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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①] '오겜' 황동혁 감독 "해외서 상 많이 탔지만…백상 기대 못 했죠"

입력 2022-06-03 13:00 수정 2022-06-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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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황동혁 감독. 사진=JTBC엔터뉴스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황동혁 감독. 사진=JTBC엔터뉴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시상식을 휩쓴 황동혁 감독이 백상도 정복했다.

지난 5월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오징어 게임'), 연출상, 예술상(정재일/ 음악)을 수상하며, 황동혁 감독은 백상 참석자 가운데 가장 많이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그러면서도 "상을 기대하지 못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오징어 게임' 그리고 황동혁 감독의 수상을 예측했다. 이미 전 세계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았기 때문. 앞서 '오징어 게임'은 압도적인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제치고 유튜브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메인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TV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이정재)·남우조연상(오영수)에 올라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미국배우조합상에서는 남녀연기상(이정재·정호연)을 수상했다. 피플스초이스어워즈에선 '올해의 정주행 쇼'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뿐 아니라, 황동혁 감독 또한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윤석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선수 등과 함께 한국언론인협회가뽑은 '제20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을 수상했다. 성악가 조수미 등과 함께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한국이미지상'도 받았다.

더 써내려갈 새 기록이 남았을까. 아직 '오징어 게임'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은 곧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동시에 시즌 2의 각본도 집필하고 있다. 백상에서의 만남 한 달 후 마주한 황동혁 감독은 바쁜 근황을 전하면서, "이정재는 새로운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과 '오징어 게임' 팀. 사진=JTBC 엔터뉴스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과 '오징어 게임' 팀. 사진=JTBC 엔터뉴스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9월 공개된 후, 약 1년간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요즘 여유를 찾았나요.
"여전히 여유가 없죠.(웃음) 조금 있으면 미국에 또 (에미상을 위한) 캠페인을 하러 가야 해요.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건강은 괜찮나요. '오징어 게임'을 만들면서 치아가 6개나 빠졌다고 했는데, 감독님의 치아 건강을 걱정하는 팬들이 많아요.
"건강도 특별히 좋을 것도 없고요. 특별히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치아는 지금 임플란트 공사 중입니다. 하하하. 아직 다 치료하진 못했어요. 이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더라고요. 한쪽을 치료하면 또 다른 쪽 치료를 해야 돼서요. 이제 반 정도 치료한 것 같아요."

-연출상 수상 후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지요.
"시상식이라는 게, 기대를 좀 안 하려고 노력해요. 이전에도 기대하고 갔다가 못 받고, 괜히 현장에서 실망하고 그랬어요. 그런 경험이 꽤 있어요. 그래서 시상식에 갈 때는 '설마 우리가 받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가요. 이번에는 '다른 나라에서 상을 많이 받았으니까, 한국에서는 다른 좋은 작품 주겠지'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기대를 안 했고, 또 못 했죠."

-수상 소감은 충분히 했는지 궁금합니다.
"시상식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항상 '시간 없다'고 난리가 나잖아요.(웃음) 앞에서 빨리빨리 소감을 말해줘야, 뒤에서 큰 상을 받는 분들이 수상 소감을 길게 할 수 있고요. (연출상 수상 소감을) 짧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시상식에서 상을 타면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요. 누구 이름은 꺼내고 누구 이름은 안 꺼내면, '선을 그어서 여기까지만 감사한 건가?'란 생각이 들어요. 말은 다 하지 못했지만,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 연출부 막내 친구들까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 촬영 비하인드 스틸. '오징어 게임' 촬영 비하인드 스틸.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상을 받았는데, 혹시 지금까지 받은 트로피가 몇 개인지 세어봤나요.
"아뇨. 세어보진 않았어요.(웃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어요. 미국에도 정말 많은 시상식이 있더라고요. '무슨 시상식에서 무슨 상을 받았으니 소감 영상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오징어 게임'이 이 정도이면, 윤여정 선생님이나 봉준호 감독님은 얼마나 많은 요청을 받았겠어요. 영화는 (드라마와 비교해) 상이 더 많거든요. 도시마다 비평가상이니, 그런 정말 많은 상이 있어요. 그분들은 저의 몇배나 더 정신이 없었을 거예요."

-가수 싸이·그룹 BTS·손흥민 선수와 함께 '두유노우클럽' 멤버가 된 건 알고 있나요.
"하하하. 누군가는 '오징어 게임'을 '두유노우클럽'을 넘어서 '아이노우클럽'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이 '너 한국에서 유명한 이거 알아?'라고 물어볼 때 '두유노우클럽'이라고 하잖아요.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엔 외국에서 더 먼저, 많이 유명해졌대요.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먼저 한국 사람들에게 'I Know Squid Game(나 오징어 게임 알아)'라고 하는 경우가 많대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떨떨해요. 물론 모든 작품을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만들지만, 누가 이렇게까지 잘 되리라고 예상했겠어요. 물론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를 통해 작품을 처음 발표했기 때문에, 전 세계 팬들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죠. 그렇지만, 이 정도의 반응까지는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감사하고, 아직도 얼떨떨해요. '왜 이렇게 잘 된 것 같냐'고 다들 물어보는데, 답은 '글쎄요'입니다. 그 답을 알면 다음 작품도 또 그렇게 만들 수 있겠죠.(웃음)"

-단순한 흥행을 넘어 콘텐트가 2차, 3차로 재가공됐죠. 오랫동안 창작해오며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요. 온갖 밈(Meme)이 돼 한동안 인터넷 세상의 중심이 됐었죠.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의도해서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이 한 작품에 반응해서 생긴 현상이잖아요. 거기서 하나의 힌트를 얻은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하면 이런 반응이 생길 수도 있구나'하는 힌트요."

-밈이 될 수밖에 없는 요소를 가득 가진 작품이에요. 어느 정도 의도 하에 연출했을 것 같습니다.
"의도를 한 것도 있고, 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색깔의 사용이라든가, 심볼의 사용은 어느 정도 크로스 컬처(Cross-culture)와 크로스 랭귀지(Cross Language)를 생각하고 만든 거예요. 예를 들어, 동그라미·세모·네모가 게임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기본 도형이기도 해요. 그것이 진행 요원의 세계에선 계급이기도 하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게임도 최대한 단순하게, 누구나 20초 안에 규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죠.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그리고 연령대와 관계없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이 효과를 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남스타일'에는 말춤 같은 것이 있었잖아요. 그와 비슷하게, '오징어 게임'의 이러한 면들이 글로벌한 밈이 된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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