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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주문 안 한 소음까지 배달해주는 주택가 물류센터?

입력 2022-04-20 09:00 수정 2022-04-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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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주문하면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새벽에 물건을 받게 해주는 새벽 배송. 많은 사람이 누리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주문하지도 않은 '소음'과 '피해'를 가져다주는 물류센터들이 있다고 합니다. 몇 년째, 매일, 늦은 밤과 새벽에도 계속돼온 일이라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는 도심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물류센터를 취재했습니다.

※ 관련 리포트↓
[밀착카메라] 주택가에 물류창고…"24시간 소음" 쌓이는 불만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5474

① 서울 성동구 쿠팡성동1캠프
“솔직한 심정으로 법만 없다고 그러면 다이너마이트 가지고 터뜨려서 저 물류센터 폭파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거야. 너무 화가 나서. 오죽하면 그러겠습니까.”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동부주택 주민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쿠팡성동1캠프는 빌라, 주택, 아파트단지가 모여 있는 성수동1가 주택가에 있습니다. 동부주택은 물류센터와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고요. 주민들은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호소했습니다. 물류 차량이 드나드는 소리, 센터 안에서 물건을 옮기고 끌고 내려놓는 소리, 지게차 안전경보음 소리, 음악 소리까지 들린다는 겁니다. 24시간 운영되는 곳인데 새벽 3~4시에 특히 시끄럽다고 했습니다. 많은 동부주택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창문 창틀을 이중으로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서울 성동구 쿠팡성동1캠프의 야간 작업 모습. 주변이 다 어두워진 밤에도 이곳은 바삐 돌아간다.서울 성동구 쿠팡성동1캠프의 야간 작업 모습. 주변이 다 어두워진 밤에도 이곳은 바삐 돌아간다.

“여름에 더우니까 창문을 열고 자고 싶은데 너무 시끄러워서 아예 창문 열 생각을 안 해요. 에어컨만 틀어놓고 있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라니까.”

주민들 말이 맞을까. 취재진은 밤부터 새벽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주변이 어둡고 조용해진 밤에도 작업은 계속 진행됐습니다. 그러다 새벽 3시부터 하얀 물류 차가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센터 앞에 차를 대고 물건을 실으면서 작업 소리도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동부주택과 근처 아파트에서 소음측정기로 재보니 큰 소리가 날 때마다 야간 소음기준치 45㏈을 넘겼습니다.

쿠팡 성동1캠프 물류센터 앞 아파트에서 측정한 소음 수치.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인데 야간 기준치 45데시벨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쿠팡 성동1캠프 물류센터 앞 아파트에서 측정한 소음 수치.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인데 야간 기준치 45데시벨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더 당황스러운 건 '음악 소리'였습니다. 센터에선 새벽에도 계속 음악을 틀고 작업을 했습니다. 문제는 주택 쪽 입구들이 열려 있어서 그 소리가 밖에서도 다 들린다는 거였죠. 작업하면서 나는 소리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조용한 새벽에 음악까지 트는 건 너무하다는 주민들 말이 이해됐습니다.

주민들이 이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걸 물류센터 측은 알고 있을까. 직접 물어보려고 센터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센터 관계자는 “본사 홍보팀에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홍보팀은 “당사는 (소음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에어 방음벽 설치를 논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방침입니다. 작업 중 노랫소리는 주민 피해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보도 4일 뒤, 주민들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고 작업 소음도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도 인근 도로에 물건을 가지러 온 화물차 20대 정도가 늘어서 있었다"면서 "불법 주정차로 통행에 불편을 주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경기 광명시 롯데광명물류센터

롯데광명물류센터 앞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촬영한 모습. 새벽 1시 30분에도 건물 전체가 환하다.롯데광명물류센터 앞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촬영한 모습. 새벽 1시 30분에도 건물 전체가 환하다.

이 물류센터 바로 앞엔 오피스텔이 있습니다. 새벽 1시에 도착했는데 꼭 이른 저녁 같았습니다. 건물 전체에 환하게 조명이 켜져 있고 '윙' 하는 소리가 계속 났기 때문입니다. 물류센터가 내다보이는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소음측정기를 대고 30분간 관찰해봤는데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시간대인데도 내내 야간 소음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나중에 주민들에게 들어보니 소음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물류센터 바로 앞 주민들과의 인터뷰. 소음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물류센터 바로 앞 주민들과의 인터뷰. 소음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광명시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오피스텔 주민으로부터 소음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시청이 현장에 나가 야간 소음을 측정했는데 기준치가 넘어 과태료 부과와 함께 개선 행정명령도 내렸습니다. 업체 측은 “롯데광명물류센터에 소음을 아예 차단하도록 하는 시설 공사를 수억 원을 투입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명시청에 인허가 서류가 들어가 있고, 공사 승인이 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간다고요. 또 공사를 시작하면 한두 달 안으로 마무리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JTBC 취재진과 인터뷰한 오피스텔 주민 임혜민 씨가 보내온 관련 안내문 사진.JTBC 취재진과 인터뷰한 오피스텔 주민 임혜민 씨가 보내온 관련 안내문 사진.

③ 서울 도봉구 쿠팡미니캠프
이 물류센터도 아파트 단지와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청에 소음 관련 민원도 몇 차례 들어왔습니다.

서울 도봉구청으로 들어온 주민 민원. 아파트 바로 앞 창동 쿠팡미니캠프 작업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서울 도봉구청으로 들어온 주민 민원. 아파트 바로 앞 창동 쿠팡미니캠프 작업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캠프 쪽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취재진이 물류센터를 촬영하고 있는데 한 직원이 다가와 소식을 전했습니다. “주무실 때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온 건 알고 있다”면서 “에어 방음벽 설치가 확정됐고 견적서도 나와 곧 진행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센터 규모를 확장할 예정인데 주민분들이 계속 불편해하시면 우리도 곤란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에어 방음벽이 세워지면 소음이 크게 줄어들까요?

■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해서 주변에 피해주는 것도 당연한가요?

전국에 등록된 물류창고는 4704개입니다. 쿠팡처럼 업체 소유의 물건을 업체 고객들에게 배달하는 창고는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또 전체 바닥면적 합계가 1000㎡ 미만인 창고도 등록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창고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겁니다. 현재 물류시설 관련 법령엔 '주택가와 일정 거리 떨어져야 한다' 등 입지를 제한하거나 특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습니다.

새벽 배송 서비스가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고 편리하다는 걸 주민들도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들이 원하는 건 한 가지입니다. 주변 주민들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라도 보여 달라는 겁니다. 물류센터 바로 앞에 있는 동부주택 주민자치회장 박주순 씨의 말을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저 센터가 이 지역을 떠나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작업을 다 창고 안에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쿠팡은 대형 유통회사잖아요. 물류센터 안에 본인들이 필요한 시설을 다 갖추고, 물류 차량의 주차 공간까지 갖추고 나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 업체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변 도로와 인근 주택가 주차공간까지 점유하며 피해를 입힌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원래는 회사가 비용을 들여 공간과 설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공적인 사회 기반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주변에 피해를 주면서요.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쿠팡도 이익을 취하잖아요. 쿠팡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물류회사라면 그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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