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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서해 피살' SI 첩보, 진실 공방 풀 만능 열쇠?

입력 2022-06-21 19:04 수정 2022-06-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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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당시 정부가 월북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감청자료밖에 없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지금 여당인 국민의힘이 그 자료를 공개하든지 말든지 할 수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경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을 풀 열쇠는 결국 특별취급정보(SI)뿐이라는 정치권 주장입니다. SI는 최고 수준의 비밀 정보에 속합니다. 감청, 영상은 물론 인적 자원으로 수집된 첩보 등을 말하는데요.
 
2020년 9월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020년 9월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당시 월북 판단의 근거가 된 내용인 만큼, 공개만 되면 사건의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SI가 오히려 논란을 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 SI 빼면 사실상 월북의 '정황 증거'

2020년 9월 해경과 국방부가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를 통해 이 씨의 월북을 추정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해류를 인위적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보이고 부유물까지 타고 있었던 점 ▶신발이 배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던 점 ▶북한군이 이 씨의 인적사항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월북 의사를 전한 정황이 SI에 담겼던 점 등입니다.

이들 근거는 SI 대목을 제외하면 정황 증거에 가까워 보입니다. 즉 이 씨가 의도적으로 바다에 뛰어든 점을 추정할 수 있게 할 뿐, 월북하려 한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에 비해 SI는 월북 정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담고 있다고 당시 해경과 군은 봤습니다. SI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원인철 합참의장은 202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수집한 첩보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씨가 월북 의사를 나타내자 북한군이 이를 상부에 보고했고, 우리 군은 이를 감청으로 잡아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날것의 '첩보', 보기에 따라 다른 '정보'

SI는 공표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제한적으로 공개는 가능합니다. 감사원이나 국회 국방위원회가 군 당국의 인가를 받고 공표 금지를 조건으로 열람하는 방식입니다. SI 내용이 드러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경비정이 상급부대에 보고한 발포 관련 감청 첩보는 군이 공식 확인한 적 없었지만, 여러 증언으로 사실로 굳어진 바 있습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아내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JTBC 취재 결과 이 씨 피격 사건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SI가 드러나더라도 첩보 수준의 내용을 정보로 가공하는 과정부터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군의 정보는 날것이자 단편적인 낱첩보를 종합해 생산되는데, 여기에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이 씨가 북한 측에 발견돼 사살에 이르기까지 9시간 감청된 첩보 중 어떤 대목을 중요하게 뽑을지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월북 여부에 대한 판단도 바뀔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정쟁이 겹쳐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번 사안은 SI 첩보를 토대로 해도 사실이 담긴 정보인지, 의견이 개입된 보고인지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년 전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서 비공개로 관련 정보를 보여줬는데도, 여야 입장이 엇갈리는 것도 다 그런 맥락입니다.

'월북'이라는 표현이 SI에 담겨 있어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올지도 의문입니다. 이 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했다고 해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랬을 수 있는 데다, 수십 시간을 표류한 뒤 얼마나 명확히 의사 표현을 했는지도 SI로는 온전히 알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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