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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아파트 화단서 불, 치킨 배달원이 막았다…당시 상황 들어보니

입력 2022-04-01 13:46 수정 2022-04-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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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 한 것도 아닌데…유치원 다닐 때 배운 소화기 사용법 생각나서 껐을 뿐입니다"

지난달 28일 밤,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를 진압한 배달기사 31살 김상현 씨는 주민들에게 감사장까지 받고 얼떨떨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씨는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가다 아파트 화단에서 연기가 나는 걸 보고 화재를 진압해 큰불을 막았습니다.

 
〈사진=김상현씨 제공, 분당 수내동 양지한양 1단지 입주자대표회 제공〉〈사진=김상현씨 제공, 분당 수내동 양지한양 1단지 입주자대표회 제공〉
김씨 사연은 아파트 측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고마운 배달 기사님을 찾는다'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알려졌습니다. 분당 수내동 양지한양 1단지 입주자대표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밤 11시 30분쯤 아파트 화단에서 불이 났습니다. 늦은 시간인 데다 주변에 사람도 없어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근처로 치킨을 배달하던 김씨는 연기가 나는 걸 발견하고 경비실에서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습니다. 뒤이어 이를 목격한 한 입주민도 현장으로 달려가 김씨를 도왔습니다. 김씨는 불을 끈 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JTBC에 전했습니다.

 
〈사진=김상현씨 제공〉〈사진=김상현씨 제공〉
김씨는 JTBC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오토바이 탈 때 양옆을 확인하면서 다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 처음엔 '경비아저씨가 아파트에서 소각하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며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좀 이상해서 (오토바이를) 돌려서 현장으로 갔더니, 불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비실에 가니 소화기가 있길래 들고 갔다"며 "(소화기 가지러 간 사이) 연기가 많이 커져서 얼른 불을 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유치원 다닐 때 (소화기 사용법을) 한번 배웠다"며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다행히 잘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배달 가던 고객에게는 좀 늦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고 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김씨는 누구였어도 지나치지 않고 불을 껐을 것이라며, 대단한 일도 아닌데 감사장까지 받아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누구라도 있었으면 현장으로 다시 안 돌아갔을 텐데, 밤에 아무도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서 불을 끈 것"이라며 "입주자 대표께서 '많은 관심이 있었다'면서 감사장을 줬다. 기분이 얼떨떨하고 실감도 안 났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씨와 함께 현장에 머물며 화재 진압에 도움을 준 입주민 39살 유현일씨는 JTBC에 "저는 한 게 없고 배달 기사분이 불을 껐다"며 "잔불이 남을 수도 있고 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현장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씨는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난 것 같다"며 "입주민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 있는데, 담배꽁초를 버린 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다 같이 주의하자는 의미에서 글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과 얼마 전에 산불이 크게 났고 꽁초 하나 때문에 큰불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올린 건데, 이렇게 일이 커졌다. (입주자대표회 측에서) 저한텐 안 그래도 되는데 성의(감사장)도 보여주시고, 배달기사도 찾게 돼 기쁘다"며 "저는 한 게 없다. 배달 기사님 덕분에 큰불을 막을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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