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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왜] 러 석유시설 피폭 진실게임…中, 대만침공이 애매해진 이유

입력 2022-04-04 07:00 수정 2022-04-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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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땅굴에 재현한 네이비실의 훈련 장면 마네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대만 땅굴에 재현한 네이비실의 훈련 장면 마네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의 연료 기지를 우크라이나 군 헬기가 공격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서 반박이 나오면서 국면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자국 유류 저장시설이 파괴됐다는 점에서 정전 협상의 부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는 한편 이 시설과 연결된 보급선 유지가 어려워져 병력을 뺐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정전 협상을 망치려는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진실일까요.

일단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유류 저장고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우크라이나제 S-25 대구경 로켓. 〈사진=현지 주민 트위터 캡처〉유류 저장고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우크라이나제 S-25 대구경 로켓. 〈사진=현지 주민 트위터 캡처〉
벨고로드 유류 저장시설 공격에 동원된 우크라이나제 S-25 대구경 로켓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장대로 러시아의 자작극일 경우 최소한의 피해만 내고 말았을텐데요. S-25를 쏜 뒤 S-8 로켓을 쐈습니다. 대구경 로켓으로 유류 저장고에 구멍을 먼저 내고 소구경 로켓으로 유폭을 일으키는 전술을 썼습니다. 폭격 효과를 확실하게 거두기 위한 전술입니다.

이로 인해 유류 저장고 시설의 60% 이상이 전소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대대전술단 전술이 우크라이나 민관군의 저항으로 도처에서 차단당하고 있는 마당에 방공망 뚫리고 보급선 끊겨 병력을 빼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린 겁니다.

진실 게임의 승부가 어떻게 귀결되든 이번 전쟁은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의 중국과 대만에 신랄한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사진=AP,연합뉴스〉
中, 복잡해진 대만침공 변수
중국이 추구하는 대만 병합 작전의 성공 여부는 속전속결에 달려 있습니다. 순식간에 해협을 넘어 대만의 주요 거점을 장악하면 미국과 일본이 개입할 엄두를 못 낼 것이란 판단입니다. 과거 소련 공수부대가 프라하의 봄을 제압하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초단기에 접수했을 경우 중국과 대만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습니까. 우크라이나가 덩칫값하면서 지연전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계산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의 첨단전력과 우크라이나군 간 전력차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전황이 침공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대만은 미군의 참전 가능성이 우크라이나보다 월등히 큰데다 적어도 일본은 참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민해방군과 대만군의 전력차가 크다고하지만 동서남북의 인민해방군을 대만해협에 다 끌어모아 전쟁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랬다가 히말라야, 동중국해, 서해 등등에서 균형이 무너져 상상할 수 없는 안보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정도의 계산, 안하고 있겠습니까.

병합의 명분을 훼손할 수 있으니 대만의 민간 부문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주요 지휘부와 군사시설만 속전속결로 무력화시키고 상륙전을 성공시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보면서 국수주의로 조련했다해도 인민들의 입장은 이해타산에 따라 여러 층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중국 푸젠성 샤먼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요새화된 대만 관할의 스위섬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푸젠성 샤먼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요새화된 대만 관할의 스위섬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위협과 유화책을 돌려쓰는 심리ㆍ선전전을 통해 대만을 주저앉히려는 시나리오도 있겠지만 이제는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선전·심리전 정도로 대만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은 이번 전쟁을 통한 학습 효과 때문에 효용성을 입증하기가 녹록치 않게 됐습니다.


따라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 시위나 위협은 얼마나 속전속결을 구현할 수 있는 지에 집중하면서 상대가 이를 믿도록 강제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여기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대만 외교부장이 1일 타이베이에서 유럽연합(EU)의 공동 대표처인 유럽 경제무역사무소(EETO)의 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대만 외교부장이 1일 타이베이에서 유럽연합(EU)의 공동 대표처인 유럽 경제무역사무소(EETO)의 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대만, 지연전의 승부처 '항전 의지'
반대로 대만의 살 길은 지연작전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초반 공세를 버텨내면 전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만의 미사일 전력이면 민간 피해가 측정 불가능한 싼샤댐 파괴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경제 기관차인 광둥과 상하이 일대의 유류시설과 주요 통신 설비와 항만, 교량 등에 전략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침공을 시작하기 전 비용과 편익계산을 아주 애매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해선 미국을 축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뭉쳐 스위프트(SWIFT) 국제결제망 배제, 중앙은행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했지만 중국은 사정이 더 복잡합니다. 러시아보다 경제 규모가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경제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면 그만큼 충격이 더 큽니다.

우선 공급망입니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훨씬 더 밀착해 있습니다. 국제결제망이 막히면 중국의 거의 모든 공장이 올스톱하게 됩니다. 송금하고 수금하는 게 무역하는 이유인데 그게 안되니 무역이 될 리가 없죠.

3월 22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마셜제도 데이빗 카부아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3월 22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마셜제도 데이빗 카부아 대통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대만과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을 아무리 강조해도 등과 배가 따뜻할 때 얘기입니다. '뭐하러 전쟁을 자초해 인민에게 극한 체험을 강요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겁니다. '자유와 민주는 포기해도 등은 따뜻해야 할 거 아니냐'는 억눌렸던 반감이 분출하지 않겠습니까.


관건은 대만의 항전 의지입니다. 대만은 채 1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아프간 모델과 우크라이나 모델을 섭렵했습니다. 미군이 빠지니 바로 붕괴한 아프간과 미군의 개입이 무망한 가운데 자위에 나선 우크라이나 케이스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각성하는 대만 '딸기군'
대만의 병력 규모는 18만8000명. 매년 8만명을 징병하지만 기초 훈련 4개월 받고 예비군에 편입됩니다. 4개월 훈련 중 기초 사격술을 빼면 잡초를 뽑고 타이어를 옮기고 낙엽을 치우는 데 할애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었죠. 전투력 유지가 힘들어 대만 병사들 스스로 '딸기군'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가볍게 부딛쳐도 잘 문드러지는 딸기처럼, 매사 무기력한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 말이 '딸기 세대'입니다. 이를 빗대 '딸기군'이라고 자조하는 거죠.

게다가 내전으로 단련된 병력과 종심이 긴 국토를 무대로 민간인들이 무기를 쥐고 싸우는 '인민전쟁'을 수행했던 우크라이나와 종심이 짧은 대만은 사정이 다릅니다. 버틸려면 대만인들이 사수 의지로 똘똘 뭉쳐야 가능합니다.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 본 대만인 70%가 “중국이 쳐들어오면 싸우겠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대만 월간지가 실시한 조사에서 40.3%가 참전 의사를 밝힌 것에 비하면 많이 늘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이 '설마 전쟁이 나겠냐'며 안일했던 대만인들을 각성시킨 겁니다.

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단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한 기자가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렇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며 "현재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단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한 기자가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렇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며 "현재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하지 않는 미국의 판단이 대만인들에겐 소름 끼쳤을 겁니다. 대만 군 당국도 이번 사태를 참조해 자력을 물론 외부 협력 등 방어 태세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는 기류입니다.

이렇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만해협의 풍향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장의 대만해협 급변 사태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연된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요.


우리가 대만해협의 정세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만해협이 에너지 수송로인 한국이나 일본으로선 생명선이라는 점에서 대만 문제의 무게감을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소수 하나 갖고도 나라 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대만이 참여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이 깊은 타격을 입는 일이기 때문에 요소수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 혼란을 야기합니다. 채권과 주식 등 자본 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환율 급등과 함께 글로벌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공급망이 연결된 글로벌 시장에선 우크라이나와 대만이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고 우리도 그 생태계의 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명멸하는 국제 뉴스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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