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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전국 팔도가 '탄소중립·수소 특구'…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입력 2022-03-21 09:00 수정 2022-03-21 09:0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23)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에너지 정책 미리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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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23)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에너지 정책 미리보기 (중)

석탄과 LNG를 비롯한 화력발전의 비중을 현재 60% 대에서 5년 안에 40%로 줄이겠다, 원자력발전을 기저발전으로 하되 재생에너지 또한 확대하겠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있어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겠다… 지난주 연재에서 정리했던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기후·에너지 공약입니다. 이번엔 당선인이 약속한 다른 공약들과 지역별 기후·에너지 관련 공약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탈탄소_산업구조로의_전환
제품의 생산 원가와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온실가스입니다.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죠. 국내 기업들이 해외 수출시장에서 탄소 배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그 배출량에 대한 대가를 치르거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량 자체를 현저히 줄이거나.

전자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중앙 공약집'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습니다. 이와 더불어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법에 대한 내용도 공약집에 담겼습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탈탄소화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전국 팔도가 '탄소중립·수소 특구'…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당선인이 꼽은 탈탄소화의 중심엔 수소가 있습니다. 지구상에 가장 흔한 물질, 이용하면 그 부산물로 대기오염물질이 아닌 '물'이 나오는 청정 에너지원… 수소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현재 기준, 국내에서 실제 쓰이고 있는 수소의 거의 대부분은 '그레이 수소'입니다.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수소를 얻기 위해 천연가스나 기타 화석연료를 이용하면서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아이러니한 생산 방법입니다. 물론, 수소를 얻기 위해 굳이 안 써도 되는 화석연료를 추가로 더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그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모아 이용하는 것이죠.


이 같은 생산 과정에 '친환경'이라는 라벨을 붙이기 어려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이러한 부산물만으론 수요를 감당하기도 어렵고요. 이 때문에 당선인은 청정수소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등 관련 R&D에적극 나서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절약시설과 같이 기본적인 에너지 이용량 자체를 줄여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를 내는 기후위기 대응 투자에 조세 지원을 늘리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재활용이라는 표현을 넘어 자원순환, 순환경제라는 표현이 쓰일 만큼 자원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다시 잘 활용하는 것을 넘어, 처음 물건을 만들 때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자원을 대하는 차원이 달라진 것이죠. 윤 당선인은 일회용품의 생산과 이용 자체를 줄이고, 제품의 제조 단계부터 단일재질화를 통해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매립 또는 소각 중심의 폐기물 처리를 열분해 중심으로 바꾸겠다고도 공약했습니다. 의미 없이 땅에 묻히거나 태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료로 활용하거나 가열 과정을 통해 이를 다시 자원으로 만든다는 것이죠. 현 정부의 자원순환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입니다.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주춤했던 산림 부문에 대한 공약도 담겼습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림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자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겁니다. 당선인은 탄소 흡수능력이 뛰어난 우수 수종을 도입하는가 하면, 산림 관리를 위한 임도(林道)를 확보하고, 산림자원과 관련한 공간정보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뿐 아니라 다양한 유관 기관들은 이미 산림과 관련한 DB를 상당 부분 구축한 상태입니다. 데이터를 정밀화하고, 데이터의 활용을 다각화하는 지금의 노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림이 잘 관리되고 있는 해외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임도는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4월 뉴스룸)산림이 잘 관리되고 있는 해외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임도는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4월 뉴스룸)
사유림의 관리를 유도해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는 방안 역시 공약집에 담겼습니다. 임업 직불금 제도를 강화하는 등 임업 농가의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임가 가구 수와 인구는 꾸준한 감소세를 겪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 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고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죠. 2019년 기준, 임가인구의 평균연령은 65.8세입니다. 임도라도 잘 갖춰졌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산과 숲을 구석구석 누비며 산림을 가꾸기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인 겁니다. 또한 당선인은 도심의 열섬현상과 고농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에 효과적인 도시 숲을 늘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국의_탄소중립_특구화
지역별 공약집에서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곳곳에서 언급됐습니다. 위도가 높은 지역부터 남쪽으로 살펴보면, 강원도는 탄소중립특구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강원도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기후변화 대응 전반과 함께 농어업 환경 변화를 연구하는 R&D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곳에서의 연구개발 노력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안보 문제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인천 지역의 공약으론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임기 5년 안에 수도권매립지의 종료를 선언하고, 대체 매립지를 찾겠다는 겁니다. 중앙 공약집과 충돌이 일어나는 대목입니다. 매립 중심에서 열분해 중심으로의 전환을 폐기물 정책의 핵심으로 꼽았음에도 수도권매립지 문제에선 정작 열분해 공약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을까요. 역대 정부 모두, 대체 매립지를 찾기 위해 관련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전국 팔도가 '탄소중립·수소 특구'…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경북 지역의 에너지 관련 공약으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경북에 SMR(소형 모듈러 원자로)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원자력 활용 수소생산 및 수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충청지역엔 2차전지 전문 연구소와 탄소중립시범도시가 자리합니다. 당선인은 충남에 국가 탄소중립 클러스터를 둬 CCUS(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R&D 및 실증단지를 조성하고,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내포 신도시를 탄소중립시범도시로 지정해 탄소중립 관련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대구와 울산에 대해선 기존 산업단지의 탈탄소 변신을 공약했습니다. 대구 염색산업단지에서 이용하는 전력을 수소연료전지로 충당함으로써 산단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울산의 이화산단과장현산단에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수소 관련 공약은 전북으로도 이어집니다. 수소 시범도시 완주에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계획입니다.

광주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무공해차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전남엔 재생에너지 전용 산업용지를 공급하는 등 탄소중립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염해농지 430만평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부산을 온실가스 배출 없는 탄소중립 그린환경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CCUS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갖추는 한편, 수소항만을 구축하는 등 해양수소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겁니다. 폐기물의 매립, 소각, 반출 등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의 경우, 2030년 WFI(Waste Free Island, 쓰레기 없는 섬)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초기지에 이어 새로운 자원순환의 전초기지로 거듭나는 셈입니다.

#청사진은_있지만_청구서는_없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공약들의 향연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공약집엔 재원 마련에 대한 혜안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특히, '원전 비중 30~35%'라는 공약은 금전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합의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합니다. 돈과 시간이 모두 엄청나게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그린 2030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의 모습과 그 영향,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전국 팔도가 '탄소중립·수소 특구'…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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