을 답습하기보다, 뒤집어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확신이 감독님에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인물을 그렇게 캐스팅했다더라. 나도 감독님을 믿고 참여했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수지와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는 대비되는 캐릭터로 존재해야 했다. '컷' 소리가 나면, 모니터를 보며 대비되는 두 여자가 한 프레임에 담긴 걸 재미있어했다. 그런 호흡이 서로 잘 맞았다. 주고받는 힘이 있었다. 초반 현주와 유미는 일방적 갑을 관계로 설정됐다. 일관적으로 그 관계를 끌고 간다. 후반에는 각자의 상황이 있고 태도에 변함이 있지만, 현주는 끝까지 그런 상황을 자기 페이스대로 유지해나간다."

-조용한 성격인데, 에너지가 넘치는 현주를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
"그런 부분이 힘들고 도달할 수 없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없었을 거다. 일방적이고 배려 없는 행동들도 이해하려면 힘들다. 현장에서는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이고, 태생적으로 악의 없고 배려 없는 캐릭터여야만 했다. 거기에만 몰두하면서 죄책감 없이 연기했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현주 캐릭터를 구축하며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태생적으로 가진 게 많은 사람으로 설정돼 있었다. 보편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목표 의식이나 욕망이 덜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나'에 집중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티 없고 해맑다.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 때문에 현주를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얄밉다기보다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현주의 화려한 외모도 캐릭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각적인 면이 사람들에게 주는 힘이 세잖나. 생각한 것 그 이상이더라. 처음 입어보는 의상도 많았다. 과감한 색감의 조화라든지, 질감의 옷들을 굉장히 많이 계산하고 선택했다. 그런 부분들이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것 같았다. 더불어 연기에도 많이 도움됐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현주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인데.
"현주 캐릭터 설정에서 그 부분이 아주 중요했다. 사회 속에서도 누군가의 컨디션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기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쉽지 않지 않나. 그래서 통쾌한 지점을 많이 느꼈다.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못해서, '이렇게 누군가를 대할 수 있구나.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인간을 만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연기할 때도 뭐든지 다 해봤다. 과하면서 우스꽝스럽고 강하게 말하지만, 제스처는 발랄한 인물로 그리려고 했다. 평소 애드리브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이번엔 많이 시도했다. 유미에게 '계단으로 다녀'라고 말하며 손가락 스냅을 튕기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해외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는 점 등 현주와 비슷한 삶의 경험을 했는데, 연기에 도움되지 않았나.
"삶의 경험이라고 하기보다는, 영어 대사를 한국말과 섞어서 할 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설정할 때, 외국에서도 살아봤고 미술 전공을 하고 했던 걸 캐릭터에 넣은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현주와는 정반대다.
"누군가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직업이다. 이건 숙명 같은 거다.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잖나. 사람들의 호불호가 공존한다. 아마 연기 생활을 하면서 끝까지 가져가야 할 것 같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애플TV+에서 공개된 '파친코'에 이어 '안나'까지,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많은 작업을 했는데, 공개된 작품은 '파친코' 그리고 '안나'가 됐다. 두 작품 속 캐릭터 차이가 커서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장르가 더 잘 맞는지 알아가는 단계다. 다양한 옷들을 입으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가고, 공부도 하고 있다. 시청자분들에게 질리지 않게, 그 캐릭터로 다가가고 싶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선택했다."

-두 인물 중 어떤 캐릭터가 더 연기하기에 편한가.
"쓰이는 에너지는 두 캐릭터 다 크다. 현주는 에너지를 많이 뿜어내야 한다. 많이 채워가서, (촬영장에서) 표출한다. (반면 '파친코'에서 보여준) 정적이지만 힘 있는 연기는 뭔가의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어야 한다. 그런 무게가 있다. 매번 다른 힘든 점이 있다."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배우 정은채. 사진=쿠팡플레이

-글로벌 OTT에서 작품을 공개하면 반응도 남다를 것 같다.
"'파친코'는 월드와이드로 공개됐으니, 다국적 인물이 피드백을 준다.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해외 시청자가 한국 정서를 어떻게 보는지가 재미있었다. ('파친코' 공개 이후 SNS) 팔로워 수가 급격하게 늘었나. (팔로워 숫자가) 계속 바뀌더라.(웃음)"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