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장면]안산의 말이 아프게 꽂혔다 "전 초등특수교육과 다녀요"

입력 2022-04-22 19:08 수정 2022-04-22 19:28

장애인 지지 메시지 이유 묻자 되받아친 한마디...안산의 따끔한 응수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장애인 지지 메시지 이유 묻자 되받아친 한마디...안산의 따끔한 응수


#화살 하나로 우리에게 행복한 여름을 선물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침울했던 기억이 잠깐이나마 시원하게 걷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안산(21) 선수를 기억합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가슴 뛰는 성취를 잊지 못합니다. 특히 그가 쏟아낸 한마디가 사람 마음을 명중했죠. 여자 개인전 결승전, 연장 승부 같은 슛오프에 들어갈 때 되뇌었던 혼잣말은 “쫄지 말고 대충 쏴”였습니다.

 
안산은 가장 떨리는 순간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안산은 가장 떨리는 순간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쫄지 말고 대충 쏴" "좋아하는 건 좋아하면서 살자" 사람들 마음 '명중'
#가장 떨릴 때, 가장 침착했기에…. 또 가장 흔들릴 때, 가장 강했기에…. 모두가 안산을 보고 놀랐습니다. 실제로 긴장의 순간 10점짜리 화살을 연달아 세 번 쏘기도 했죠. 그는 다변보다는 침묵을 좋아하는 듯 보였지만, 차분하게 던지는 말은 가슴을 때리곤 했습니다. 절제가 만든 힘으로 느껴졌습니다.
JTBC와 인터뷰에서 좌우명을 물었더니 “좋아하는 건 좋아하면서 살자”라 답했습니다. 올림픽에 앞서 “'할 수 있다'에서 '해냈다'를 이뤄내 보자”라고 마음을 다졌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이 참 부러웠습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사진=연합뉴스)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사진=연합뉴스)
"저는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21일 던진 한마디도 그렇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자리, 인터뷰에선 일주일 전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메시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서 트위터를 남겼는데, 사람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게 기존 선수들에게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왜 그런 글을 남기게 됐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안산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우선 저는 광주여자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고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로서 아시안게임에 선발돼서 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력 관련 질문을 제외한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안산이 지난 14일 올린 짧은 글. 장애인들을 향한 지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사진=안산 트위터 캡처)안산이 지난 14일 올린 짧은 글. 장애인들을 향한 지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사진=안산 트위터 캡처)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
#일주일 전이죠. 지난 14일 화살 대신 묵직한 메시지를 쐈습니다. 소셜미디어엔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이라는 한마디를 적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후원금도 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문제 삼았는데, 안산이 장애인들의 힘겨운 싸움에 지지를 보낸 겁니다.
스포츠의 '정정당당'은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공평한 기회를 받는 것일 텐데, 안산의 메시지는 거기서 출발하지 않았을까요. 장애인들의 시위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주위를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안산은 그저 '사람을 보고 사람을 생각'하는, 상식의 이야기를 던졌는지 모릅니다.

 
안산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로도 선발됐습니다. 안산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로도 선발됐습니다.
안산은 '사람'을 봤고, 그게 불편한 사람들은 '논란'이라 썼다
#안산은 뜻하지 않게 '논란'과 싸워왔습니다. 그 '논란'도 사실은 언론이 붙인 근거 없는 이슈화이기도 했죠. 올림픽 때는 머리 길이 때문에 '쇼트커트는 페미니스트'라는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노란 리본을 단 사진을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 안산은 세상사의 가장 '기본'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안산의 한마디가 아프게 다가옵니다.
“저는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