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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 이야기하러 모인 이유…스트리밍 이후 고민하는 영화계

입력 2022-05-21 08:00 수정 2022-05-23 10:34

"한국 영화계가 질투 날 정도다" 한국-프랑스 영화인 모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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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가 질투 날 정도다" 한국-프랑스 영화인 모여 대담

크루아제트 거리에 걸린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포스터크루아제트 거리에 걸린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포스터

5월의 칸은 어느 곳에서나 영화인들의 수다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번 칸 영화제는 어느 때보다도 한국 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는 것을 느낍니다. 뤼미에르 극장 주변의 크루아제 거리를 다니다 보니 한국 영화가 표지로 된 잡지를 잔뜩 받았습니다. 영국 매체 '스크린 데일리'는 첫째 날과 둘째 날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표지로 썼고,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셋째 날에 '브로커'를 표지로 삼았습니다. 첫째 날 속지를 들춰 보니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있기도 했고요. 뤼미에르 극장 맞은편 마제스티 호텔에는 거대한 한국 영화 포스터가 여러 장 걸리기도 했습니다.

 
한국-프랑스 영화인들이 만나는 라운드 테이블한국-프랑스 영화인들이 만나는 라운드 테이블

프랑스 영화계가 한국 영화계와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 건 바로 이런 관심의 결과입니다. 칸에서 한국 영화의 첫 상영을 앞둔 오늘(19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프랑스의 CNC(프랑스 국립 영화·애니메이션 센터)의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습니다. 두 나라는 칸과 부산이라는 국제적 영화제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이는 자리를 가진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아시아 영화의 대표 주자로 한국 영화가 자리매김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두 나라의 영화는 어떤 게 다를까. 가장 먼저 나온 건 제작 시스템입니다. 한국의 영화 시스템은 단순합니다. CJ ENM과 같은 대기업, 영화 제작사, 그리고 감독 같은 창작자의 세 가지 축입니다. 극장에서 관객이 많이 들어 수익이 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프랑스의 영화 제작자 알렉시스 단텍은 프랑스 영화계가 '쌀국수'라고 했습니다. 국수를 건져내도 건져내도 새 국수가 남아 있는 쌀국수처럼 복잡한 지원 체계가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프랑스 영화는 민간 부문에 공공이 크게 개입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등 수많은 지원 체계가 있습니다. 제작사가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라고 말했지만, 지원 때문에 실제로 손해는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프랑스 영화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의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스트리밍 업계의 위협입니다. 프랑스 영화인들은 영화계의 인재들이 극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출되고 있다는 관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OTT 플랫폼에도 정부 지원을 하고 있는데, 플랫폼과 극장 영화가 어떻게 지원금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반도'와 '부산행'을 제작했던 이동하 제작자는 팬데믹 기간, 프랑스의 극장 영화가 80% 유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기간 한국의 극장 영화는 이전의 20~30% 제작 수준을 유지했죠. 거대 투자자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로 인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극장 영화가 계속되긴 힘들었기 때문에 '승리호'(넷플릭스)나 '서복'(티빙) 등은 OTT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한국 영화의 질 높은 콘텐츠들이 세계 시장에서 소개가 되었다는 긍정 평가도 있습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본부 해외사업부장은 “코로나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관객들의 습관이 바뀌었고, 이를 어떻게 반영하는가가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영화 제작사 매니저 빅토리아프랑스 영화 제작사 매니저 빅토리아

"한국 영화가 질투 날 정도다"

한 프랑스 영화인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일까. 프랑스 영화 프로덕션 매니저 빅토리아는 한국 영화의 장점을 '장르적 결합'이라고 말합니다. 빅토리아는 “한국 영화는 감정의 긴장감을 잘 다루고, 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하는 다양한 도전을 합니다.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 같은 게 대표적이죠.” 또 '기생충'의 성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빅토리아는, '기생충'의 성공이 프랑스 안에서 한국 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들부터 보다 예술적인 영화로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칸에서 가장 나중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입니다. 배우들과 투자배급사 모두 한국에서 맡은 한국 영화지만, 일본 감독이 만들었죠.
이번 대화에서 영화인들은 두 나라가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소망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여러 나라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 영화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진 상태로 더 다양한 이미지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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