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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그라운드 떠나 농장으로...바조는 왜 축구를 등졌나

입력 2022-05-18 06:00 수정 2022-05-18 06:22

은퇴한 비운의 스타, 2013년 축구와 '굿바이'..."농장일은 내가 칠할 색깔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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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비운의 스타, 2013년 축구와 '굿바이'..."농장일은 내가 칠할 색깔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땔감용 나무를 자르고, 트랙터를 끌고 일을 합니다. 밤에는 너무 피곤해서 어지러울 정도예요.”
놀랍지만 로베르토 바조(55)의 요즘 일상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알타빌라 비첸티나에서 가족 농장을 꾸린지 오래됐습니다. 스타는 세상을 향해 장막을 쳤습니다.
대외 활동 역시 극히 제한적입니다. 간헐적으로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죠. 그의 이야기는 1년 전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긴 했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축구와 거리두기를 합니다.
 
'말총머리'로 기억되는 로베르토 바조는 2013년 축구계를 떠났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적한 곳에 머물며 개인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바조 인스타그램)'말총머리'로 기억되는 로베르토 바조는 2013년 축구계를 떠났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적한 곳에 머물며 개인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바조 인스타그램)

최근 스페인 스포츠 전문 '아스'는 바조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바조가 요즘 '좋아하는 것'을 소개했습니다.
“농구를 좋아합니다. 샤킬 오닐을 좋아했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팬이었고, 르브론 제임스를 사랑합니다. 또 열정이 담긴 여자 축구를 좋아합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소박한 전원의 삶을 선택한 이유, 삶에 대한 통찰도 비칩니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열쇠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을 채우는 건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농장일을 하는 건 어렵지만 그림에 어떤 색을 칠할지 스스로 선택할 순 있습니다.”

“그림에 어떤 색을 입힐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이탈리아 축구의 기술위원장을 맡았지만 어떤 변화도 추동할 수 없었던, 그 무력감을 빗댄 듯 보였습니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 '아스'는 바조의 최근 삶을 돌아봤습니다. 1994년 월드컵 결승전 실축 장면과 함께 '바조는 어떻게 됐어?'라는 제목을 내걸었습니다. (사진=스페인 '아스' 캡처)스페인 스포츠 전문 '아스'는 바조의 최근 삶을 돌아봤습니다. 1994년 월드컵 결승전 실축 장면과 함께 '바조는 어떻게 됐어?'라는 제목을 내걸었습니다. (사진=스페인 '아스' 캡처)

그가 축구를 등진 건 2013년 1월입니다. “안락의자에 앉는 건 관심 없다”는 말과 함께. 2010년 이탈리아축구협회의 기술위원장을 맡아, 2011년 11월 이탈리아의 남아공 월드컵 실패를 진단하는 900페이지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그 분석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죠. 이탈리아의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직언을 쏟아냈지만 무시됐습니다. 바조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축구계를 떠났다 해도 바조는 계속 호명됩니다. 1년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조가 맨체스터시티에 몸담고 있다면 한 시즌 50골을 넣었을 것”이라 칭찬했습니다. 말총머리를 한 174cm의 작은 키, 그러면서도 선수 시절 스트라이커인지 공격형 미드필더인지 모를 독특한 역할을 해냈죠.

 
1994년 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는 브라질과 맞서 승부차기에서 패했습니다. 바조가 찬 공은 골대 너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1994년 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는 브라질과 맞서 승부차기에서 패했습니다. 바조가 찬 공은 골대 너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고의 선수였지만 그만큼 많은 실패를 경험한 선수도 흔치 않습니다. 불운, 불행과 싸웠던 비운의 스타입니다. 바조는 지금도 브라질과 맞선 1994년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 순간에 갇혀 있습니다. 공을 골대 너머로 날아갔죠. 계속되는 부상과 맞서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했죠. 사키, 리피, 트라파토니, 카펠로까지 이탈리아의 명장과 불화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고집했던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밖으로 튕겨 나가더라도 주어진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축구 밖의 세상에 눈길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 일, 자선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이야깃거리가 많은 축구 스타도 흔치 않죠. 그럼에도 축구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과거 지단의 평가가 계속 귓가를 맴돕니다.
“바조가 왜 경기를 안 뛰고 벤치에 앉아있죠? 내 평생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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