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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도형 "사기 아닌 실패"…주장 뒤집는 '내부 증언'과 '자료들'

입력 2022-06-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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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패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기를 친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이 주장. 시가총액 50조 원이 증발해버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이 코인을 만든 권도형 대표의 주장입니다. 폭락 사태 이후 첫 인터뷰를 미국 언론과 한 건데요. 테라 코인이 수직 상승할 수 있었던 건 '1테라=1달러'라는 가치를 기술적으로 유지해주겠다는 권 대표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늘(23일) 인터뷰도 이런 기술 자체가 사기는 아니었다고 주장한 걸로 읽힙니다. 하지만, 저희 JTBC는 권 대표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여러 증언과 정황들을 입수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권도형 대표는 테라가 '스테이블 코인', 즉 안정적인 가상화폐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가격 균형을 맞추는 기술로, 1테라의 가치를 1달러로 자동 유지할 수 있단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3월엔 연이율 20%를 보장하겠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금융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이런 기술을 믿은 투자자들이 몰렸고, 테라는 한때 세계 3위 스테이블 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가격 유지 약속은 깨졌고 시가는 99.99% 폭락했습니다.

그래도 권 대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했기 때문에 사기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상황.

그런데 테라 초기 설계를 담당한 내부 관계자들은 JTBC에 좀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권 대표 스스로도 테라의 기술을 믿지 않았단 겁니다.

[A씨/내부 핵심 설계자 : 권도형은 개인적으로 테라를 들고 있지 않았어요. 본인도 본인 시스템을 안 믿은 거지.]

가격 유지 기술 코인으로 홍보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면박을 줬단 주장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형석/전 테라폼랩스 직원 : 솔직히 (테라를)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를 하면 안 되는데. (권 대표에게) '이건 스테이블 코인 아니지 않느냐' 분명히 말했는데. '네가 뭐냐. 너 아이비리그 나왔냐'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또 다른 핵심 설계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대표가 밀어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내부 핵심 설계자 : 그런 걸(반대)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그냥 권도형이 '이렇게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는 거예요.]

권 대표가 초기부터 기술적 미비를 알고 있었단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JTBC 취재 결과, 검찰도 테라 관계자들을 어제와 오늘 소환해 비슷한 진술을 확보했고, 권 대표에게 사기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취재진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권 대표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앵커]

저희 취재진은 검찰이 최근에 확보한 테라 측 내부 문건도 입수했습니다. 1테라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는 기술, 이 핵심 기술이 깨질 수 있다는 검토가 담긴 내부 기밀 문건입니다. 그런데, 이 문건이 권도형 대표에게 보고가 됐었다는 게 핵심 설계자의 주장입니다.

이어서 박사라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남부지검이 최근 확보한 테라폼랩스 내부 문건입니다.

테라를 사서 자신들에게 맡기면 연이자 20%를 챙겨주는 금융상품에 대한 설계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높은 이율을 보장하려면, 시장이 아무리 요동쳐도 1테라의 가치를 1달러로 묶어두는 기술, 이게 확실해야 합니다.

이 기술을 코인업계에선 '페그'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테라 내부 문건 자체에 이 기술이 깨질 수 있다, 테라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등장합니다.

[A씨/테라 핵심 설계자 : 페그(가격 유지 기술) 문제를 (사전에) 인지를 했다는 거예요. 페그가 깨지면 문제 될 거라고 인지한 거죠. (연 20%) 이자를 어떻게 내냐고…]

이 문건이 권도형 대표에게도 보고됐고, 내부 회의에서도 공론화됐지만 권 대표가 고이율 상품 출시를 강행했단 게 핵심 설계자의 주장입니다.

자신이 해온 말들과 자신이 취해온 조치들이 100% 똑같다고 한 권 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배치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권 대표가 테라의 기술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단 주장도 나왔습니다.

[A씨/테라 핵심 설계자 : 실제로 개발 비용으로 쓰이지 않은 거죠. 그거는 회사 물량(보유 코인)을 마음대로 갖다 쓰면 횡령이죠.]

앞서 지난해 9월 권 대표는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을 위해 회사가 가진 코인을 지출해 매달 300만 달러, 우리 돈 약 39억 원씩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술 개발 등 명목을 위해 코인을 지출해 마련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은 이에 대해 권 대표에게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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