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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상하이 '디아스포라' ...홍콩 큰손 "리먼사태급 위기"

입력 2022-05-01 08:58 수정 2022-05-03 17:01

中 제로코로나 不退戰
대륙서 자금이탈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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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로코로나 不退戰
대륙서 자금이탈 가속

4월 22일 베이징의 지하철 개찰구를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지나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도 봉쇄의 우려가 퍼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4월 22일 베이징의 지하철 개찰구를 마스크를 쓴 직장인들이 지나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도 봉쇄의 우려가 퍼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중국 시진핑 체제의 제로 코로나 노선은 최소한 연말까지 유지될 모양입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봉쇄와 각지의 코로나 방역 조치 강도를 보면 부작용을 탓하며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간 양상입니다. 봉쇄된 도시는 공동체로부터 분리된 디아스포라 신세입니다.

상하이 봉쇄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중국의 수출 제조기지를 끼고 있는 상하이를 이렇게 철통 채우면 물류나 공급망 대란은 필연적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누적된 경제 피로감까지 덮쳐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예측불가 상황입니다.

5주째 봉쇄된 상하이의 도심 전경. 〈사진=AP, 연합뉴스〉5주째 봉쇄된 상하이의 도심 전경. 〈사진=AP, 연합뉴스〉
돈의 흐름에 민감한 기관 투자자들은 제로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홍콩 자본이 터트린 일성입니다. 비판 수위가 심상치 않은 만큼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4월 28일자 보도입니다.

일단 발언의 파괴력이 셉니다. 좀더 들어보겠습니다.

중국 경제가 지난 30년 만에 최악의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주식에 대한 시장 심리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30년은 중국이 천안문 사태로 인한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국제분업에 뛰어들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3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시간입니다. 그 사이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쓰나미급 폭풍이 몰려왔지만 중국 경제는 국가주도의 부양책으로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우리 경제도 중국과 연결된 공급망을 통해 몇 겹의 위기를 잘 모면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실력이 기본이었지만 교역 비중 1위인 중국 경제가 잘 버텨줬던 외부 효과도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홍콩 사모펀드에서 이런 경고음이 나왔다는 점에서 경고의 성격이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웨이젠 산 홍콩 사모펀드 PAG 회장.〈사진=FT캡처〉웨이젠 산 홍콩 사모펀드 PAG 회장.〈사진=FT캡처〉
주인공은 홍콩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설립자 웨이젠 산(68) 회장입니다. PAG는 500억 달러(약 63조원) 이상의 펀드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2019년 남산의 그랜드하얏트호텔 인수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던 펀드 운용사입니다.

산 회장은 어떤 인물일까요. FT 설명입니다. 그는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차이나팀을 이끌었고 2005년 선전(深?)개발은행 인수를 주도했습니다. 외국 자금의 중국 은행 인수 첫 케이스였습니다.

또 중국 국영 철강업체 바오산 철강,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레노버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올해 초 알리바바바 이사회 독립이사로 임명되는 등 중국ㆍ홍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베테랑 금융전문가 중 한 명입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인터넷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영향력 못지 않게 홍콩 금융가에서 쌓은 그의 지명도와 권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산 회장은 대륙 출신입니다. 표준 중국어를 구사하는 그의 영업력과 네트워크는 광동어를 구사하는 화교 출신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로 종종 지적됩니다.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대표적인 '잃어버린 세대'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미·중 데탕트 이후 미국 유학 기회를 쥔 그는 UC 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그의 은사는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던 자넷 옐런 재무장관입니다. FT에 따르면 고비 사막의 천막에서 촛불을 켜고 자습으로 이뤄낸 그의 고학(苦學) 스토리에 옐런은 "번개에 맞은 듯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홍콩의 금융 중심지 센트럴 지구에 위치한 PAG 빌딩의 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즐기는 그는 비교적 온화하고 사교적인 성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거칠고 직설적인 발언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중국 당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쉽게 언론을 타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습니다.

폭발성 큰 산 회장의 발언은 공식석상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29일 FT 인터넷판에 따르면 PAG 펀드상품 판매를 위한 화상회의에서 나온 얘기인데 녹화된 내용이 외부에 흘러나온 걸로 보입니다. 발언의 출처가 내부 비즈니스 대화였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베테랑 금융 전문가의 가감 없는 진단과 현실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좀 더 들어보시죠. 충격적입니다.

”금융중심지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해 '절반의 마비' 상태다. 현재 중국은 우리에게 2008년(금융위기)의 미국과 유럽처럼 느껴진다.”

FT는 29일자 인터넷판에서 산 회장의 발언이 홍콩 금융가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50억 달러를 운용하는
홍콩의 자산운용 매니저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곤 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부동산 거품이 터져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상품 가격이 폭락하고, 관련 대출 회수가 불가능해지면서 리먼브러더스 등 대규모 투자은행들이 줄도산했던 금융 쓰나미 사태였습니다. 이 사태의 파급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경제의 본진에 퍼져 한동안 금융 붕괴의 공포가 전세계를 흔들었던 사건입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산 회장은 자사의 포트폴리오에서 중국물의 비중을 대폭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는군요. 시장에선 일찌감치 썰물처럼 대규모 자본 이탈이 일어났습니다. 산 회장을 통해 이상 기류의 배경이 드러난 것 뿐입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국제금융협회(IFF)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이탈한 외국자본 규모는 17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탈 자본 중 75%가 채권이었습니다. 중장기 투자 성격의 채권이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비관적입니다. 나머지는 주식인데 이게 중국 주식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5일 22개월 만에 3000선이 붕괴한 데 이어 26일에는 2900선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경제 중심 상하이에 이어 정치 중심인 베이징까지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면서 투심을 악화시켰습니다.

도미노가 될 지 모르는 도시봉쇄 사태는 어떻게 될까요. 당국은 요지부동입니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앙일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의 진단을 들어보겠습니다. 『코로나는 중국이 끝나야 끝난다(4월11일자 중앙일보 28면)』 유상철의 '중국읽기' 칼럼에서 발췌했습니다. 좀 길지만 이중삼중으로 퇴로가 막힌 시진핑 체제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첫 번째는 '중국 백신의 효력' 문제다. 미국의 화이자 등에 비해 중국의 시노백 백신 등은 예방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중국산 백신 접종을 믿고 빗장을 풀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료시설 미비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지 않더라도 대규모 감염은 환자 수 급증을 말한다. 이 경우 중국의 의료진과 시설이 따라가지 못해 사망자 폭증을 낳을 수 있다. 지난달 초 중국의 한 연구기관은 백신 접종률이 95%에 달해도 중국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지역이 인구 이동을 자유롭게 할 경우 1년 안에 2억 3420만 명이 감염되고 2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둔 정치적인 문제다. 중국은 이제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적게 발생한 감염자나 사망자 수를 놓고 이를 미국이나 서구에 앞서는 체제의 승리로 선전해 왔다. 이는 오는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세 번째로 총서기가 돼야 할 시진핑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업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코로나 발생 지역에 대해선 예외 없이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정리하자면 '물백신' 때문에 면역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이로 인해 빗장을 풀었다가는 중증 환자가 몰려 수용 한계에 직면한 의료체계가 붕괴할 지 몰라 두렵고, 무엇보다 3연임 치적이 필요한 시진핑 체제의 정무 판단에 의한 과학방역의 한계 때문에 이 상태가 최소 연말까지 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인 거죠.


봉쇄로 인한 경기 둔화가 눈에 띄게 드러나면서 부양책을 편다고는 하지만 곳곳에 칸막이가 쳐진 경제의 물길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골병이 들텐데 이게 강 건너 불 구경할 사안이 아닙니다. 중국 경제의 직격탄 거리에 있는 한국 경제의 현실 때문입니다.

베이징으로 출근하는 허베이성 직장인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베이징으로 출근하는 허베이성 직장인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아무리 미ㆍ중 경제가 디커플링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한 세대 동안 구축한 국제분업 시스템입니다. 공급망이 밀접하게 결속돼 있는 한중 경제가 무 자르듯 싹둑 디커플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한폭탄이 될 지도 모르는 중국 경제의 쓰나미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 시간이 되기 전에는 서해 넘어 중국 경제의 위기 신호에 경각심을 풀 수 없습니다. '우리 문제가 산더미인데 중국 경제 걱정할 시간이 어딨느냐'고 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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