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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성명에서 사라진 '판문점'과 '싱가포르'…멀어진 北 대화의 시간

입력 2022-05-23 19:25 수정 2022-05-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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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화려한 행사 속에 수려한 말들이 오가는 정상회담이지만 모든 핵심은 '공동성명'에 담겨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달랐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북정책의 변화가 두드러진다는 평가입니다. 한해 전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과 비교해 봤습니다.

■ 사라진 '판문점'과 '싱가포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는 두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바로 '판문점'과 '싱가포르'입니다.

“우리는 또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2021년 5월, 한미 공동성명)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의한 두 선언을 지켜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화와 교류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재차 확인했던 것입니다. 당시 회의적이던 바이든 대통령을 문재인 정부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는 '규탄'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웠습니다.

“양 정상은 올해 들어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에서 이를 규탄하고,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간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2022년 5월, 한미 공동성명)

재확인했다는 표현은 같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의 합의 대신 국제사회의 제재 쪽에 뜻을 모았습니다.

■ 확장억제에 새로 등장한 '핵'

이번 공동성명에 새로 등장한 단어도 있습니다. 바로 '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 (2022년 5월, 한미 공동성명)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 때도 비슷한 문구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하였다.” (2021년 5월, 한미 공동성명)

 
지난해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미 공동성명에서 핵을 포함해 미국의 방어역량에 대해 명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양국의 논의가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늘(23일)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며 “우리는(한국은) 핵을 갖고 있지 않으니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하면 당연히 북한의 노력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화의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에 관해 합의한 결과물에 대해 외신은 대체로 “오바마 정부와 닮았다”고 평가합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와 닮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역시 선(先) 비핵화라는 대전제에 걸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현지시간 22일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도 “북한을 달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북한과의 대화의 공은 김정은 위원장의 코트로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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