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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다시 만난 정우성·이정재의 '헌트'…"'태양은 없다'와 반대인 분위기가 매력"

입력 2022-07-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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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이정재와 정우성이 한 영화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납니다. 오늘(5일) 메가박스 성수에서는 영화 '헌트'의 제작보고회가 열렸습니다. 8월 10일 개봉을 앞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헌트'는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찾아내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이 암살 작전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사건을 다룬 첩보 영화입니다.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영화 '헌트' 제작보고회

영화는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가 된 이정재의 새로운 도전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미 75회 칸 영화제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관객을 찾아 7분 동안 기립박수를 끌어냈습니다. 오늘 제작보고회에는 '오징어 게임'과 '고요의 바다'를 통해 두 배우와 함께 인연을 맺은 배우 허성태, 그리고 안기부 에이스 방주경 역을 맡은 배우 전혜진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정우성은 네 번이나 캐스팅을 거절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함께 하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곁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지켜본 뒤 시나리오가 무르익었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 없이 임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이정재 감독 또한 캐스팅 과정에서 시나리오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조바심까지 느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를 언급하면서 청춘 드라마와 완전히 반대인 캐릭터와 분위기가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배우들과의 일문일답

Q. '헌트'를 연출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
이정재
=출연해줄 수 있는지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여러 과정을 거쳐 제가 제작을 맡게 됐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고,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제가 해도 되나 싶었다. 영화 일을 오래 했지만, 각본과 연출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서 주저했고. 조금 더 용기를 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면서 헌트에 더 몰입했던 것 같다.

Q. 칸 영화제 초청되었는데
이정재
=영화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꼭 가봤으면 하는 영화제.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칸은 제일 화려하고 의미도 있고, 한국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신 영화제이다 보니 친숙하기도 하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분들이 재밌게 보신다면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해야 할지 어떤 영화로 만들어야 할지 그런 고민을 했다. 다행히도 초대해 주셔서 잘 다녀와서 한국 영화도 많이 얘기했다. 헌트에 대해서도 많이 홍보하고 왔다.

Q. 작품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
정우성
=옆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진행했던 걸 지켜봤다. 23년 만에 '태양은 없다' 이후 첫 조우라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 조심스러움도 있었고. '헌트' 작업할 때도 이정재라는 배우와 감독이 충분히 준비가 된 건가, 시나리오는 어떤가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 번 거절했다고. 그런 마음의 표시들이 거절이 된 거다. 이 양반의 부단한 노력이 준비됐고, 시나리오가 안정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의기투합해서 후회 없이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혜진
=팬의 한 사람으로서 두 분을 스크린에서 보기 위한 마음이 간절했다. 이정재 선배님이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주셨기 때문에 그 순간 너무 간절했다.

허성태
=오징어 게임 촬영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음 뵀다. 악수를 했던 기억이 있고. 정우성 선배님은 '신의 한 수 귀수편' 뒤풀이 장소에서 인사를 드렸다. 그 당시만 해도 두 분 사이에서 연기할 줄 상상도 못 했고, 지금도 꿈같고 촬영 현장에서의 시간도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다음에는 정우성 선배님과 '고요의 바다' 하면서 '오징어 게임' 촬영을 하는 중에 시나리오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제가 함께하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Q.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이정재
=되게 떨렸다. 동료 배우한테 '같이 하실래요' 하는 말이 쉽지가 않았고. 하지만 너무나 같이해야만 하고, 했으면 하는 배우분들이었다. 친분보다는 시나리오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과연 잘 될까' 하는 조바심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Q.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점은
정우성
=이렇게 모니터 앞에서 대화를 안 한 작품은 없는 것 같다. 서로가 편한 감정의 리액션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하모니를 조율하려고 하는데, 그런 조율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날이 선 듯한 긴장감 같은 것들이 현장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혜진
=첩보도 그렇고 액션이 가미된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불안해서 감독님한테 액션 연습을 해야 하지 않냐고 그랬더니 괜찮다고 그래서 대충 묻어가도 되는 건가 보다 했는데, 내가 총소리에 공포가 있는지 몰랐다.

허성태
='오징어 게임' 이후 바로 촬영을 들어가게 돼서 17kg 감량을 급하게 했다. 많이 준비하신 감독님과 리딩 시간을 많이 가졌다. 감독님이 원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대화를 통해 많이 만들어내려고.

Q. 액션에 대한 고민 있었나
이정재
=액션 영화들을 촬영했던 기억과 영화에서 봤을 때 좋았던 장면들을 잘 기억해내서 반영시키려고 회의를 많이 했다. 콘티 작업하는데도 무술 감독님 오시라고 하고, 폭파팀 오라고 하고, 미술팀 CG 팀 다 오라고. 앵글과 인물들을 처음부터 고민했다. 요즘 관객들 눈썰미 좋아서 작은 것들도 캐치하더라. 디테일을 주면 생동감 있을 것 같다. 수고스럽긴 했지만 회의 끝나고 나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서 감사했다.

정우성
=두 인물의 텐션을 이용하는 액션이었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았다. 행위 자체를 보여주기보다는 행위 안에서 둘이 어떤 갈등을 빚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런 액션이었던 것 같다.

Q. 미장센은 어떻게 완성했나
이정재
=소품이 제일 중요했다. 80년대 배경 찍으려고 하면 소품들이 많이 낡았다. '안기부가 낡은 장비들 가져다 놓고 업무 볼까' 생각이 들어서 상태가 좋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회의 때 품목 이미지 정리해서 해외에서 수급할 수 있는 걸 먼저 수급해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수급할 수 없던 건 직접 제작했다. '감청기' 같은 것들.

Q. “우성 씨 캐스팅이 제일 어려웠다” 말했는데
이정재
=항상 '태양은 없다' 이후로 사적인 자리에서 빨리 또 하자고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거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투톱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저희와 맞는 프로젝트를 찾다 보니 오래 걸렸다.
'헌트' 초고를 만나게 됐고 상당히 많이 바꿔야 할 것 같아서 처음부터 상의했다. 큰 틀에서 바뀔 때마다 보여줬다. 오랜만에 나오는 저희의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실망감 드리기보다는 제작하지 않는 게 낫지 않나 생각도 했다. 그런 과정이 길었다.

Q. '태양은 없다'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소감은
정우성
=호흡이라는 건 관객들이 평해주실 텐데, 노력한 만큼 화면에 담기지 않았겠나. 현장에서 진지하게 임하느냐도 호흡의 기준이 될 것 같다. 우리끼리 즐기는 영화로 끝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이 화면에 담기지 않았을까.

이정재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여백이 조금 있었다. 여백을 더 채우라는 주문이 있었고 우성 씨가 많은 아이디어와 장면들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과거에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맛이 있었는데 이번 촬영장은 워낙 타이트하고 장르 특성상 맞춰야 하는 점도 있었다. 애드리브로 했다가는 다른 부분을 정리해야 돼서 자유롭게 시도해야 하는 영역이 적어서 아쉬웠다. 텐션 유지하는 점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태양은 없다'와 완전 반대인 캐릭터와 분위기가 또 하나의 매력이었다.

Q. 함께하게 된 소감은
허성태
=현장만 생각하면 감사한 일뿐. 아이스 브레이크 위해서 다가와 준 시간이 고맙다. 세트에서 분장하다가 처음으로 차에서 분장 받은 적이 있다. 왼쪽에는 이정재, 오른쪽에는 정우성이 있었고 노래는 '봄비'가 깔렸다. 그 순간 분장 받으면서 저는 거울을 봤다. 그 중간에 있는 기분은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었다. INFJ라서 감성적이다. 그 노래를 한 달 동안 들었다.

전혜진
=대한민국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분들이라는 걸 느꼈다. 선입견이라는 게 있었다. 작업 안 해봤으니까. 연출한다고 했을 때 호기심 반, 작업해보고 싶다는 마음 반. 생각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미장센 부분도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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