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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실내도 '노 마스크' 나라 가봤더니…우리나라 실내 마스크 해제는 언제?

입력 2022-05-02 16:34 수정 2022-05-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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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열린 바르셀로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2년 만에 열린 바르셀로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실내도 '노 마스크'…2년 전으로 시계 돌린 나라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심장부인 카탈루냐 광장. 일요일인 이날은 2년 동안 중단됐던 도심 마라톤 대회가 크게 열렸습니다. 주변 10km를 도는 코스인데, 1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스페인은 4월 20일부터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코스를 돌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과 관광객들이 한 데 섞여 마스크를 벗고 휴일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달력을 2년여 전으로 되돌린 것 같았습니다.

 
바르셀로나 몬주익 분수쇼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노 마스크'로 광장을 가득 메웠다바르셀로나 몬주익 분수쇼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노 마스크'로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고 해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백화점이나 상점, 식당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다녔습니다. 10명 중 1~2명 정도만 마스크를 썼는데, 이들은 현지인 중 고령층이나 아직 '노 마스크'가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이었습니다. 다만 매장 직원들은 실내 '노 마스크' 조치에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 대조적이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선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성 가족 성당' 내부도 '노 마스크'지만 20~30%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다'성 가족 성당' 내부도 '노 마스크'지만 20~30%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다

실내 유명 관광지는 어떨까. '성 가족 성당' 내부는 관광객들로 가득한 상태였습니다. 이동할 때마다 사람들과 어깨를 스쳐야 하는 경험 역시 2년 만에 겪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선 다른 것보다 마스크 착용 비율이 높았습니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감염의 위험은 훨씬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벗기는 쉽지만, 다시 쓰기는 어렵다"…고령층·백신 미접종자들에겐 곳곳이 '위험'

'옷처럼' 쓰고 다녔던 마스크를 벗고 외출하는 것은 너무나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이 어색함도 금세 적응됐습니다. 며칠 만에 마스크를 쓰는 게 어색해졌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이 마스크 의무 해제 조치에 아직 성급하다는 지적을 하며 "마스크를 벗는 것은 쉬워도 다시 쓰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던 게 실감이 났습니다.

마스크는 내 침방울이 나가는 것과 다른 사람의 침방울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KF94 정도의 마스크가 아닌 비말 마스크나 천 마스크로는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막기 쉽지 않습니다. 다 같이 마스크를 쓰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스크로 인한 방어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노 마스크'가 일상화가 되면 고령층이나 백신 미접종자들은 곳곳에서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위험성이 약해졌다고 해도 마스크가 막아주지 않는 한 공기 중엔 전보다 더 많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방역당국이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를 놓고도 고심을 거듭한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2년 전으로 되돌아간 시계...밤 늦은 시간에도 광장은 사람들로 붐볐다2년 전으로 되돌아간 시계...밤 늦은 시간에도 광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실내에서도 마스크 벗은 나라들, 확진자 규모는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마스크 의무가 없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페인을 보겠습니다. 집계 사이트 'worldometer'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난 7일 총 신규 확진자는 37만 명으로 그 전주보다 15만 명, 29% 줄었습니다. 영국은 감소 폭이 53%에 달했습니다. 감소 폭이 큰 나라들은 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 확진자 숫자가 몇 배 급증했다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런 널뛰기 수치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은 10%, 스페인도 8% 정도 확진자 숫자가 줄었습니다. 일본도 실내외 마스크 규제 대부분을 풀었는데 전주 확진자 숫자가 그 전주보다 11% 줄었습니다.

우려와는 다르게 마스크를 벗어도 유행 규모는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확진자 숫자가 늘어 다시 실내 마스크 착용을 검토했던 미국도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우리도 마스크 없이 논다″ 대구의 한 분수대에서 마스크 없이 노는 아이들 〈사진=연합뉴스〉″우리도 마스크 없이 논다″ 대구의 한 분수대에서 마스크 없이 노는 아이들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언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당국 "엔데믹 와야 가능"

우리보다 먼저 마스크 방역 규정을 철폐한 나라들의 확진자 규모 변화는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우리가 '노 마스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자료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이대로라면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부분의 전문가들 예측이고방역당국의 입장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고령층 등 고위험군과 백신 미접종자들에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풀고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낮추고도 확진자 7일 격리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방역당국은 그 시점을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인식되는 '엔데믹' 상황이 와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손영래 중수본사회전략반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은 장기간 유지돼야 하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확산세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을 비롯한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곳들이 남아있어 안정화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조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애초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달 말쯤에야 실외 마스크 해제 시점을 논의하기로 했었는데 계획보다 한 달가량 당겨졌습니다. 밖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실내 마스크 착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국민적 경각심이 낮아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지난 20일 "마치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백신 면역 반응 떨어지는 다음 달, 변이 확산 여부가 관건

현재 우리나라 백신 3차 접종률은 64%에 머물고 있습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이 90%에 가까운데 3차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곧 백신으로 인한 면역이 떨어지는 시점이 옵니다. 국내 전문가들이 이르면 다음 달 다시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른바 'n차접종'시 면역 유지 기간은 전보다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른바 '엔데믹'으로 가는 중요한 고비는 이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는 아직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면역이 약해지는 시점에 등장할 변이가 다시 유행에 불을 붙일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를 결정하는 시점은 '새 유행'이 어떤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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