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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태평양전쟁 美·日 첫 육상 교전지 과달카날…'섬 쇼핑' 中 눈독

입력 2022-04-14 06:58 수정 2022-04-14 16:14

日, 美·호주 연합작전 길목 차단
과달카날섬에 비행장 건설 착수

美軍 상륙 후 해전 패해 보급 끊겨
日 장비로 난관 뚫고 활주로 완성

일 대본영 과달카날 탈환 목표
수만명 일본군 축차 투입 혈전

중, 안보협정 맺고 과달카날 상륙
미, 29년만에 대사관 열며 정보전

中, 아프리카ㆍ남미ㆍ동남아 등
전략 요충지 섬들 임대 총력전
FT "中, 동인도회사 차리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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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美·호주 연합작전 길목 차단
과달카날섬에 비행장 건설 착수

美軍 상륙 후 해전 패해 보급 끊겨
日 장비로 난관 뚫고 활주로 완성

일 대본영 과달카날 탈환 목표
수만명 일본군 축차 투입 혈전

중, 안보협정 맺고 과달카날 상륙
미, 29년만에 대사관 열며 정보전

中, 아프리카ㆍ남미ㆍ동남아 등
전략 요충지 섬들 임대 총력전
FT "中, 동인도회사 차리나" 비판

지난주 연재물 [중국은, 왜] 솔로몬제도 편 『中, 호주에 “우크라이나 꼴 난다”…신경질적 비난, 왜?』 스토리에서 앞으로 이 섬이 미국 동맹 진영과 중국간에 치열한 외교ㆍ정보전의 각축장이 될 거라고 얘기했었죠.

1942년 8월 과달카날에 상륙하는 미해병대. 〈사진=더 내셔널 2차대전뮤지엄 캡처〉 1942년 8월 과달카날에 상륙하는 미해병대. 〈사진=더 내셔널 2차대전뮤지엄 캡처〉
중국이 지난달(3월) 30일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했는데 초안 내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중국의 필요에 따라 중국 군함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또 중국이 관여하는 주요 프로젝트 보호를 위해 군 병력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죠.


중국이 이렇게 그립감 있게 솔로몬제도에 접근하자 미국도 29년만에 대사관을 다시 열고 기반을 정비하고 있고 호주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ㆍ호주의 대외정책을 다루는 고위 인사들의 방문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관련 소식은 아래에서 전해드리죠.

도대체 인구 70만명에 불과한 이 섬나라에 무슨 볼일이 있길래 이렇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ㆍ중이 부산을 떠는 걸까요.

두 나라 대사관이 개설된 수도 호니아라는 솔로몬제도의 여러 섬 가운데 면적과 위치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주도 과달카날. 〈사진=더컨버세이션 캡처〉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주도 과달카날. 〈사진=더컨버세이션 캡처〉
이 섬의 이름은 과달카날입니다.태평양전쟁에서 미군과 일본군이 처음으로 육상에서 교전을 벌였을 정도로 반드시 뺏어야 했고 반대편에선 사수해야 했던 전략 요충지였습니다.

진주만 기습과 미드웨이 해전 이후 미군(호주ㆍ뉴질랜드 연합군)은 과달카날을 반격의 거점으로 삼아 일본 본토 공략을 꾀했습니다.

반대로 일본군은 남방작전으로 동남아를 장악한 뒤 후방의 위협인 호주를 압박하고 미군과 호주ㆍ뉴질랜드군의 연합 작전을 차단하기 위해 과달카날을 비롯한 남태평양의 섬을 점령했습니다.

1942년 대본영은 일본 해군이 관할하던 남태평양 수역에서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섬에 활주로를 집중 건설했습니다. 앞서 미드웨이·산호해 해전에서 항모 4척과 경항모 1척이 수장되고 2척이 파손되는 등 항모기동전력이 큰 타격을 입는 바람에 지상 발진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 〈사진=브리태니커 캡처〉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 〈사진=브리태니커 캡처〉
따라서 미드웨이 해전 이후 남태평양에서 미ㆍ일의 전투는 비행장이 있는 섬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공중 전투와 해상 함포전이 아닌 미 해병대와 일본군의 첫 육상 전투는 일본군이 전략 요충지로 낙점한 과달카날에서 벌어집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 해병대가 투입된 첫 전투지인 과달카날을 거점으로 미군은 북상하기 시작해 괌ㆍ사이판에 이어 오키나와를 점령하게 되죠.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퇴했음에도 전력상 미 해군과 대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과달카날에서 무너진 뒤 전세를 한번도 역전시키지 못합니다.

과달카날은 이렇게 미군의 태평양 전략에서 간과할 수 없는 핵심 길목인 겁니다. 전략 요충지인거죠. 특히 동중국해는 일본, 인도양은 인도, 남중국해는 호주가 미군과 함께 연합 방어 작전을 벌인다는 쿼드 전략 차원에서 보면 호주와 미군의 연합 작전을 차단하는 급소가 과달카날입니다.


과날카날 상공의 미일 공방전. 〈사진=theaviationgeekclub닷컴 캡처〉과날카날 상공의 미일 공방전. 〈사진=theaviationgeekclub닷컴 캡처〉
태평양전쟁 때 미ㆍ일의 각축장이었던 이 섬에 21세기 들어 중국의 친정부 기업들이 상륙하면서 다시 한번 과달카날이 역사의 무대에 소환되고 있습니다.


솔로몬제도 지도 〈사진=옴니아틀라스닷컴 캡처〉솔로몬제도 지도 〈사진=옴니아틀라스닷컴 캡처〉
1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를 함께 보실까요. FT는 “중국의 기업들이 전략적 위치의 섬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과달카날의 주도 호니아라 건너편의 툴라기섬은 약 12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입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해군 기지를 세운 군사 요충지입니다. 중국의 친정부 기업 삼그룹은 주로 석유 관련 사업을 다룬다고 신고된 기업인데 이 섬의 항구 부지를 75년 임차하려다 무산됐습니다. 삼그룹은 무기 수출입과 중국 선전 영화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달카날 대안의 툴라기섬. 〈사진=더컨버세이션 캡처〉과달카날 대안의 툴라기섬. 〈사진=더컨버세이션 캡처〉
중국 기업이 노리는 건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 기지 인근에 있거나 주요 해상로에 대한 정찰ㆍ감시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한 섬들입니다.

석유 사업을 한다는 삼그룹이 일본군이 기지를 세웠던 툴라기섬을 장기 임대하려는 이유에 대해 FT는 “중국의 기업들은 정부와 같은 입장에서 지정학적 야망을 보이고 있다”며 “남태평양에 해군 기지를 짓는 목표와 관련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FT는 중국 기업들이 이런 목표를 위해 정부의 첨병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태평양, 남미 등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나라와 교역을 늘리며 현지 정치권과 네트워크를 쌓아 최종적으로 항구 부지 임차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필리핀 푸가섬에서도 전자장비 거래, 스마트시티 건설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2017년 임대차 계약을 시도했습니다. 푸가섬은 필리핀과 대만 사이의 바다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입니다.

캄보디아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을 내세우며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보류중인 상태라고 합니다. 이외에 엘살바도르 등지에서도 각종 사업을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FT에 “중국 기업들은 현대판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인도회사는 17세기 초 영국, 네덜란드 등이 제국주의 무역과 식민지 개척을 위해 세운 회사죠. 그래미 스미스 호주국립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원은 “중국의 많은 기업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대일로 '스리랑카편'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중국은 친정부 또는 국유 기업을 앞세워 항구 부지를 임차하거나 담보로 잡은 뒤 채무 불이행시 장기 임차로 전환시키곤 합니다. 중국 기업이 운영권을 쥐고 나면 이 항구 부지에 각종 이유를 들어 해군 기항 시설이 세워지는 패턴입니다.

중국의 '동인도회사'들이 태평양을 휘젖고 다니면서 미국과 호주에도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미ㆍ호주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오른쪽)와 만난 솔로몬 제도의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10월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오른쪽)와 만난 솔로몬 제도의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10월 솔로몬제도의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방중을 환영하는 깃발이 천안문 광장에 걸렸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2019년 10월 솔로몬제도의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방중을 환영하는 깃발이 천안문 광장에 걸렸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FT에 따르면 제드 세셀자 호주 태평양 담당 장관은 12일 호니아라를 찾아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안보협정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앞서 앤드류 시어러 호주 국가정보국장과 폴 사이먼 해외첩보국장도 달려왔습니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ㆍ태평양 조정관이 과달카날을 이달 중 찾을 계획이라고 FT는 보도했습니다.

80년 전 과달카날 쟁탈전 이후 조용했던 섬에 미국,호주,중국의 고관들이 북적대면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겁니다.

흑해의 크름반도 같이 19세기 영ㆍ러의 그레이트게임의 전장이나 태평양전쟁의 한복판이었던 과달카날이 세기를 바꿔 다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번 전쟁이 났던 지역은 세력간 이익이 맞부딛치는 교차점인 곳이 많습니다. 세력이 바뀌어도 이익이 다른 한 충돌과 대치를 피할 수 없다는 걸 크름반도와 과달카날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과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 인도ㆍ태평양 조정관 등 백악관 관계자들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협의를 갖고 있다. 〈사진=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윤석열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과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 인도ㆍ태평양 조정관 등 백악관 관계자들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협의를 갖고 있다. 〈사진=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
4월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소형화를 위한 실험을 위해 갱도를 다듬고 있고 미군의 핵항모 타격전단은 동해에 들어와 작전 중에 있습니다.


이 질곡의 대결 구도는 유화ㆍ강경 정책적 변화나 민족ㆍ이념 접근을 통해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새 정부가 나라 밖 국제 정세가 돌아가는 큰 판을 의식하면서 외교안보 라인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현실적 인식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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