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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박지성의 친구로만 알았던 에브라의 고백 "난 로봇같았다"

입력 2022-06-16 06:33 수정 2022-06-16 07:01

성적 학대 피해 고백 후 달라진 삶..."난 우는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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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학대 피해 고백 후 달라진 삶..."난 우는 것을 배우고 있다"

박지성 하면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파트리스 에브라(41).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두터운 우정을 쌓아온 오랜 친구죠. 박지성이 에브라에게, 에브라가 박지성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는 장면이 지나쳐 갑니다. 그 안에서 에브라는 항상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에브라는 은퇴 후 과거에 겪었던 고통스런 삶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사진은 2014년 월드컵 당시 에브라. (사진=DPA연합뉴스) 에브라는 은퇴 후 과거에 겪었던 고통스런 삶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사진은 2014년 월드컵 당시 에브라. (사진=DPA연합뉴스)
그런데 뜻밖의 고백을 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이죠. 자서전을 통해 어린 시절 학교 교장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눈부신 빛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는 더 짙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에브라가 그렇게 보였습니다. 은퇴하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평생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습니다. '용기'라는 말 하나로 설명하기엔 에브라의 고백은 파장이 컸습니다.

에브라는 최근 영국 언론 '가디언'과 인터뷰했습니다. 자서전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 털어놓았습니다.
“선수 시절 '로봇'처럼 살았습니다.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 한 번 흘린 적 없죠. 오히려 우는 사람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 때문일까요. 아니면 축구 선수로서 늘 냉정해지려고 한 걸까요. 에브라는 '언제나 강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달고 뛰었고 승리만을 위해 달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로봇'에 빗댔습니다.
“축구의 세계에선 어떤 감정을 드러내고, 또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게 강함의 표시가 아니었어요.”

물론 에브라는 뛰어난 레프트백이었고, 프랑스 축구 역사에서도 역대 베스트11에 뽑힐 정도로 성공한 축구 선수였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에브라는 박지성의 단짝이었습니다. 2010년 11월 박지성이 울버햄프턴전에서 결승골을 넣자 기뻐하는 에브라.  (사진=AP연합뉴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에브라는 박지성의 단짝이었습니다. 2010년 11월 박지성이 울버햄프턴전에서 결승골을 넣자 기뻐하는 에브라. (사진=AP연합뉴스)
에브라는 은퇴 후 달라졌습니다.
“눈물은 나약함의 흔적이라 여겼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눈물은 힘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보내면서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삶을 발견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자유를 얻었다고. 10대 시절 성적 학대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은 것도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고백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유니세프가 개최한 자선 경기에 나섰고, 이번 주엔 UN이 후원하는 아동 학대를 반대하는 콘퍼런스에 연설자로 참여합니다. 은퇴 후엔 축구뿐 아니라 축구 밖의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높입니다. 때론 매서운 비판도, 때론 따뜻한 공감을 담아서.
 
에브라는 천만명 가까운 팔로워를 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에브라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에브라는 천만명 가까운 팔로워를 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에브라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에브라는 여러 논란에 휘말리곤 했습니다. 특히 인종차별에 늘 시달리곤 했죠. 과거 수아레스는 에브라를 조롱해 징계를 받았습니다. 은퇴를 해도 이 문제엔 줄곧 직진합니다.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불평등에 쓴소리로 응수합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인종차별 발언엔 이렇게 맞대응한다고 소개했습니다. 바나나를 올린 글에는 “나는 바나나를 사랑한다”고, 원숭이를 올린 글에는 “원숭이보다 힘이 센 고릴라를 보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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