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뜨거운 불길 속으로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가고 가장 늦게 빠져나오는 사람들, 소방관이죠. 그 가족들은 오늘도 무사히 살려서, 또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길 기도하지만, 520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소방관들이 있는데요.
정영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10살이 되기도 전 떠난 아버지.
그 날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이기웅 / 대구중부소방서 119구조대장 : 아버지가 많이 다치셨다, 업무 중에. 그런 전화를 받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그때 켜놨던 TV에 뉴스속보로 소방관들 순직 소식이 TV에 나오는 걸 봤습니다.]
[김윤희 / 충남 서산소방서 예천119안전센터 : 엄마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동네에 뛰어나오셨어요. 아빠 많이 다쳐서 병원에 가야 되니까 빨리 차에 타라고…]
[김동수 / 경남 창원시 마산소방서 안전예방과 : 집에 좀 늦게 오실 거다. 이제 조금 멀리 가셨다, 이렇게 표현 하신 거 같아요.]
[김종배 소방교 (당시 35세 / 김동수 아버지) 1996년 지리산 천왕봉 환자 이송 중 헬기 추락 순직]
[김경순 소방장 (당시 34세 / 김윤희 아버지) 1998년 래펠 강하 훈련 중 순직]
[이국희 소방장 (당시 44세 / 이기웅 아버지) 1998년 대구 복개천 실종 여중생 수색 중 순직]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계시던 곳.
소방관이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김윤희 / 충남 서산소방서 예천119안전센터 : 정말 자연스럽게 소방으로 스며든 거 같아요. 아버지를 좀 더 알게 되고 가까이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에…]
[김동수 / 경남 창원시 마산소방서 안전예방과 : 아버지가 그 일을 하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아버지를 뭔가 좀 느껴보고 싶은 그런 부분이 이쪽 길을 걷는 부분밖에는…]
[이기웅 / 대구중부소방서 119구조대장 : 아버지가 임무 중에 순직을 하셨다는 사실은 제가 소방관이 되어야 될 이유가 되지도 못했고 소방관이 되지 말아야 되는 이유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출동으로 훈련으로 바빴던 아버지.
소방관이 돼서야 비로소 이해합니다.
[김윤희 / 충남 서산소방서 예천119안전센터 : 처음에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결혼을 해보고 아기를 낳아보니까 당연한 게 아니더라고요.]
[이기웅 / 대구중부소방서 119구조대장 : 아버지, 내가 지금 열심히 소방관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거 같아.]
[김동수 / 경남 창원시 마산소방서 안전예방과 : 우리 가족 많이 생각해주고 주변에서 잘 살펴봐 줬으면 좋겠어. 사랑해.]
1945년 이후 순직 소방공무원 520명
(화면제공 : 소방청)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