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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전·현직 소년부 판사에게 '소년 재판' 을 묻다

입력 2022-04-04 09:02 수정 2022-04-04 09:03

현실 속 '리얼 소년 재판'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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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리얼 소년 재판'은 이렇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 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소년 재판을 맡게 되면서 겪게 되는 소년 범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화에 기반을 둔 줄거리다 보니 관심도 그만큼 집중됐죠.
 
JTBC 뉴스룸 '세상에 이런 법이'JTBC 뉴스룸 '세상에 이런 법이'

물론 관심 대부분은 '적대적'인 편입니다. 주장의 요지는 간명합니다. '소년법을 폐지하자', '촉법소년 개념을 없애자'라는 등 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뉴스에 소개되는 많은 10대 범죄만 보면 마치 '흉악범의 천국'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년 재판은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죄를 저지른 소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처분을 받게 되는지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소년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피상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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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JTBC 뉴스룸 '세상에 이런 법이' 코너에서 전해드린 내용이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고 깊은 소년 재판의 모습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전·현직 소년부 판사의 입을 통해 들은 정확한 소년 재판의 실상을 전해드립니다.

▶ 고증이 잘 된 드라마…그래도 현실은 좀 다르다

실제 소년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 '소년 심판'의 고증 수준은 상당히 정확한 편입니다. 고전적인 사무 도구인 '골무'나 '노란색 연필' 등을 사용하는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것이죠.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메모' 역시 현직 판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업무 방식입니다.

하지만 100% 현실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 심은석 판사는 좌배석 판사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우배석이니 말 놓겠다"라고 말합니다. 오래전 이야기일 뿐, 요새는 이렇게 대놓고 반말하는 경우는 없다네요. 3명의 판사가 등장하는 '소년 형사합의부'라고 불리는 가상의 재판부도 등장합니다만, 이 역시 허구입니다. 소년 재판은 법에 따라서 한 명의 판사가 진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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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현실과 자잘한 차이는 존재합니다. 다른 판사가 재판을 방청하는 장면도 있지만, 소년 재판은 철저한 비공개인지라 사실상 불가능한 장면입니다. 또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살인 사건 재판에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실제로는 짧게 끝나는 편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 기일에 적게는 20건, 많게는 50건 이상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미성년자 범죄, 이렇게 구분됩니다

이제 구체적인 재판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른다고 다 소년부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와 죄질에 따라서 재판이 이뤄지는 곳이 달라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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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세 고등학생 2명이 야간에 편의점을 털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경찰이 일차적으로 수사에 나선 뒤 의견을 첨부해 사건을 검찰로 넘깁니다. 만 14세~19세 미만의 범법자를 '범죄 소년'이라고 하는데, 이 연령대는 검찰의 판단을 거치게 돼 있습니다.

검찰은 사건의 경중 등을 따져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하던가, 아니면 정식 형사재판으로 넘길 수도 있죠.(검찰 단계 종결도 가능합니다) 차이는 엄청납니다. 정식 형사재판으로 가게 되면 전과가 남죠. 평생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건이 비교적 가볍다고 판단되면 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넘기게 됩니다. 이 경우, 전과는 남지 않고 데이터베이스 상에 소년부에서 처분을 받은 이력만 남습니다.

물론 형사재판에 넘어간 미성년자가 다시 소년부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일종의 기회를 얻는 셈인데요. 판사가 봤을 때, 전과자로 만들기에는 반성의 기미가 현저해 보이는 등 참작할 점이 있을 때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이 경우 판결문에는 'OO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라는 문구가 적히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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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편의점을 턴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면 어떨까요. 만 10세~14세 미만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검찰을 거치지 않고 경찰에서 바로 100% 법원 소년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연령대가 요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촉법소년'입니다.

▶ 법정 구조부터 좀 다릅니다

소년 재판은 법정 구조부터 일반 형사재판하고는 좀 다릅니다. 우선 검사가 없습니다. 또 부모와 소년범이 나란히 판사 맞은 편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변호사 선임은 가능하며, 이 경우 변호사는 판사 기준으로 왼편에 앉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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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재판인 만큼 방청객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한 기일에 많은 소년범이 동시에 법정을 찾는데, 별도의 대기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한 사람씩 법정에 들어가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집행 실무관'의 존재입니다. 일반 형사재판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죠. 법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법정 내 혹은 법정 바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처분이 내려지면 부모와 소년범에게 처분 내용을 상세하게 다시 설명해줍니다. 소년 재판이 워낙 낯설어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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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일반 형사재판과는 달리 별도의 판결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 법정에서 태도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소년범은 일단 법정에 나오면 주눅이 든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것인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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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자기가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을 받으면 겁을 먹어야 되잖아요. 그런 게 없는 애들이 있거든요. 자기가 왜 왔는지도 모르고 이름 부르면 '왜요?' 이런 식으로 삐딱하게 굴죠. 이런 아이가 밖에 나가면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보이죠."(이현곤 변호사(전 소년부 판사))

왜 이렇게 삐딱할까요. 사연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른에 대한 반항심 때문일 수도 있고, 평소 생활 태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년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가 높임말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일단 법정에 들어오면 'OO야 일단 자리 앉아' 이렇게 이야기하죠. 비행 사실을 읽어준 다음에 '이런 비행을 한 적 있어 없어?' 이렇게 묻곤 합니다."
(빈태욱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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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반말로 했어요.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면 오히려 반말을 하는 게 대화가 되는 측면이 있어요. '너 앞으로 또 이런 짓 할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것과 '나가서 또 이러실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는 건 효과가 다르다는 이야기죠."(이현곤 변호사)

간혹 처분 뒤 법정 안과는 달리 기뻐 날뛰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고 합니다. "앗싸, 나 4호(처분) 받았다" 이런 식이죠. 좀 괘씸하긴 해도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법정 안과 법정 밖의 태도가 달라요. 저는 그렇게 나쁘게 보지는 않았어요. 그것도(법정 안에서 진지해지기) 못 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이현곤 변호사)

▶ 어떤 범죄로 소년 재판을 받나요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 10대들이 온갖 흉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릅니다. 경찰청의 소년부 송치 통계를 살펴보면, 9,606건의 촉법소년 범죄 중 강력범죄는 단 4.5%에 불과합니다. 절대다수(53%)는 단순 절도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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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년 비행은 편의점에서 전자담배를 훔치거나 무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절도, 시정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아무 데나 버려두는 등의 행위입니다. 조금 나이가 있으면 오토바이를 많이 훔치고요."(빈태욱 부장판사)

착시 현상은 소년 재판이 비공개라서 벌어집니다. 성인 형사재판은 여러 통로를 통해 공개되지만, 소년 범죄는 극도로 죄질이 나쁜 강력범죄만 간접적으로 언론을 통해 사회에 알려지게 되기 때문이죠.

▶ 10가지 처분이 존재합니다

이제 구체적인 처분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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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소년법에선 모두 10가지의 처분이 가능합니다. 'O호 처분'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소년법상 처분은 10가지가 존재하지만, 보통 1호(가정 위탁), 4~5호(보호관찰), 6호(시설위탁), 8~9호(소년원) 처분이 자주 나옵니다. 2년짜리인 10호 처분은 최후의 수단인 만큼 잘 내려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10가지 외에 '불처분', 즉 아예 처분을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죄는 가볍고, 현저하게 반성하는 경우에 주로 그렇죠.

"편의점에서 전자담배를 하나 훔쳤는데, 나쁜 일이긴 하지만 불처분했어요. 그 소년이 나중에 자기 용돈을 모아서 점주에게 피해 변제를 하면서 사과했더라고요. 점주가 이 소년을 꼭 끌어안아 주셨다고 해요."(빈태욱 부장판사)

이제 각 처분을 살펴보죠.

1호 처분은 가정 위탁입니다. 죄가 비교적 가벼우면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처분입니다. '죄를 저지르고도 집으로 돌려보낸다?'라고 의아할 수 있지만, 의외로 재범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법정에 세워놓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주기 때문이죠.

"청소년 범죄가 재범률이 높은 특징이 있지만, 1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모두 재범을 하지는 않아요. 대부분은 1호 처분에서 본인의 (범죄) 경력이 끝납니다. 법원에 와서 재판받았다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는 큰 경험이 되는 거죠."(이현곤 변호사(전 소년부 판사))

4~5호 처분은 단기, 장기 보호관찰입니다. 법무부 산하 단체에서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고 위치를 확인하는 등의 지속적인 조처를 하게 됩니다. 판사가 별도의 특별 준수사항을 내리기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야간 외출 금지'입니다. 일정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소년범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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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나가서 술 먹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오토바이 훔치고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야간에 외출을 못 하면 그런 비행의 기회가 아예 차단돼 재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빈태욱 부장판사)

"밤만 되면 기어나가려고 하는 습성을 보입니다. 또래 집단들이 밤에 모이기 때문인데, 야간 외출 제한이 별것 아닌 것으로 보여도 그래서 효과가 상당합니다."(익명 소년부 판사)

▶ 6호부터 본격적인 자유 제약

4~5호도 일정 부분 자유가 제약되지만, 6호 처분부터 본격적으로 행동의 자유가 억압됩니다. 6호 처분이 바로 '소년 보호시설 감호위탁'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시설은 국가가 아닌 '사설 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보통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아주 많죠.

이곳에서 아이들은 6달 동안 합숙을 합니다.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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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6호 처분을 '극혐' 한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떤 장소에 갇힌 채 '집단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활동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훨씬 거부감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비행 청소년을 교화하는데 6호 처분이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뜻도 됩니다. 평소 방종하던 생활 흐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6호 처분을 싫어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일 년에 몇 차례씩 보호시설 탈주극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때 달아난 아이들을 잡아 물어보면 뜻밖의 대답이 나오곤 합니다.

"왜 달아났냐고 물어보면 '9호 처분'을 받으려고 달아났다고 해요. 9호는 소년원에 6달 동안 보내는 처분입니다. 실제는 4달 정도 만에 나와요. 9호 보내줄 거라고 생각해서 나름 머리를 쓰는 건데, 절대 9호 안 보내주죠. 지네들끼리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은 거예요."(익명 소년부 판사)

죄질은 1호 처분 감이지만, 가정환경이 좋지 않으면 의도적으로 6호 처분을 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소년범 부모의 환경이 너무 엉망이라고 판단되면, 가정으로 돌려보내 봐야 상황만 악화하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 6호 처분을 내리기도 합니다.

6호 보호시설은 예산 문제로 사실 시설 수준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이 내용은 다음 편에서 따로 전해드리겠습니다.

▶ 8~10호는 소년원행…최장 2년이라지만

8호는 1개월, 9호는 6개월, 10호는 2년간 소년원에 보내는 처분입니다. 사실 꽤 흉악한 범죄가 아니고선 처음부터 8호 이상의 처분을 받는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재범 이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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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은 저래도 실제로는 이보다 짧은 소년원 생활을 합니다. 대부분 '임시 퇴원' 제도를 활용해 9호의 경우 4개월 15일, 10호는 14개월만 소년원에서 지내다 나옵니다. 앞서 9호 처분받으려고 탈주한 아이들은 이미 9호를 받아도 4개월만 있으면 된다는 걸 아는 셈이죠.

어쨌든 4개월이면 이 아이들은 나와서 자유의 몸이 됩니다. 4개월이면 또 방치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9호 처분에 5호 처분(보호관찰)을 붙이는 게 불가능합니다. 여러 소년부 판사들이 이 문제점을 지적하죠.

"보호 관찰을 병과를 하면 그 뒤에 2년 정도 더 보호 관찰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보호 관찰을 못 하니까요. 아무래도 그 소년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보호력이 떨어지니까 다시 이제 재범의 길로 들어갈 우려가 있습니다."(빈태욱 부장판사)

소년 범죄와 재판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입법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판사 개인, 보호관찰관 개인이 열심히 뛴다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JTBC 뉴스룸 '세상에 이런 법이' 코너에선 다음 주 이런 문제에 대해 이어서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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