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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아 안 믿겨" 故강수연, 눈물 속 발인

입력 2022-05-11 12:32 수정 2022-05-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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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아 안 믿겨" 故강수연, 눈물 속 발인

'별보다 아름다운 별' 故강수연이 영면에 들었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강수연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고인과 막역했던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위원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배우 설경구, 문소리, 정웅인, 한지일 등이 참석해 추모했다.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를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5,500여명의 대중이 함께 참여해 추모물결을 이어갔다. 영결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인을 추억하는 영상에서는 한평생 영화와 함께였던 강수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4살에 데뷔해 평생을 영화와 함께한 강수연은 최근까지도 9년만 스크린 복귀작 넷플릭스 '정이' 작업에 참여했다.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됐다.

사회를 맡은 유지태는 "별보다 더 아름다운 별, 강수연님의 영결식을 거행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전혀 실감이 안나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했다. 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 분들과 영화계 선후배 여러분들이 함께해주셨다.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첫 순서로 고인을 기리는 묵념이 진행됐고, 생전 고인과 인연이 깊었던 지인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이었던 김동호 위원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배우 강수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믿기지도 않고 믿을수도 없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보내고자 한다"며 "수연씨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우리가 자주 만나던 만두집에서 만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졸지에 제 곁을 떠나다니. 그 때 당시 건강하게 보였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오"라고 비통해했다.

이어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난지 33년이 지났다.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내왔는데 나보다 먼저 떠날수가 있는가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연씨는 한해도 거르지 안혹 참석하는 별이었고 상징이었다. 21살에 월드스타라는 왕관을 쓰고 당신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끝까지 잘 버티면서 명예롭게, 잘 견디면서 살아왔다. 억세고 지혜롭고 강한 가장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내색하지도 않고, 부모님과 큰 오빠를 지극정성으로 모셔왔고 동생을 잘 이끌어 왔다. 범접할 수 없는 미모와 위용을 갖추면서 남자 못지 않았다. 후배들을 사랑하고 믿음으로 뒤따르게 하면서 살아왔다"고 기억했다.

또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영화도 타고난 연기력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강수연의 모습을 보여드리리라 누구나 믿고 기뻐했다. 그 영화가 유작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비록 인공호흡기를 하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평온한 모습으로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당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됐다"며 "비록 강수연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나서 지상의 별이 져서 당신은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를 비추면서 끝까지 더 화려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강수연씨 부디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장례위원장으로 장례기간 동안 조문해주시고 유족을 위로해주신 분들께 대신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도 추모영상을 보내왔다. 대만영상위원회 부위원장 제니퍼 자오 이사는 "친구들에게 보여주셨던 우정과 다정함을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그리고 하고 있다. 다른 세상에서 당신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배우 양귀매는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당신은 최고의 영화 예술인, 친절하고 따뜻한 친구였다. 신을 따라 아름다운 곳으로 가길 기원하겠다"고 소망했다.

강수연은 '씨받이', '됴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연산군',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업', '아제 아제 바라아제', '베를린 리포트', '경마장 가는 길', '그대안의 블루', '웨스턴 애비뉴', '처녀들의 저녁식사', '송어', '써클', '한반도', '달빛 길어올리기', '주리', '정이' 등 수십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영화를 알렸다.

고인과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함께 작업했던 임권택 감독도 눈물로 고인과 작별했다. 그는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하늘로 갔니. 편히 쉬어라"라며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설경구는 "한달전에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곧 있으면 봐야 하는 날인데 이제는 볼수가 없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송어'라는 영화 찍으며 첫 인연이 됐다.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나를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치고 도움 주셨다"며 "이런 모습은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무한 애정을 주신걸로 안다. 배우들을 너무 좋아했고, 진심으로 아꼈던 배우들의 진정한 스타셨다. 새까만 후배부터 한참 위의 선배들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거인같은 대장부셨다. 아직 할일이 너무 많고, 해야할 일이 많은데 비통할 뿐이다. 사라지지 않은 별이 돼 우리를 비춰주실거다. 보여주신 사랑과 염려, 영원히 잊지 않겠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라며 애틋함을 보였다.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문소리는 "수연 선배님, 어느날 친구랑 같이 콩국수 먹고 키우던 화분 분갈이를 하고, 그러고 있는데 언니가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망한 마음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LP를 방에서 들고 나왔다. 한참을 그 LP를 들었다. 까랑까랑하고 그 때도 여전히 당돌한 언니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울면서 듣고 웃으면서 듣고 LP판 뒤에 쓰여진 글도 한참을 읽어보고, 친구랑 중랑천을 한창 걸었다"며 "영화의 세계가 땅에만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늘에서도 못하겠냐. 거기 가면 故김지석 프로그래머도 계시고, 언니 거기서 그분들이랑 영화 한판 하셨으면 좋겠다. 그 가운데 언니가 있다면, 뭐든지 다 해결될 거다. 여기서는 같은 작품 못했지만, 이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하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유작을 함께하게 된 연상호 감독은 "2011년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이 칸영화제에 초청돼 그 곳에서 몇개의 상을 받았다. 시상식 끝나고 담배를 피고 있을때 한 영화제의 관계자가 불렀던 일이 있다. 그를 만났는데 관계자는 내게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영어로 이야기했다. 영어를 할줄 몰라서 쩔쩔 매는데 그걸 지나가다 본 강수연 선배님이 통역해주셨다. 그 칸 영화제가 어떤 이야기가 했는지 기억 안난다. 하나의 의문만이 든다"며 "통역을 자처하는 스타가 있겠나. 강수연 선배님은 연기로 한국 영화 알리고, 그후로도 자기 일처럼 나섰다. 자기 일처럼이라는 말을 정정해야 할 거 같다. 마치 자신이 한국영화인 것처럼. 앞서 의문은 강수연 자체가 한국영화다"라고 말했다.

연 감독은 "몇년전 한 영화를 기획했다. SF영화인데 어떤 배우와 함께해야하냐를 떠올렸을때 강수연이다.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던 이 영화를 함께하고 싶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도저히 다른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같이 해보자 했을때 뛸듯이 기뻤다. 든든한 빽이 생긴거 같았다. 거대한 배우와 내가 각별한 사이가 될줄 몰랐다"며 "이젠 작별 후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님과 함께 선보일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제가 선배님의 든든한 빽이 되어 드리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화 같아 안 믿겨" 故강수연, 눈물 속 발인

마지막으로 고인의 동생은 "사랑하는 저희 언니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해주신 모든 영화제 관계자들 감사하다. 여러분 덕분에 허망할 뻔 이별의 시간을 추억으로 할 수 있었다. 영화로 일생을 함께했던 강수연 배우로 기억되길 소망하며, 다시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인들의 말처럼 강수연은 한국영화 그 자체였다. 한국 배우 최초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원조 월드스타로 발돋움 했고, 이후로는 영화 행정가로 변신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던 고인의 말처럼, 단단한 사람이었다. 영결식과 발인을 마친 뒤 고인의 장지는 경기도 용인공원에 마련된다. 영결식에 참여한 이들은 마지막까지 고인과 인사를 나누며 작별을 고했다. 강수연은 영원한 잠에 들었지만, 고인이 남기고 간 발자취는 영원할 것이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사흘만인 7일 오후 3시께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영화인 장으로 진행됐고,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순재, 김혜수, 설경구, 송강호, 정우성, 정보석, 구교환, 문근영, 박소담, 문성근, 이연희, 유해진, 김보성 등 수많은 동료들이 조문을 다녀갔다.

장례고문으로는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 장례위원은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종원, 김호정, 류경수,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윤호, 양익준, 연상호, 예지원, 오세일,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병헌,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장선우, 전도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병환,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이 함께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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