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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사표 쓰면 192만원"…엔데믹 '희망' 그들엔 '절망'

입력 2022-05-07 19:13 수정 2022-05-0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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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요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거리가 없어진 마스크, 진단키트 제조업체 노동자부터 아직 복직하지 못한 코로나 해고 노동자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엔데믹에 가려진 노동현장의 그늘을 크로스체크 조보경 서준석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한 마스크 공장의 재고창고.

뜯지 않은 박스들이 사람 키 두 배 넘게 쌓여있습니다.

[장기태/마스크 제조 업체 대표 : 지금 여기는 한 20만 장. 이게 한 1년 됐네요.]

다른 공장의 창고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정경택/마스크 제조 업체 대표 : (재고) 한 50만 장 이상 가지고 있으니까… (판매량은) 옛날에는 100을 봤을 때 지금은 한 10%, 5%도 채 안 되죠.]

한 때 기계가 있었던 방은 지금은 텅 빈 공간이 됐습니다.

일거리가 줄면서 마스크 기계 15대 중 3대만 남기고 모두 처분했기 때문입니다.

[정경택/마스크 제조 업체 대표 : (폐업하는 사람들은) 장비는 걷어서 고철 처리해서 몇 푼이라도 건져야 하니까.]

[장기태/마스크 제조 업체 대표 : 마스크 제조업체가 만약 100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한 80% 도산을 하거나 기계를 처분하거나 그런 상황이고.]

코로나 시대 10배 가까이 늘어난 마스크 제조업체, 대부분이 업종 전환이나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진단키트제조업체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A씨는 얼마 전 회사로부터 사실상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아직 7개월 가량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남으려면 '주간 근무'를 하라고 했습니다.

대신 임금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동료들 수십 명이 위로금 192만 원을 받고 회사를 나갔습니다.

[A씨 : 선택권이 없다고 하는 게 되게 억울하단 말이에요.]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정규직 비율은 정규직의 네 배 수준입니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 비정규직 같은 경우에는 엔데믹 상황에서 또 다르게 다시 비자발적인 실업을 겪을 가능성이 크죠.]

그토록 기다리던 엔데믹 시대, 그 변화 속에서 이렇게 진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편 코로나19가 남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서울의 한 소규모 여행사.

사이판, 푸껫 등 해외 여행지 문의를 기다리는 광고가 붙었습니다.

가게 안에는 세계지도가 펼쳐졌습니다.

[강순영/여행사 대표 : 작년 12월에 비하면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표현은 할 수 있기는 한데…]

하지만 아직 '코로나의 그늘'을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매출은 코로나 이전 대비 고작 5~10% 수준 회복됐습니다.

[강순영/여행사 대표 : 실제 (여행 문의가) 예약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요. '해외 나가셨다가 입국 48시간 이전에 PCR검사를 하셔야 합니다' 안내하면 다들 뒤돌아가세요.]

매출이 0으로 떨어지자 가게 절반을 바꾼 세탁실. 그나마 숨 돌릴 수 있게 해준 기계들은 사실 대출을 받아 들여온 것입니다.

여행 매출이 아직 지지부진한 사이, 대출 만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강순영/여행사 대표 : 동굴의 터널을 다 지나왔는데, 저 앞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거기까지 갈 힘이 없어서 내려놓는…]

해고 노동자 김계월 씨의 아침은 700일 넘게 종각의 한 빌딩 앞에서 시작됩니다.

기내 청소를 맡았던 김 씨는 회사의 무급휴가를 반대하다가 해고 당했습니다.

법원이 '복직명령'을 내렸지만, 회사는 여전히 김 씨를 부를 생각이 없습니다.

[김계월/해고된 노동자 : 하루라도 일터에서 일하고 싶은 해고노동자들의 간절함이 아무런 의미 없이 방치되고…]

코로나가 한참일 땐 '회사도 어렵겠지'하고 이해해 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다시 해외로 출항하는 지금까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함께 싸워온 노동자 3명은 길거리에서 정년을 맞았습니다.

[김계월/해고된 노동자 :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그 답답함 속에서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그게 제일 마음이 힘들어요.]

코로나가 휩쓸고 간 2년, 꼬리가 길었던 팬데믹은 여러 난제를 남겼습니다. 

(영상취재 : 류규열·박재현,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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