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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입력 2022-07-06 10:56 수정 2022-07-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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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테사 톰슨, 크리스찬 베일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장르: 액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한줄평: 띵작 '토르:라그나로크'는 신의 실수
팝콘지수: ●●◐○○
개봉: 7월 6일
줄거리: 천둥의 신 토르가 킹 발키리, 코르그, 그리고 마이티 토르로 거듭난 전 여자친구 제인과 팀을 이뤄, 신 도살자 고르의 우주적 위협에 맞서는 이야기


[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이 기사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한 편의 거대한 '영상 동화책'이 완성됐다. 통쾌하게 착하고, 유치한데 감동적이다. 교훈적이기도 하지만 촌스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어벤져스 원년멤버 토르의 네 번째 솔로무비 '토르: 러브 앤 썬더'가 6일 국내에서 공식 개봉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이어 올해 개봉하는 두 번째 순혈 마블 영화로, 마블 히어로 중 솔로무비가 4편까지 만들어진 건 토르가 최초다. 그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에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는 뜻.

하지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지금까지 토르를 사랑해 준 관객들을 위한 별책부록의 느낌이 강하다. 있으면 고맙지만 굳이 없어도 대세에 지장은 없을 법한 결과물이다. 빌런도, 주변 캐릭터들도 이미 경지에 올라 더 이상 신선하지는 않은 토르를 위해 일회성으로 활용된다. 다음 시리즈와 차세대 히어로 유망주들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착한 이미지는 얻었다.

관객들은 매번 아쉬워하며 '돌아오라' 외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히어로들이 은퇴 수순을 밟거나, 이후 근황을 특별히 보여주지 않는 건 그 만한 이유가 있었다. 명예로운 죽음은 진정한 명예로운 죽음이기도 했다. 히어로의 각성과 대단한 전쟁을 이미 맛 본 관객들에게 새로운 빌런과의 싸움은 스토리가 기상천외하게 탄탄하지 않다면 예전만큼 스펙타클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마블은 마블. 마블민국의 애정은 유효하다. 개봉 당일 오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실시간 예매율 72%를 기록하며 45만 장에 육박하는 사전 예매량를 획득했다. 첫 날 박스오피스 1위가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오프닝 스코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아무 걱정과 고민 없이 두 시간 동안 그저 신나게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토르가 여는 여름시장 문이다.

"잘 봐, 신들의 전쟁이다"



[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배불뚝이 토르' 이후 마블도 토르도 이미지 쇄신은 포기한 걸까. 아니면 '너희들이 추앙하는 모든 신은 알고 보면 이렇게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일까.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속 토르의 하드웨어는 돌덩이처럼 섹시한 근육질 피지컬로 돌아왔지만, 소프트웨어는 그야말로 소프트 그 자체다. '싸움 잘하고, 쓸데없는 말은 더 잘하는 아저씨'가 된 토르다.

관객이 원하는 토르와 제작진이 보여주고자 하는 토르 사이에 생긴 괴리감이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도 쉽게 좁혀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깜짝 엉덩이 노출도 B급 코미디 설정에서 머무른다. 최근 마블의 특이점은 우주로 세계관을 확실하게 넓힌 후 본인들도 주체하지 못한 채 작품의 정체성과 개연성 또한 우주로 날려 보내고 있다는 것. '토르: 러브 앤 썬더' 역시 피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작품성을 크게 따지지 않는 히어로물 사이에서도 명작, 걸장의 평을 받은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가 신의 실수다.

그러나 진정한 신(神)과 신(神)의 싸움은 '토르: 러브 앤 썬더'에 담겨있다. 신을 추앙했지만 신에게 농락만 당한 채 버림 받고, 모든 신들을 없애 버리는 것이 목표가 된 도살자 고르(크리스찬 베일)를 막아내기 위한 토르의 여정이다. 메마른 사막에서 신에게 빌고 또 빌었지만 결국 딸을 먼저 떠나 보내야만 했던 고르는 빌런 서사를 오프닝부터 알리고, 토르는 신으로서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하던 중 고르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신들의 신 제우스까지 등판 시킨다. 토르는 고르를 막기 위해 제우스를 찾지만 공격 당하고 외면 당한다. 히어로와 빌런 사이 얽히고 설킨 공감과 이해의 관계는 꽤나 깊이 있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1차원적으로 가볍다. '토르: 라그나로크'가 보여준 가슴 벅차게 웅장한 시퀀스가 사실상 없다. '확신의 빌런' 크리스찬 베일의 열연만이 흔들림 없이 대단하다.

[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리뷰] 유치하고 사랑하神 '토르: 러브 앤 썬더'
90년대 미국에서 'Captain Planet and the Planeteers'('캡틴 플래닛과 지구 용사들'), 한국에서 '출동! 지구특공대'라는 제목으로 방영 된 애니메이션,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대변하는 이미지다. 90년대 미국에서 'Captain Planet and the Planeteers'('캡틴 플래닛과 지구 용사들'), 한국에서 '출동! 지구특공대'라는 제목으로 방영 된 애니메이션, '토르: 러브 앤 썬더'를 대변하는 이미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도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새 아스가르드의 왕 발키리(테사 톰슨)도 제 몫을 다하고, 토르의 사랑 마이티 토르(나탈리 포트만)도 돌아오지만 진정한 치트키는 따로 있다. 웬만해서는 실패 없는 소재 '아이들'이 히든카드다. 대과거 '캡틴 플래닛!'을 외쳤던 '지구 특공대'의 잔상이 떠오르는 유치함 속에서도 이들 모두가 의기투합하는 마지막 전투는 제어 불능 감동을 자아낸다. 캡틴 토르와 차세대 우주 용사들을 기다리는 맛은 쏠쏠하다.

무엇보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부제가 영화를 모두 설명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아 찾기'에 빠진 토르의 답은 기승전'사랑'에 있다. 나탈리 포트만은 반갑지만 마이티 토르 설정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토르와 한 몸이 다름 없는 묠니르와 스톰 브레이커까지 사랑과 질투 대전에 참전 시킨다. 비밀병기 스톰 브레이커의 활약상이 귀엽다. 쿠키 영상은 두 개. 끝까지 앉아 있어도 좋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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