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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립 위기 놓인 정의당 '10년 평가위' 발족…혁신 본격화

입력 2022-06-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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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과 지방선거 2연패 후 정의당이 깊은 수렁에 빠져있습니다. 지선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재창당에 가까운 혁신을 약속했는데요.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찾겠다는 계획이죠. 노동 중심으로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각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6411버스라고 있습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투명인간입니다.]

[6411 버스의 투명인간을 위한 정당이 정작 존재하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될 일이겠죠. 투명정당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투명인간을 위한 목소리도 더욱 커지지 않을까요.]

1년 전 정의당의 현주소를 짚었던 '줌 인'의 한 대목입니다. 당시에도 정의당이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았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정의당의 현실은 더 가혹한 듯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라던 노회찬 전 의원의 유지가 무색할 정도로 뒷걸음질 쳤는데요. 지난 1년 정의당이 걸어온 길을 잠시 되돌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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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보정치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투명인간들을 위한 정당'이라더니 날이 갈수록 존재감이 투명해지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정의당은 쭉 내리막길을 걸어왔죠.

[심상정/정의당 의원 (2019년 9월 26일) :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사생결단하듯 무리한 수사를 밀고 가고 있습니다.]

[윤소하/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2019년 9월 26일) : 검찰의 수사가 자칫 '비 올 때까지 기우제 지내는 격', 아니면 '우물물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겠다'는 먼지털이식 수사에서는 여론의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국 껴안기에 나서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마저 떠안았지만 돌아온 건 배신이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았는데요. 비례위성정당 창당이란 꼼수로 정의당의 숙원 사업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좌초된 겁니다. 결국 20대 국회 때와 똑같은 6석을 얻는 데 그쳤죠. 이후 원외인사인 김종철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서 부활의 봄기운이 도는 듯했는데요. 그마저도 잠시였습니다. 당 대표의 성 추문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당은 또 다시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배복주/당시 정의당 부대표 (지난해 1월 25일) :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 15일 발생한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입니다.]

여영국 전 대표가 신임 대표로 취임하면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서둘러 당을 대선 준비 체제로 전환했죠. 하지만 새 얼굴 찾기에는 또 다시 실패했습니다. 인물난 속에 결과는 '어대심'이었는데요. 심상정 의원, 4번째 대선 도전이었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탓에 시종일관 어려운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심상정/당시 정의당 대선후보 (1월 12일) : 정권교체와 시대 변화에 대한 열망, 그것이 지금 현재 후보들의 지지율을 민심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대안으로서 국민들께 아직 믿음을 드리고 있지 못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선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지난 19대 대선에도 한참 못 미치는 2.37%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였죠.

[심상정/당시 정의당 대선후보 (3월 10일) : 저조한 성적표가 솔직히 아쉽습니다만은, 저와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인 만큼 겸허히 받들겠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 2중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민주당은 개혁 법안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고 진단했죠. 이후 '검수완박' 법안 통과에 당력을 총동원했는데요. 정의당도 처음에는 무리한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했지만요. 결국 마지막에 핸들을 틀었습니다. 또 다시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겁니다.

[배진교/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4월 27일) : 합의한 안 그리고 보완돼서 처리된 법사위원회의 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찬성한다라고 하는 입장을 의원단에서 확인을 했습니다.]

이후 치러진 6월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성적은 참담했습니다. 원내 제3당인데도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광역의회 정당투표에서 득표율 5% 선을 넘지 못했습니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단 한 명의 기초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는데요. 당선자는 기초의원 7명, 광역의원 2명이 전부였습니다. 4년 전 당선자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는데요. 원외정당인 진보당에도 밀려 진보 정당 일인자의 자리도 위태롭게 됐죠. 궤멸적인 참패에 당 안팎에서는 '심판 받았다'는 목소리마저 나왔습니다.

[여영국/당시 정의당 대표 (지난 2일) : 당대표를 비롯한 대표단 전원이 총사퇴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국민들께서 너무나 냉정한 판단과 엄중한 경고를 보내신 것에 대해서 정의당 대표단은 겸허하게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2012년 10월 창당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정의당, 이제 더 이상 후퇴할 곳은 없을 텐데요. 정의당은 지방 선거 이후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약속했습니다.

[이은주/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2일) : 가장 두려운 것은 선거에 참패했다는 것, 의석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의 정치가 지속 가능한가라는 시민들의 질문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 스스로 가혹하게 우리 안에 문제를 찾아내고, 죽을힘을 다해 개선해 나아가야 합니다.]

최근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를 발족하며 노선 재정립 작업에 착수했죠. 정의당의 지난 10년은 실패했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정의당의 길을 모색하는 건데요.

[한석호/정의당 비상대책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어제) : 왜 자꾸 민주당 2중대냐, 아니냐고 하는 이 문제가 부각되었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저는 정의당의 자기 색깔, 자기 정체성, 자기 내용이 없으니까 당연히 해야 될 연대, 연합의 어떤 한 사항이 발생하면 그게 정의당을 지배하는 논란이 돼버리지 않았나. 그래서 그 평가위원회의 핵심은 정의당의 자기 얼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 이것이 가장 관건이라고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답은 역시 'Back to the basic'일까요.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란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다짐입니다.

[한석호/정의당 비상대책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어제) : 노동을 토대로 하고 그 위에 페미니즘, 생태, 소수자 뭐 등등의 모든 사항들을, 영세 상인 문제까지 풍부하게 건축해 가자라는 겁니다.]

정의당 시즌1이 실패로 막을 내린 만큼 시즌1의 주연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김희서/정의당 비상대책위원 (어제) : 당 밖에서는 비례대표 사퇴나 대표 정치인 정계은퇴 같은 정도의 방식이 아니고는 국민들에게 변화의 의지를 전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당을 이끌었던 1기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비판이 거셉니다. 정의당 대표 정치인들에게 아래로부터 백의종군할 것을 요청드리려고 합니다.]

당의 간판인 심상정 의원을 포함해 이정미 전 대표, 여영국 전 대표도 차기 총선 불출마를 각오해야 한다는 건데요. 지역과 현장에서 백의종군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요구입니다.

정의당을 살리기 위해 백전노장들도 팔을 걷어붙였죠. 2000년대 초 전설의 어록을 낳은 바로 그분이 등판했는데요.

[권영길 (화면출처 : 유튜브 'KBS더라이브' : 국민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IMF 극복되고 경제 엄청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늘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묻던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 대신 진보당을 지지하긴 했지만요. 어제 정의당 비대위가 개최한 진보 정치 원로 간담회에 참석했는데요. 백발이 성성한 권 전 대표는 정의당의 흐트러진 정체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권영길/전 민주노동당 대표 (어제) : 마음이 무거운 것을 넘어서서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정의당의 위기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단순히 선거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정의당이 걸어왔던 길 전반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권 전 대표를 비롯한 원로들은 10년 평가위원회와 비슷한 해결책을 내놨다고 하는데요. 노동 기반 정당으로 중심을 분명히 잡고 그 위에 다양성을 접목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지금의 2030세대가 겪는 노동 현실을 반영하도록 정치적 감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는군요.

자, 오늘은 존립 위기에 놓인 정의당이 걸어온 길과 현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현실은 만만치 않지만 노회찬 전 의원의 마지막 당부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실한 거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은주 비대위원장의 말로 대신합니다.

[이은주/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당 안팎에서는 정의당이 더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실패를 단정 짓고 있습니다. 그러한 세상의 평가에 순응하고 마냥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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