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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 5년내 석탄+LNG 비중 40%대"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입력 2022-03-14 09:00 수정 2022-03-14 10:3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22)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에너지 정책 미리보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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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22)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에너지 정책 미리보기 (상)

오는 5월 10일부터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결정하는 선거가 끝났습니다. 최근 선거 국면을 겪었던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기후위기는 우리나라 대선에서 쟁점이 되지 못했습니다. 환경의 문제를 넘어 외교와 통상, 경제와 산업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각 후보의 의견을 묻고, 발전적인 토론을 갖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토론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방송 토론회에서 여러 주제 가운데 하나로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RE100 논란만 남았을 뿐입니다. 후보 간 서로 다른 감축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은 찾아볼 수 없었죠.

그렇다고 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탄소중립 이행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규제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감축량을 늘리는 데에 혈안입니다. 선거 국면에서 기후위기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피할 수 없는 필수 정책이기도 합니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과의 첫 통화에서 “앞으로 한미 양국이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죠. 길지 않은 통화에서, 그것도 축하와 덕담이 주를 이루는 통화에서도 기후변화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20대 대선 중앙 공약집 (자료: 국민의힘)국민의힘 20대 대선 중앙 공약집 (자료: 국민의힘)
선거운동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제대로 언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탄소중립은 국민의힘 20대 대선 중앙공약집의 '10대 공약' 가운데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주 [박상욱의 기후 1.5]에선 윤 당선인의 공약집 속 기후·에너지 공약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력발전_줄이고_원전_재생에너지_늘리고
선거 기간, '원전 확대'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왔던 윤 당선인이지만 공약집엔 재생에너지의 확대 역시 담겼습니다. 원전을 기저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원전의 '기저발전화'의 첫 단추로 당선인이 꼽은 것은 바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입니다. 이와 함께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선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계획입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되찾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SMR(소형 모듈러 원자로)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원자력 수소를 통해 수소 공급에도 나서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처럼 늘어나는 것이 있는 반면, 줄어드는 것도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석탄뿐 아니라 LNG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 전반의 감축을 공약했습니다. 현재 60%대에 달하는 화력발전 비중을 임기 내 40%대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또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발령시 석탄화력발전소의 상한 제약 정도를 지금의 80%에서 50%로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발전원의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보호 조치도 공약했습니다. IPCC를 비롯해 전 세계 기관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후위기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죠. 기후위기로 폭염이 심화하고, 예기치 못 한 한파가 갑자기 찾아오면 생활 여건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 정도는 천차만별입니다. 집 자체의 열효율에 따라서도, 노동 환경의 외부 노출 정도에서도, 에너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도 똑같은 기상 현상이지만 개인이 받는 영향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선인은 에너지 빈곤층에 연 2500kWh의 전력을 필수전력으로 무상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서울의 가구당 평균 월 전력 사용량은 233kWh입니다. 여기에 비춰보면, 약 10~11개월치 가량을 지원하는 셈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 5년내 석탄+LNG 비중 40%대"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쌓여오다, 이젠 더는 임시로 보관하기도 어려울 지경에 빠진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처리에도 신속히 나서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공약입니다.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을 조속히 확정하고, 꾸준히 이행해나가겠다는 겁니다.


지난 2016년, 미국 프린스턴대 프랭크 본 히펠 교수는 우리나라 고리 3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NRC(원자력규제위원회)가 이용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금처럼 보관하다 화재가 일어나는 상황을 상정했을 때, 예상되는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피난지역의 면적은 평균 9000㎢, 최대 5만 4천㎢에 달했습니다.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는 정도죠. 피난해야 하는 인구만도 평균 500만명, 최대 2400만명에 달합니다. 지금은 그저 원전 부지내 지상 부근에서 보관중입니다만, 본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관리에 있어 기존 원전만큼, 혹은 그보다 더 완벽한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만큼, 이는 매우 시급하고도 각종 난관이 예상되는 일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겨도 안전할 만큼 깊으면서도 지진 등에 대한 우려도 없는 곳을 찾는 것도, 어렵사리 찾은 지역의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는 것도, 이를 안전히 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공사 비용을 책정하는 과정도… 참고할 해외 사례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힘든 일'이자 '가보지 않은 길'이기도 하죠.

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 (자료: 국민의힘)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 (자료: 국민의힘)
이처럼 많은 것들을 새롭게 추진하는 가운데 당선인은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다만 원전 건설,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의 건립,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빈곤층 지원… 모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정책임에도 자금 조달에 대한 설명은 공약집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25년_유로7_적용_2035년_내연차_퇴출
수송 부문에 있어 윤 당선인은 EU와 동일한 수준의 강력한 감축안을 내놨습니다. EU와 마찬가지로 2025년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7을 도입하고, 2035년엔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겁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시점'을 명시하지 못 한 지금보다 진일보한 부분입니다. 또한, 배출가스 등급 4등급 이하의 노후 경유차의 폐차를 지금보다 3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도 공약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전기차 충전요금 5년간 동결' 공약 (자료: 국민의힘)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전기차 충전요금 5년간 동결' 공약 (자료: 국민의힘)
전기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 대통령 임기 5년간 전기차 충전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공약도 내놨습니다. 현행 전기차 충전요금은 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발맞춰 요금 할인폭을 점차 줄여오고 있습니다. 요금의 '인상'이 아닌 '정상화'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 열 공급원의 전기화 등 전력의 수요는 앞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발전 설비에 대한 투자를 적극공약했죠. 모두 전력요금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일반 전기요금과 전기차 충전요금 모두 '동결'이 공약의 골자입니다.


#탄소세는_신중_배출권은_유상할당_확대
제품의 생산 원가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EU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통해 사실상 수입산 제품에 '탄소세'를 매기기로 했죠. 당장 내년부터 이 제도는 시범 도입됩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시범 기간을 거쳐 2026년 본격 시행될 예정이죠. 제20대 대통령의 임기 초, 이에 대한 대응책을 확립하지 못 한다면 우리의 수출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산업 부문에 있어서도 윤 당선인은 공약을 내놨습니다. 우선, 현재 시행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있어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공약입니다. 그 비중을 얼마나 높일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세계 각국이 도입했거나 도입을 논의중인 탄소세의 경우, 신중히 판단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발 빠르게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나라입니다.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는 이제 684곳에 이릅니다. 할당된 양을 넘어서 배출하려면, 배출권 거래 시장을 통해 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하는 제도입니다. 시장의 원리를 이용해 자연스레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죠.

문제는, 배출권의 대다수가 '무상 할당'된다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 11일, '2020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상할당량의 비중은 99.4%에 달했습니다. 유상할당의 비중은 불과 0.6%에 그쳤습니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게임을 하는데 각 유저들에게 게임머니의 대부분을 공짜로 주고, 추후 남거나 부족한 게임머니를 '현금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2020년까지는 배출권 거래제의 '2차 계획기간'으로 제도의 안착에 중점을 둔 시기이긴 합니다. 2021년부터 2025년은 '3차 계획기간'으로, 정부는 유상할당 비중을 더 높일 계획입니다. 무상할당 90%, 유상할당 10%로 말이죠. EU의 CBAM 본격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이처럼 낮은 유상할당 비중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EU는 수출 기업이 만약 자국 내에서 정당한 '탄소 비용'을 지불했을 경우, 이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값'을 내고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탄소국경조정을 이유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개요.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개요.
3차 계획기간, '전량 무상할당'하기로 예정된 업종을 살펴보면 걱정은 더욱 커집니다. 석탄, 석유 정제품, 비료,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 시멘트, 철강,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 모두 포함되어있습니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은 EU가 이미 “가장 먼저 CBAM을 적용할 품목”이라고 공지한 품목입니다. 수출시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선의'에서 이들 품목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전량 무상할당 했지만, 반대로 수출 국가에서 거액의 탄소세를 지불해야 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상할당해 돈을 낸다면, 그 돈은 우리나라를 향할테죠. 기업의 입장에선 배출권을 사는 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지만, 이는 다시 각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R&D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 국가에 내는 탄소세는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이 진정 수출기업을 위한 길일까요.

윤 당선인은 중앙 공약집뿐 아니라 지역 공약집에서도 다양한 기후·에너지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전국 각지에 탄소중립시범도시, 탄소중립특구, 탄소중립 중심도시가 되고, 지역 곳곳에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등이 구축되죠. 당선인이 약속한 다양한 공약들, 그리고 미리 내다본 발전원별 발전비중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에 이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 5년내 석탄+LNG 비중 40%대" 윤석열 당선인의 기후 정책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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