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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관람객 즐거움은 '잠깐'…갇힌 동물 고통은 '평생'

입력 2022-05-06 19:51 수정 2022-05-0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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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생긴 지 113년쯤 됐습니다.

좁은 우리 안에 동물들의 평생을 가둔 채 우린 뭘 보고 싶어 하는 건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고민해봤습니다.

[기자]

곰이 살고 있다는 시설로 찾아와 봤습니다.

이게 이 시설의 홍보 안내문인데요.

"만지는 즐거움, 느끼는 생생함"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쪽은 어떤 상황일까요? 직접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찾아온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크고 작은 포유류들이 있는 구역에선 작은 철제 우리에 갇힌 새끼 일본원숭이가 가장 먼저 보입니다.

자물쇠를 만지고 인형을 뜯습니다.

일본원숭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2급으로 사육시설 등록 대상인데, 시설 규격 기준을 어겼습니다.

곰이 살고 있는 우리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제보 영상에서 보인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1분 동안 8바퀴, 끊임없이 돌면서 몸을 젖힙니다.

[최인수/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 곰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생기는 이상 징후인 정형행동으로 보면 될 것 같고요. 심하면 자해를 하는 경우까지도…]

재규어도, 하이에나도 같은 행동을 눈에 띄게 반복합니다.

군데군데 털이 빠지고,

[동물원 관람객 : 쟤 어쩌니, 블랙 재규어인데 저거 봐. 뒤에 털이.]

[동물원 관람객 : 진짜, 이런 거 생각하면 안 와야 해. (너무 좁은 데다 뒀어. 활동적인 애들을.)]

꼬리도 다쳤습니다.

[동물원 관람객 : 꼬리가 왜 이래? (잘렸네.)]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 양에 제한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먹이 판매 직원 : 상관없어요, 개수는.]

[동물원 관람객 : 닭 날개 4개. (4개나?)]

먹이 주기 체험을 하려면 2천 원을 주고 이 꼬챙이를 가지고 오면 되는데요.

끝에는 닭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끝이 뾰족해서 먹이를 주다가 다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곰에게 주지 말라는 닭고기를 주는 관람객도 있습니다.

[동물원 관람객 : 벌써 먹었어. (어 선생님, 그런데 닭 날개 안 된다고 돼 있는데.)]

[동물원 관람객 : 누가 닭 날개 줬어?]

관리하는 사육사는 가까이에 없습니다.

[최태규/수의사 : 야생에서의 먹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체험용 먹이는) 굉장히 달거나 영양가가 너무 높아서 동물들에 비만을 초래하거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먹이들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불편함을 느낀 관람객이 적지 않았습니다.

[박용권/전북 전주시 인후동 :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것 같아서 아이들도 불쌍하다고…]

[홍성원/대전 용원동 : 아픈 친구도 조금 있는 것 같고. 죄책감 들어서 다시는 못 들어오겠어요. 동물들이 피해 보는 것 같아서.]

지난해 환경부가 동물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습니다.

[최인수/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 (맹수들 우리가) 다 시멘트 바닥으로 돼 있어요. 사람이 배설물이나 이런 걸 청소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인간의 편의성 위주로.]

현재 국내에선 몇 가지 멸종위기종을 제외하고는 사육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은 없는 상황입니다.

동물원 측은 취재진에 정형행동의 경우 대부분 동물원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관람이 끝난 뒤 충분한 휴식과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맹수 등의 사육공간은 2019년 리모델링 계획을 잡았으나 코로나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을 보고 교감하려고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느꼈을까요.

사람들은 잠깐 보는 풍경이겠지만 이런 생활, 동물들에겐 평생 이어질 일상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강한결 / 영상그래픽 : 정수연 / 인턴기자 : 남궁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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