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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집에 가고 싶어"…확진 장애인 아내의 '마지막 5일'

입력 2022-04-26 20:40 수정 2022-04-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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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체장애를 가진 쉰 살 정희숙 씨는 지난달 코로나에 걸린 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닷새 만에 가족의 품을 떠났습니다.

세상에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던 정씨의 마지막 120시간을,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다섯 가족에게 빈 자리가 생겼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미역국 잘 만드세요?) 아이 엄마가 다했죠. 엄마가 해준 맛 난다고? 간 한번만 봐봐. 짜? 안 짜?]

가족 모두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건 지난달 12일.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예서가 양성이라는 문자가 왔더라고요. 나머지 네 명도 다 확진을 받았죠. 그때부터 아이 엄마 상태가 안 좋았어요.]

아내는 근육이 점점 약해져 움직일 수 없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119는 병원까지 실어줄 수 있는데 병원에서 안 받아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다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그때 당시 확진자가 너무 많이 쏟아지니까. 우리한테까지 올 기회가 없는 것 같다고.]

연락이 닿아도 자리가 없었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장애가 있고 코로나에 걸려 상태가 안 좋다고 했더니 상황이 안 된다고. 그 정신에서도 큰딸 기분 맞춰주려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치료도 받지 못했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대면 진료 가능한 곳이 있다고…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거예요.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는데 아이 엄마는 일어날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그날이 왔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응급실이 전화를 받더라고요. 어떻게 좀 해달라 했더니 격리병실이 하나 있다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닷새 만에 처음 만난 의료진.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담당 의사가 오더니 기도 삽관을 해야겠다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거예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안영일/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집에 가고 싶어요. 언제 갈 수 있어요?' 계속 얘기하는 거예요. 아이 엄마는 애들도 걱정되고 집에만 오면 살 것 같았는지.]

여덟 살 막내딸은 엄마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습니다.

[안예서/장애인 코로나 사망자 유족 : (마음 아플까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봐…) 엄마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코로나 3년, 우리는 일상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일상은 코로나 이전도, 이후도 늘 외면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 (장애인 대상 감염병 매뉴얼이) 법적 근거가 있는 행정규칙이라고 보기엔 어려워요.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사실은 가능한 상황이 아니고.]

[담당 지자체 감염병관리과 :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우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미크론 확산이 심했고. 일대일 대응이 잘됐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코로나 확진자여도, 장애인이어도 누군가 아내를 낫게 해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의사를 만나지 못했고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남긴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람이 마주한 현실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집이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최지우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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