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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미맨션' 창감독 "방구석 코난들의 추리, 드라마의 재미죠"

입력 2022-05-23 15:16 수정 2022-05-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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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감독. 사진=티빙창감독. 사진=티빙
스크린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한 창감독이 방구석 코난들을 '장미맨션'으로 모여들게 만들고 있다.

창감독은 지난 13일부터 순차 공개되고 있는 '장미맨션'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앞서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 '표적' '계춘할망' 등을 연출한 그는 12부작 OTT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이며 여전한 또 다른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창감독의 신작 '장미맨션'은 사라진 언니를 찾기 위해 돌아오고 싶지 않던 집에 온 임지연(지나)이 형사 윤균상(민수)과 함께 수상한 이웃들을 추적하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창감독이 '남자가 사랑할때'의 유갑열 작가와 협업해 완성한 작품이다. 월드 리딩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SLL을 비롯해 영화 '악의 연대기' '범죄도시' '악인전'을 만든 비에이엔터테인먼트와 영화 '완벽한 타인', 드라마 '트랩'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필름몬스터가 공동 제작한 시리즈다.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현실 공포를 선사하며, 공개 첫 주 드라마 중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많은 네티즌이 '장미맨션' 범인 찾기에 나서게 만들었다. 첫 드라마를 세상에 내놓은 창감독은 "시청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드라마가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창감독. 사진=티빙창감독. 사진=티빙

-첫 드라마 연출작인데, 시청자 반응을 살펴봤나.
"반응을 자주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어쩌다 한 번씩 본다. 방구석 코난처럼, 최근 범인에 대한 추측성 댓글을 최근에 본 적 있다. 보면서 재미있더라. 저는 (범인이 누군지) 다 아니까.(웃음) '이분들이 이렇게 추리했구나' 생각했다. 전개를 설계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신선했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를, 조금씩 공개되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영화 시나리오였던 작품을 12부작으로 만들었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훨씬 좋았다. 영화 시나리오에서 담아내려고 했던 내용보다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시리즈라는 장점을 살려서 다음 회를 계속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관객들이 참여하게 되잖나. 쌍방 피드백이 있어서 12부작 제작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미드폼 드라마임에도 1화는 약 34분, 5화는 55분 등 러닝타임의 변화가 크다.
"처음엔 전 회를 30분 분량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계속 새로운 생각이 나는 거다. 찍으면서 분량이 늘어났다. 이렇게까지 늘어날 줄 몰랐는데, 그렇게 됐다. 5회가 특히 길다. 시나리오상 4~6회를 2회분으로 압축시켰다. 그래서 길게 편집됐다. 짧게 담아 편집해보니 몰입감이 확 떨어지더라. 너무 과감한 생략이었다. 처음엔 30분으로 맞춰보려고 하다가, 고민 끝에 55분으로 만들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수위가 다소 높다는 평도 나온다.
"수위에 관해 생각을 안 했다. 지상파 혹은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잣대로 보면 수위가 세다고 볼 순 있다. 유료가입자 기반의 OTT 플랫폼에서는 수위가 센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위가 강하다고 보시는 분들도 많더라. 수위라는 개념보다는, 리얼리티에 접근했다는 것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창감독. 사진=티빙창감독. 사진=티빙

-1회 초반부터 너무 적나라한 정사신이 나온다는 지적도 있는데.
"앞서 말했듯 드라마 수위가 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전체적인 프레임을 짜면서, 첫 신에 장르적 색깔, 메시지의 색깔을 명확하게 담아내야 했다. 아파트 각 집의 군상이 모이고, 그중 한 집을 보여준 신이다. 우혁이란 인물이 성적인 결핍으로 그 사건을 일으킨 건데, 완전히 반대인 두 사람의 정사신을 넣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아파트 한집 한집이 하나의 감옥 같다는 것을 연출하고 싶기도 했다. 정사신에 많이들 놀라셔서 제가 더 놀랐다."

-장미맨션에서 아파트라는 배경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생활 속 공포라는 게 있잖나. 회사가 될 수도 있고, 학교가 될 수도 있고, 집이 될 수도 있다. 우리와 가장 밀접한, 생활 속 공포를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아파트라는 배경이 떠올랐다. '여고괴담' 같은 공포물에서는 귀신도 등장하고, 때론 좀비도 등장한다.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있을 법한 상황 속 일상 공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파트라는 배경을 통해 그런 효과를 얻고 싶었다. 아파트 구조가 가진 압박감이 있다. 그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던져볼 수 있는 공간이고, 집착이라는 키워드를 메시지화 시켜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장미맨션' 스틸. '장미맨션' 스틸.
'장미맨션' 스틸. '장미맨션' 스틸.

-임지연과 윤균상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유체이탈자'에서 임지연의 연기가 생각보다 많이 성장했더라. 그래서 임지연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육상 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이기에, 너무 체구가 작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임지연을 캐스팅했다. 지나라는 캐릭터는 열등감이 가지고 있어야 했다. 임지연에게 이상하게 그런 걸 느꼈다. 열등감 있는 캐릭터를 던져줬을 때 잘해낼 것 같았다. 윤균상의 경우는, 형사 같지 않은 형사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소년미가 있는 30대 중후반 배우를 찾고 있었다. 윤균상이 딱 떠올랐다. 아주 적중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에서 실제 고양이로 촬영해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충격을 받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연출자로서 이번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불편할 수 있고, 그 불편함이 공론화될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향후 동물, 아이를 다룰 때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해야겠다."

-영화를 연출해 왔다 보니 드라마 문법이 익숙하지 않았을 터다.
"드라마 문법이 있겠지만, 저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드라마 문법이라는 것이 있으면, 또 새로운 게 나올 수 없잖나. 시퀀스 하나가 하나의 회라고 생각했다. 시퀀스 단위로 이야기를 끌어내면 영화 연출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 막상 찍으니 힘들긴 힘들더라. 늘 찍던 것보다 8배 많은 분량을 소화해야 했다. 힘들었는데, 그 덕에 순발력 같은 게 생겼다.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배우들과의 소통도 사전에 다 마쳤다."

-한 회차마다 초반에 나오는 인트로들에서 특유의 영상미나 편집 감각이 나온다. 이런 장면들에 어떤 가치를 부여했나.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함축적으로 등장인물의 히스토리를 강렬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TV 드라마를 보면 뒤로 갈수록 회상신을 많이 넣잖나.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고, 별개의 시퀀스를 만들어서 보는 재미도 있게 만들고 싶었다. 크리에이터로서 하나의 시그니처도 던져보고 싶었다. 또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다면, 저만의 고유 방식으로 남기고 싶다. 드라마 문법을 가능하면 최대한 배제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해보려고 노력했다."

-선우정아와 이적이 OST에 참여해 신선했다.
"이적은 같이 작업 하고 싶어서 직접 섭외했다. 이적이 가진 특유의 음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릴러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선우정아는 스태프에게 특별히 섭외를 부탁했다. 선우정아는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아낸다. 이적이라는 뮤지션을 민수에게, 선우정아는지나에게이입시켜주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드라마가 한층 고급스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윤균상과 임지연의 미묘한 러브라인은 주인공의 결핍, 열등감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인가.
"꼭 필요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꼭 필요했다. 지나도 우혁도 결핍이 많은 인물이다. 옆에서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묘한 러브라인이 중요했다."

-김도윤과 이미도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김도윤은 조커 같다. 캐릭터 이해가 빨랐다. 유학을 다녀왔지만 지질하게 살아가는 인물에 관해 이해를 잘하더라. 매우 만족한다. 이미도는 처음엔 '제가 연기하기에 너무 젊지 않나'라고 했지만, 실제 아파트 부녀회장들은 이미도 나잇대더라. 흡수하는 능력이 좋다. 정말 훌륭했다."
 
'장미맨션' 스틸. '장미맨션' 스틸.

-티빙과의 협업은 어땠나.
"좋았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배려가 있었고, 간섭이 전혀 없었다. 그 점이 가장 멋있었다. 처음 이 작품을 선정하기까지는 까다로웠는데, 선정 후에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도 참 좋았다."

-만족스러운 장면과 아쉬운 장면을 꼽자면.
"댐 장면이다. 실제로 댐에서 촬영을 할 수가 없다. CG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3D로 다 그려 넣은 거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12회를 제일 좋아하는데, 현장 편집만 보고도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장면의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는 장면을 몇 개 삭제해 5회부터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출자로서 살을 도려내는 기분이었다. 연출자로서 신중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삭제했다. 그 부분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

-가슴 아프게 장면을 삭제하며 느낀 점도 있었겠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훨씬 접근이 쉽다. 제가 OTT 매체의 성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극장은 능동적으로 돈을 내고 선택해 보는 것이라면, OTT는 TV와 극장이 반반 섞여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래서 파장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그 특징까지 더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모든 캐릭터가 범인으로 의심받는다.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싶었던 시청자의 반응도 있었나.
"있었다. '지나 동생이 범인일 것이다 지현이의자작극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두 사람은 아니다.(웃음)"

-연출하며 힘들었던 순간은.
"더위, 비와의 싸움. 그리고 주민들과의 싸움. 정말 어렵게 아파트 주민분들을 설득해서 촬영을 진행했지만,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 세트 촬영을 할 수가 없으니, 환경적인 부분이 아주 힘들었다. 로케이션으로 다 찍어야 하니 벌레, 비와의 싸움도 힘들었다."
 
창감독. 사진=티빙창감독. 사진=티빙

-K-스릴러의 장점이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나라 스릴러 작법이 잘 먹히는 이유는 그 장르에 충실하면서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판타지에 가깝거나 극단적 리얼리티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보다 장르물 면에서 뒤떨어진다. K-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소재, 다양한 장르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터들은 정말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K-콘텐트의 장점이다."

-다음 시즌도 나올까.
"작품이 잘 되면 시즌제로 갈 것이고, 생각보다 반응이 없으면 못 할 거다.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그럴 거라 생각한다. 안 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거다. 시즌 2로 가게 되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아직 작품을 접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처음에 티빙 측과 동시 공개에 관해 논의를 많이 했다. 사실 한꺼번에 보면 더 재미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모든 회차가 공개되는데, 몰아서 보시면 알찬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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