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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영정사진도 소품 같아" 故강수연 조문·추모 행렬

입력 2022-05-08 20:38 수정 2022-05-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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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고(故) 강수연 빈소를 찾은 봉준호 감독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8일 고(故) 강수연 빈소를 찾은 봉준호 감독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한국 영화계를 빛낸 배우 고(故) 강수연을 문화 예술계의 조문과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수연의 빈소는 8일 오전 10시부터 공식적으로 조문객을 받았다. 이른 오전부터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를 비롯해, 임순례·윤제균·민규동 감독, 배우 박정자·김혜수·이미연·문근영·류경수·김의성·김윤진·박상민·김학철 등이 조문했다. 한지일·엄지원은 전날부터 빈소를 찾았고, 고인의 장례식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채령 부부, 연상호 감독, 문소리·예지원 등은 전날에 이어 다시 빈소에 방문했다.

오전 11시께 고인을 찾았다 1시간 가량이 지난 12시 빈소를 나선 봉준호 감독은 "너무 실감이 안 난다. 몇 달 전에 뵀었는데 지금 실감이 안 나가지고…. 영정도 보면 영화 촬영 소품 같다"며 믿기지 않는 현실에 먹먹한 애통함을 표했다. 곽신애 대표 역시 "영화를 해오는 우리 세대들은 늘 어떤 영화인의 기세 중심이자, 여러 면에서 마음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감사하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조문했다"고 전했다.

'최초의 월드스타' 길을 함께 개척한 임권택 감독은 "할 말이 없다"며 무거운 표정을 지은 후 "내가 먼저 죽어야 되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먼저 가니까 아깝다"면서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때문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고,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 워낙 영리한 사람이라 그 많은 세월을 일했음에도 촬영 과정에서 무슨 지장을 주거나 하는 것이 한 번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강수연은 임권택 감독과 함께 한 '씨받이'(1986)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웨스턴 애비뉴'(1993)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정자는 "아쉬운 마음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또 강수연 배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다 아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굉장히 치열하고, 스태프와 배우들을 응원하는 똑부러진 여자였다, 똑소리가 나는 똑순이었다. 지나치게 똑소리가 나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지독한 사랑'을 함께 한 김학철도 "비통한 소식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다. 황망하게 하늘나라로 떠나신 강수연 님의 명복을 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동호 이사장은 "대부분 조문객들이 너무 빨리 타계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황망함을 표했다. 아마 모든 영화인들의 심정은 거의 같을 것이다. 영화계에서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영화인장으로 모시게 된 것은 다행이다"며 "난 (고인이)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받았을 때부터 33년 동안 같이,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누이동생이나 아주 친한 친구처럼 그렇게 여기면서 지내왔기 때문에 강수연 배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만큼 너무 충격적이었고 황망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도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조화를 보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날 낮 12시께 고인 빈소를 직접 찾아 "대한민국 영화사에 더 큰 역할을 할 분인데 너무 일찍 떠나 안타깝다. 올 가을께 고인에 관한 훈장 추서를 준비하려 한다. 강수연 님이 쌓아 놓은 것들이 우리 사회와 영화계에 잘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한다. 유족들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故) 강수연 빈소에 쏟아진 추모 물결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고(故) 강수연 빈소에 쏟아진 추모 물결 〈사진=故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조문객의 발걸음 만큼 영화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도 줄을 이었다. 박찬욱·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엄앵란·신영균·김지미·독고영재·박중훈·문성근·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희선·조승우·김남주·김승우 부부·이성민·마동석·강동원·송중기·김보성·이정현·김고은·한효주·추자현 등의 이름이 걸렸고, 앙드레김 아뜨리에 김중도 대표와 가수 김건모·이선희·이은미,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 임하룡 등도 조의를 표했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메가박스 등 국내 대표 배급사와 넷플릭스 등 플랫폼도 고인을 배웅했다.

SNS에도 추모 물결이 넘실거린다. '경마장 가는길'(1991)을 함께 했던 문성근은 '강수연은 대단한 배우다.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프다. 명복을 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에서 호흡맞춘 김여진은 '강수연 선배의 명복을 빈다. 영광스럽게도 처음 찍어 본 영화에서 그 분의 친구였다.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계시리라 믿는다', 정보석은 '우리 영화의 위대한 배우 강수연이 하늘로 떠났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평안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그대 안의 블루'(1992) 메가폰을 잡았던 이현승 감독은 '안녕 나의 친구. 나의 첫 영화를 함께해줘서 고마웠다'며 '난, 난 눈을 감아요. 빛과 그대 모습 사라져 이제 어둠이 밀려오네. 저 파란 어둠 속에서 그대 왜 잠들려 하나. 세상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라는 '그대 안의 블루' 가사의 한 구절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진작가 조세현은 고인의 젊은 시절 사진과 함께 '인생이 곧 배우였던 나의 뮤즈 수연이. 먼저 별이 된 그녀를 추모하며. 굿바이 수연'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봉태규는 '선배님, 편히 잠드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인사를, 김규리는 '부산국제영화제 '화장' 행사장은 이춘연 사장님과 강수연 선배님께서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시면서 힘을 보태주셨다, 너무 감사했었다". 저도 나중엔 '저렇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이춘연 사장님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드리고 또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선배님을 보내드릴 줄은"이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긴 이들은 또 있다. 윤영미 아나운서는 '나의 단골집 주인에게 들은 얘기. 그녀가 종종 와 술을 마시던 식당이 장마로 물이 차 보일러가 고장나 주인이 넋을 놓고 앉아있는데 강수연 그녀가 들어와 연유를 묻고는 따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비 600만원을 헌사했다고. 듣기론 그녀도 당시 넉넉치 않은 사정에 온가족을 부양하는 자리에 있었다는데 참 통 크고 훌륭한 배우 그러나 외로웠던 여자. 강수연, 그녀를 애도합니다'라고 썼다.

윤현숙은 '나 어릴적 여의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 흰 반팔니트에 흰 미니스커트를 입고 길에서 걸어오던 그녀의 당당하고 멋진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나. 그때의 그녀가 지금도 나의 머릿속에 선하다. 보고도 듣고도 믿지 못할 그녀의 죽음에 마음이 시려온다. 영원할 것 같은 모든것들이 어느순간 사라지고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마음이 어지럽다. 별이되어 빛나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이승연은 '신기하게 생일도 같던 강수연 언니. 언제나 당당하고 언제나 멋지고 언제나 아름다웠던 전설의 여배우. 평안하길 바라요. 벌써 그립다', 이상아는 '몇 년 전 내 입장에 서서 나를 격려해주고 힘이 돼 주려고 노력했던 언니. 아역 때부터 활동한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주려 했던 언니' 실감이 안 나네. 천국에선 평안하길', 안연홍은 '언니와 같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건 나의 자랑거리 중 첫 번째였다. 촬영장에서도 늘 편안하게 대해 주고, 나처럼 새카만 후배도 항상 따뜻하게 챙겨줬던 언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고 회상했다.

홍석천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돼 수연 누나를 알게 된 건 참 행운이었다. '석천아 누난 네 그대로가 참 좋다' 그 응원이 내겐 큰 힘이 됐다. 부산영화제에 갈 때마다 '오늘 너무 멋지게 입었네. 와줘서 고마워'라던 누나의 웃음을 더 이상 못 보게 됐다. 전화라도 더 자주 할 걸. 맛있는 거 같이 먹자고 나오라고 졸라 댈 걸. 어려워하지 말 걸. 누나 이따가 보러갈게요. 아픈 줄도 모르고 미안해요"라는 마음을 표했다.

 
봉준호 감독 "영정사진도 소품 같아" 故강수연 조문·추모 행렬
봉준호 감독 "영정사진도 소품 같아" 故강수연 조문·추모 행렬
이와 함께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긴 인연을 이어왔던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은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셨으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고인의 노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글을 게재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빛나는 별이었던 고 강수연 배우의 영면을 추모합니다, 그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유산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애도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폐막식에서도 영상을 통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강수연 배우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앞선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많은 분들이 쾌유를 바랐지만 오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라며 강수연의 대표작인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포스터를 함께 올렸다.

고인의 유작 '정이' 공개 플랫폼인 넷플릭스도 공식입장을 통해 '한국 영화계의 개척자였던 빛나는 배우 강수연 님께서 금일 영면하셨다,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 보여주신 고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기억했다.

고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뇌내출혈 진단을 받은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사흘 만인 7일 오후 3시 타계했다.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 장으로 치러지며,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고문은 배우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신영균·안성기·이우석·임권택·정지영·정진우·황기성 등이다.

장례위원으로는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한민, 김호정,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여성영화제),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승민,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익준, 예지원,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전도연, 장선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이 이름을 올렸다.

고 강수연 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이며, 조문은 8일부터 10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며,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1966년생으로 아역 시절부터 활동한 배우 강수연은 생애 동안 오로지 영화를 양한 애정과 열정으로 인생의 행보를 채웠다. 유작으로 10년만 복귀작 넷플릭스 '정이'를 남겼다.
 
봉준호 감독 "영정사진도 소품 같아" 故강수연 조문·추모 행렬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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