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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취약시설'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들

입력 2022-04-09 09:00 수정 2022-04-09 09:44

① "돌봄 인력 확진돼도 근무"
② "방치·학대하는 것 아닌가"
③ "의사들이 발 벗고 나설까"
④ "현장 상황 배려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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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돌봄 인력 확진돼도 근무"
② "방치·학대하는 것 아닌가"
③ "의사들이 발 벗고 나설까"
④ "현장 상황 배려해 달라"

[취재썰]'취약시설'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들

최근 정부는 요양시설 대책을 여럿 내놨습니다. △의료 기동전담반을 파견하고돌봄 인력 격리 기간을 3일까지로 줄이며요양보호사 현장실습생을 보조 인력으로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제때 받기 어려웠던 먹는 처방을 늘리고, '4 접종'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장 상황을 취재해 〈JTBC 뉴스룸〉에서 전했습니다.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은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특히 이 시설을 둘러싼 '시선들'에 주목해 봤습니다.

관련기사: [르포] 확진돼도 24시간 근무했다…'취약시설' 요양원은 지금 (4월 7일, 뉴스룸)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4384

■ 첫 번째 시선:: “인력 모자라, 확진돼도 근무”

취재진이 찾은 곳은 경기 고양시의 요양원입니다. 보호자 면회는 물론,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시설 협조를 받아 가운과 페이스 실드, 장갑을 갖추고 들어갔습니다. 해당 요양원은 지난 2월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를 경험한 곳입니다.

 
[취재썰]'취약시설'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들
어르신, 즉 입소자뿐 아니라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도 절반 넘게 확진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이세호 요양보호사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앞서 근무한 보호사가 확진되는 바람에, 갑자기 야간 근무에 투입됐습니다. 방호복과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3일 동안 24시간 근무했습니다. 마치고 교대했는데, 그 분이 또 확진이 됐습니다. 다시 돌아와 일주일을 더 근무했죠.” (이세호 요양보호사)

확진되고도 그대로 일한 경우도 많습니다. “대체 인력이 없어서 죽으나 사나, 걸리든 안 걸리든 같이 근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크게 아픈 사람은 없었지만, '후유증'은 남았습니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시설 격리 뒤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의 요양보호사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으로 고위험군입니다. 최근 보호사 등 돌봄 인력의 격리 기간이 3일까지로 줄면서, '쉴 권리'에 대한 요구는 더 커졌습니다. 제대로 쉬어야, 안전한 돌봄이 된다는 것입니다.

“피로도가 높아서 다치는 경우도 많아요. 평소에는 어르신을 번쩍번쩍 들다가도 어느 순간 그게 안 되는 거죠. 그런데도 인력이 부족하다며 3일만 쉬고 나오라는데, 저희 때문에 어르신이 전염되면 또 어떻게 하냐는 거예요.” (전지현 요양노조 사무처장)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 실습생 투입도 현장에서는 반기지 않습니다. 전지현 요양보호사는 “일일이 가르쳐서 어르신을 돌봐야 한다”며 “전문 인력의 노동을 싼값에 대체하려는 대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보조 인력이라지만 숙련도가 떨어지고, 감염 우려가 커지는 것도 걱정거리입니다.


■ 두 번째 시선:: “방치하고 학대하는 것 아닌가”

요양원 밖의 시선은 또 다릅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을 시설에 보낸 가족들 이야기입니다. '요양원 안'에서는 일할 사람이 모자라 힘들다고 하지만, '요양원 밖'에서는 과연 제대로 일하고 있느냐고 따지고 있습니다.

 
[취재썰]'취약시설'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들
포털에 전송된 〈뉴스룸〉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요양원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코로나로 면회할 수 없는 데다, 집단감염으로 인력 공백도 생겨 보호자들의 불안은 더 커졌습니다. 김포의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셨던 안모 씨는 기자에게 울분을 토했습니다. 건강 상태나 처치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입소하던 날에는 식사도 잘 하시고, 운동도 다 하셨거든요. 걱정돼서 요양원에 문의할 때마다 '잘 계신다', '잘 드신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버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서 모시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가서 기다리는데, 심정지가 왔다고 하더군요.” (안모 씨)

안 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11일 요양원에 입소해 19일 만에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안 씨는 “아버지가 영양실조 직전까지 갔는데, 전혀 안내가 없었다”면서 “치료받을 권리와 알 권리를 모두 묵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76세이던 아버지에게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등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갑자기 돌아가신 데에는 요양원의 책임이 있다는 게 안 씨의 주장입니다. 결국 안 씨는 요양원으로부터 입원비용 일부를 돌려받고, “더 내기로 했던 비용은 안 내도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합니다.


■ 세 번째 시선:: “의사들이 발 벗고 나설까”

요양원에는 의사가 없습니다. 요양병원과 다릅니다. 진료에 한계가 있고, 여기서 불안과 오해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 대책으로 정부는 '의료 기동전담반'을 만들어서 요양시설 대면 진료를 시도합니다. 우선 전국 73개 팀을 지정했고, 이달 말까지 운영해보기로 했습니다.

 
[취재썰]'취약시설'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들
다만 광주와 울산, 세종, 강원, 제주 등 5개 시·도에는 아직 이런 팀이 한 개도 없습니다. 경기가 23개로 가장 많았고, 인천 5개, 서울과 전북에 3개씩입니다. 정부는 상황을 보고 더 늘릴지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에서는 참여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과연 그런 팀이 얼마나 운영이 될지… 지금도 하는 일에 벅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 하려고 시간을 내려면 자기 일을 희생한다는 전제 조건이 돼야겠죠. 전시적인 효과를 위해서 한두 팀만 한다면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최진용, 요양원 촉탁의사)


■ 네 번째 시선:: “현장을 배려해 달라”

마지막으로 '요양원'의 시선입니다.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인한 '피로감'을, 입소자의 가족들은 '불안함'을 호소합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취재진이 찾은 요양원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취재썰]'취약시설' 요양원을 바라보는 시선들
“취약시설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나온 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이번 달부터 확진 종사자 1인당 30만원이 지원됩니다. 인력 공백으로 발생한 추가 근무에 대한 인건비를 보전하라는 취지인데, 사실 이틀 치 임금밖에 되지 않죠.” (백호, 요양원 대표)


그러면서 “본인과 가족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어르신을 돌보는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위험수당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지자체에서 '감염병 예방수당'이나 '한시적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지만, 액수가 많지 않은 데다 지급 대상도 한정적이라고 합니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직접 돌봄 인력에만 지급되고 조리원이나 위생원, 사무원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히 백호 대표는 '격리 시설'에 대한 지원 체계를 서둘러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1월 말에 '지침'은 이미 나왔는데, 실제 지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2월에 시설 격리를 경험하고도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입니다.

복지부는 1월 28일자 〈코호트 격리 시설 운영지원을 위한 한시적 급여비용 산정 지침〉에서 ①산소발생기 임대비용 ②방역물품 등 구매비용 ③추가 급여비용 등 5가지를 지원 대상으로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백 대표는 “지원을 문의하면 별도 공지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침만 있을 뿐, 신청 방법과 처리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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