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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사망시간부터 학대 여부까지 추정…국내 최초 '법곤충 감정실' 생겼다

입력 2022-05-17 16:00 수정 2022-05-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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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법곤충 감정실 〈사진=경찰청 국가수사본부〉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법곤충 감정실 〈사진=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곤충을 통해 사람의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법곤충 감정기법'이 국내에 본격 도입됩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늘(17일)부터 충남 아산 경찰수사연구원에 국내 최초로 법곤충 감정실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법곤충 감정은 부패한 시신에서 발견된 곤충의 특성을 활용해 사망시간 등을 추정하는 수사기법입니다. 곤충이 특정 온도 범위에 따라 일정한 성장 특징을 보이는 점을 활용하는 겁니다. 주로 파리류와 딱정벌레가 해당합니다.

변사사건에서 사망 시간은 사망 원인이나 범죄 연관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입니다. 보통은 체온 하강이나 시신의 얼룩, 시신 경직, 위에 남은 내용물의 소화 상태 등을 토대로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데, 죽은 지 오래 됐거나 부패된 시신은 이런 방법만으로는 사망 시간 추정에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수사기관에 법곤충 전문가가 활동하거나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법곤충 감정 활용은 초보 단계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그해 6월 전남 순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의 사망 날짜를 추정하는데 처음 적용하기 시작해 그 뒤 일부 사건에 활용한 바 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법곤충 감정실 〈사진=경찰청 국가수사본부〉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법곤충 감정실 〈사진=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망 시간뿐 아니라 계절까지 추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9년 6월, 경기도 오산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백골 시신의 경우 주변 곤충 번데기가 10월에 출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해당 유골이 2018년 10월 이전에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고, 실제 범인 검거 이후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2018년 9월에 발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사망 원인까지 밝혀내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아들이 80대 노모가 사망했다고 신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모의 괴사 상처에서 발견된 곤충의 길이를 살펴봤더니 사망 3일 전에 알을 낳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결국 아들이 병든 노모를 제대로 간호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가 인정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법곤충 감정을 수사에 제한적으로 활용해왔지만, 전담 감정실이 없었고 국내 곤충 전문인력도 부족한 데다 관련 자료도 충분치 않아 그동안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청은 2016년부터 법곤충 관련 연구개발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올해 4월부터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법곤충 감정실을 통해 기존 연구 성과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망시간 추정뿐 아니라 계절과 시신 이동 및 약물 사용 여부 등 추가적인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방임·학대나 동물 학대·유기 등 다양한 분야에도 수사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개소식에 참석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 법곤충 감정기법을 통해 변사사건의 수사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마지막 사회적 책무인 만큼 모든 변사사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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