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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정도 많고 한도 많은 송가인이어라

입력 2022-05-14 08:00 수정 2022-05-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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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돌스튜디오 제공포켓돌스튜디오 제공
'미스트롯' 우승 이후 3년이 흘러 송가인(36)을 다시 만났다. 언제 들어도 구수한 사투리와 매력 포인트인 반달 눈웃음으로 반기는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 활동이 늘어 신이 난다면서 사인과 사진 등 팬서비스까지 톡톡히 했다.

올해는 송가인에겐 특별하다. 7년이란 무명의 터널을 지나 데뷔 10주년을 맞았고 무엇보다 정규 3집 '연가(戀歌)' 발매와 전국투어까지 모처럼의 대면 스케줄이 꽉 들어찼다. 연말엔 발라드 장르에도 도전하는 꿈을 품고 있다. 송가인은 10주년 소회를 묻자 "인제 잘 된 지 3년밖에 안 돼서 체감은 안 된다"고 웃으며 "앞으로 50주년 될 때까지 열심히 가수의 길을 걷겠다. '국민가수'라는 타이틀로 걷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켓돌스튜디오 제공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정통 트로트 위주로 정규 3집 '연가'를 꾸린 이유가 있나.
"장점이라 생각했다. 판소리도 했기 때문에 정통 트로트에 자신이 있었고 내가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세미 트로트만 알았던 젊은 층이 정통 트로트도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어린 친구들도 따라 하기도 하고 정통 트로트 시대가 부활했다고 생각한다. 주요 팬층은 중·장년층이다보니 거기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있다. 젊은 친구들도 어렵긴 하지만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다. 이번 앨범엔 잘할 수 있는 정통 트로트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동백아가씨'를 만든 고 백영호 선생님 곡을 받았다. 타이틀곡 '비 내리는 금강산'은 '나만의 한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잘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들어 타이틀로 요청했다. 이 곡을 들을 수 있는 실향민이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 곡을 들려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해서 발표하게 됐다."

-대중성보다 실향민을 위한 노래를 택한 점이 인상깊다.
"요즘 곡들을 많이 받는데 옛날 주옥같은 명곡들이 잘 안나오더라. 그만큼 옛 세대보다는 덜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 내리는 금강산'은 요즘 세대 한 번 불러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정통 트로트의 대도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했다. 또 '비 내리는 금강산'은 정통 트로트 중에서도 진한 스타일이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 히트나 대중성의 욕심은 좀 버렸다."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 헌정곡도 불렀는데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나한테 제안이 왔을 때 '과연 나한테 오지 않고 다른 분들한테 갔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한스럽고 애환이 담긴 목소리라 생각해서 맡기지 않았을까.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분들을 위해서 후세대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내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것밖에 보답이 없을 거 같아서 흔쾌히 재능기부를 했다. 대학교 리포트를 쓸 때 위안부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제대로 내용을 알게 됐다. PC방에서 그 숙제를 하면서 화가 났다. 가슴 아픈 일에 공감했고 화가 났다. 직접적인 후손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답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노래)했다. 그분들에게 위안이 됐다면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나이 답지 않은 한이 많은 목소리는 어디서 나올까.
"희한하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 부르면서도 내가 그 세대가 아닌데 왜 한이 나오는지 모르겠더라. 콘서트나 공연 때 밝은 노래를 불러도 팬이 울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내가 부르면 슬프다고 하신다. 15년 넘게 국악을 전공으로 하면서 나도 모르게 한이 섞여 나오지 않을까. 내가 국악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특별함이 없었을 텐데, 내가 국악을 기초로 다져왔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향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남도 중에서도 끝 섬 진도다. 진도는 개도 문화재다. 엄청 문화재가 많다. 초등학교 때 특별활동을 하면 진도에선 선생님이 가르쳐서 국악 대회도 나간다. 애기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국악은 진도 유학을 가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냥 기본적으로 진한 한이 있는 거 같다. 우리 어머니도 문화재다. 굿을 하는 무녀인데 그런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어머니나 동네 사람들 우는 걸 보면 그냥 울지 않고 '아이고~ 아이고~' 곡조를 넣어서 우신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한스러움이 표현되지 않았나."
 
포켓돌스튜디오 제공포켓돌스튜디오 제공

-자취방 할머니 만나 눈물을 흘린 것을 봤다. 정도 많기로 유명하더라.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만이 겪은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엔 놀이터가 없어서 강이 놀이터고 마을 회관이 놀이터다. 나이 있으신 분들과 감성이 비슷하게 자랐다. 내 나이에 맞지 않는 감성을 경험해서 특별하지 않았나. 나이가 많은 송가인이었다면 특별하지 않았을 텐데 나이가 아직은 어린 편이라 특별함이 됐다. 겪어왔던 경험들을 통해 자취방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교감이 남달랐다."

-팬들에게도 특별하게 대한다고.
"70대 팬도 스트리밍을 배워 팬카페 활동을 하신다. 우리 부모님도 못하는 걸 해주시는 팬 분들을 보면서 정말 감격하고 감동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노래 들려드리는 것이 내 임무라 생각한다. 행사 끝나면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카페라도 빌려서 팬미팅을 한다. 나를 잠깐 보자고 전국 각지에서 모이시는데 노래만 하고 갈 순 없다. 이야기도 주고받고 질문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고 싶다."


황지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jeeyoung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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