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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미도 "손예진 웨딩드레스에 눈물 기분 묘했다"

입력 2022-04-12 11:36 수정 2022-04-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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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전미도
배우 전미도(40)가 JTBC 수목극 '서른, 아홉'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시한부 정찬영의 인생으로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작품이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기분으로 작품과 이별 중이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매체로 발걸음을 옮긴 전미도의 첫 시작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시리즈였다면, 다음 단추가 '서른, 아홉'이었다. 채송화도 정찬영도 전미도 화를 시키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년간 다져진 무대 연기는 매체에서도 빛을 발했고 이젠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동갑내기 친구 손예진과 '서른, 아홉'으로 처음 만나 진짜 우정을 키워가게 된 상황. "동갑내기라서 더욱 잘 통했고 연기 경험이 많은 현장 베테랑다운 노련함으로 팀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덕분에 편하게 연기했다"라고 밝히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마지막 회를 봤나.

"찬영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미조와 주희가 나오는 장면부터 너무 슬퍼서 거의 한 시간 내내 울면서 봤다. 내가 찍은 장면은 알지만 다른 장면은 그때서야 볼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진짜 가슴이 아팠다. 마지막 회(12부)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네 연기를 보고 네가 울어?'라고 그러더라. 슬픈 건 똑같이 슬프다."

-배우 손예진, 김지현과 종영 후 나눈 대화가 있나.

"종영 당일이 예진이 결혼식이라 따로 얘긴 못했고, 주희 역할을 했던 지현이와 얘기를 나눴다. 당일 공연이라 늦게 끝나 본 방송은 못 봤고 클립으로 본 것 같다. 내가 먼저 보고 '각오하라'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잤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너 병원에 실려올 때부터 눈물이 터졌다'라고 하더라. 지현이도 한 시간 내내 운 것 같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손예진, 현빈 결혼식에 참석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한 주 결방되면서 날짜가 밀리게 돼 종영 당일 결혼하게 된 것이다. 예진이가 '결혼 준비하느라 11회를 못 봤다. 몰아서 봐야겠다'라고 그러더라. 정신없어가지고 더 길게는 얘기하지 못했다. 신부 대기실에 들어갔는데 지현이랑 둘 다 울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친구를 시집보내는 느낌이었다.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 극 중 찬영이가 미조를 결혼 보내고 싶어 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더 기분이 묘했다. 예진이가 '미쳤나 봐, 왜 울어' 그러더라.(웃음)"

-드라마 시작 전 시청자들에게 듣고 싶었던 반응이 있었나.

"아무래도 찬영이가 죽는다는 사실이 전제로 되어 있고 그게 가장 큰 사건이 아닌가. 진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많은 분들이 찬영이를 그렇게 가까이 느껴주신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연기력 구멍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진이가 끌어줘 고마웠다.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예진이 붙잡고 물어봤다. 가르쳐주면 미안하기도 한데 고맙기도 하고 덕을 많이 봤다. 시너지가 난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합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며 불편한 게 일단 없었다. 지현이와는 10년 가까이 된 친구 사이다. 오랫동안 연기를 같이 못해서 같이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돼 너무 좋았다. 두 사람 모두 말할 것 없는 좋은 배우들이다. 진짜 극 중 차미조, 장주희라는 친구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준 작품이다."

-정찬영을 연기하며 가장 집중했던 부분이 있나.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 실제로 찬영이가 어떤 마음으로 부고 리스트를 썼을까. 직접 써보며 '이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극 중 찬영이가 '크리스마스 때까지만'이라고 말하는 신이 있는데, 우리 촬영이 실제 지난 1월 중순까지 진행했다.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실제로 '연말까지만'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다. 평소 지나다니던 길도 어떻게 하면 달라 보일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극 초반 이무생(김진석)과의 불륜 설정에 대한 연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과연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실까 생각하며 걱정했다. 근데 어떤 면으로는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면에 있어서 완벽하지 않고 쿨하지 않아 미련한 모습이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자기가 이루고 싶은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한 설정에 있는 인물이 인생의 마지막과 마주했을 때 귀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더 공감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진석과의 관계를 설득시키기까지 어렵기도 했다. 여전히 명확하게 맞다 틀리다를 가지고 연기하긴 힘들었지만 대본에 쓰인 것에 충실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신 할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해 연기했다."

-배우라는 꿈이 잘 풀리지 않아 연기 선생님이 된 설정이었다.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많고 그런 선생님도 많이 봤다. 연기 선생님을 하다가 나중에 좋은 기회를 만나 빛을 본 선배님들도 있다. 배우들에겐 찬영이의 설정이 꽤 현실적이었다."

-동갑내기들과의 호흡이었다.

"(배우 손예진, 김지현과) 실제로도 동갑이어서 굉장히 편하게 촬영했다. 각자 캐릭터와 비슷한 면이 있기도 했다. 예진이는 똑 부러지고 리더십이 있고, 지현이는 주위 사람들 배려한다. 난 독불장군이라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면이 있다. 캐릭터처럼 놀았다. 예진이가 장난기도 많다. 장난 때문에 많이 웃으며 촬영했다."

-실제로도 그런 친구가 있나.

"다들 그런 친구들 없나.(웃음) 죽음을 맞이할 상황은 아니니까 진짜 우정을 확인할 순간이 없는 것이지 그런 베스트 프렌드가 한 명쯤은 있지 않나."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찬영이가 혼자 영정사진을 찍고 마음에 안 들어서 미조에게 얘기했더니 주희가 식물원 카페에 데리고 간 신이 있다. 대단히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는데 그 신이 참 좋더라. 영정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인데 친구들과 아쉬움을 달래며 즐겁게 찍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게 좋았다. 찬영이에게 잊지 못할 일인 것 같다. 또 브런치 신에서 하는 대사들이 너무 좋았다. '양보다는 질이라고. 저는 남들보다 덜 살고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이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이었다'라는 말이 마지막 순간 최고의 말이지 않나 싶다."

-부고 리스트 브런치 행사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날이 마지막 촬영 날이었다. 다 찍고 나서도 감정 정리가 되지 않아서 이지현 선배님을 붙잡고 울던 기억이 난다. 친구로 나왔던 보조 출연자들도 한 사람 한 사람 다 눈을 마주치며 연기했다. 우는 분들도 있었다. 리얼한 리액션을 해줘서 연극할 때 동료들을 만난 느낌으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경험해보니 어떤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떤 병에 걸려서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의미 있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시한부를 연기하며 느낀 점은.

"건강검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은 아직 못했는데 이제 좀 쉬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맺고 있던 많은 관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난 쉬어야 충전이 되는 사람이라 '다음에 밥 먹자'라고 빈말들이 이젠 구체적으로 날짜를 잡아 진짜 밥을 먹게 되는 시간이 됐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게 드라마에서 가장 크게 받은 영향이다."

-찬영이처럼 곁에 소중한 친구가 시한부가 됐다고 한다면.

"상상은 못 해봤는데 사실 친한 친구들이 결혼해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을 덜 하면서 가까이 이사를 가긴 할 것 같다."
 
전미도전미도

-시청자로서 남겨진 사람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마지막 인사도 하고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고맙다고도 하지 않나. 해결하고 싶었던 것도 주희나 미조가 함께 해결해주고 떠나는 거라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그 둘도 마지막 장면에 찬영이의 추모원을 찾아와서 담담하게 얘기하는 걸 보며 그 시간을 잘 보냈기에 앞으로의 시간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겪은 서른아홉 살과 극 중 서른아홉 살의 닮은 점이 있나.

"찬영이가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으면서 그동안 꿈꿔왔던 배우에 도전하지 않나. 나도 서른아홉 살 때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을 봤다. 무대 공연을 십여 년 하다가 그 오디션 통해 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이 찬영이랑 좀 비슷했다. 다만 내겐 그게 시작이었는데 찬영이에겐 그게 마지막이라 안타깝다."

-특별히 서른아홉 살은 어떤 점이 다른가.

"그냥 아홉이 들어가면 다른 것 같다. 서른아홉이지만 30대라고 하기엔 좀 많고 40대라고 하기엔 아직은 덜 찬 것 같은 느낌이다. 제작발표회 할 때도 감독님도 그런 말을 하더라.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그 지점의 나이인 것 같다고. 특히 아홉이 되면 내년에 앞자리가 바뀌니 더욱 심란해지는 나이인 것 같다."

-마흔이 되니 달라진 점이 있나.

"철없는 건 여전히 같은데 생각하는 게 좀 바뀌는 것 같다.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과 인정해야 할 부분에서 겸허해진 것 같다. 마흔이 되니 나란 사람에 대해 깨닫게 되더라.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꽤 많이 마주하게 된다."

-매체 연기도 이젠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 같다.

"카메라가 어딨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웃음) 무대 서는 건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니까 내가 어떤 각도로 어떤 제스처를 취하면 어떻게 보이겠구나 하는 계산이 서는데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대 연기하듯 한다. 내가 내 연기를 볼 때 카메라와 상관없이 연기하는 게 보인다. 아직도 그건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기술은 경험을 좀 더 쌓아야 할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동료들이 응원 많이 해줬나.

"방송을 챙겨봐 줬다. 마지막 방송 나갈 때는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수고했다'라고 하더라. 다들 바쁜데도 관심 가져주니 고맙더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3에 대한 얘기를 안 물어볼 수가 없다.

"다섯 명이 돌아가면서 (신원호) 감독님을 괴롭히고 있다. 어떻게 될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배우들은 항상 원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뮤지컬 복귀에 대한 계획은 없나.

"양쪽(무대와 매체) 스케줄을 조율해서 좋은 시기를 정하기가 어려워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먼 미래가 아닌 빠른 시일 내에 무대 복귀를 하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다.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당분간은 좀 쉬면서 검토할 예정이다."

-어떤 역할에 도전하고 싶나.

"다음 필모그래피는 꼭 이런 인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또 다른 결을 그려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다양하게 선택한다기보다는 공감이 되는 이야기인지,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이나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내가 하고 싶은지,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 같다."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안판석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 어떤 작품이든 상관없다. 주변 배우들이 감독님 얘길 너무 많이 하기도 하고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그려낸 서정적인 느낌들과 내가 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추천을 많이 해주더라. 배우들이 전하는 감독님의 작업 방식이나 철학을 나도 배우고 싶다. 배우가 표현해낼 수 있는 건 살아온 인생으로 표현해낼 수 있으니 더 하려고 욕심 내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는 철학을 가진 분이라고 하더라. 예진이도 감독님에 대한 좋은 얘길 많이 해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안치홍 역할을 했던 준한이도 그렇고 드라마 '봄밤'에 나왔던 다른 배우들이 많은 얘길 해줬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내가 출연했던 인물로 기억되길 바란다. 앞으로 어떤 인물을 연기할지 모르겠지만 전미도보다는 그 인물로 기억되길 원하고 사람으로서는 내가 부족한 걸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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