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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예산 5천만원' 까마귀 똥 이벤트…"돈이 그렇게 많나"

입력 2022-02-23 20:46 수정 2022-02-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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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까마귀 배설물을 맞으면, 5만 원 쿠폰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떼까마귀들이 찾아오는 울산에선데요. 지역경제 살리겠다고 내놓은 방법이지만, 현장 반응은 어떤지 직접 보시겠습니다.

배설물을 직접 맞아보고 온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까마귀 배설물을 맞으면 쿠폰을 준다", 다른 지역 시민 4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배설물을 맞으면 5만 원 쿠폰을 주고 울산 식당 23곳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입니다.

울산시가 기획한 건데 사업에 쓴 돈은 5천만 원에 이릅니다.

[울산시청 : 시장님이 아이디어를 내셨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잖아요. 똥을 맞아서 행운이 들어온다는 것. 발상의 전환.]

취재진에게 배설물을 맞는 요령을 알려줍니다.

[울산시청 : 똥을 맞는 요령이 있어요. (요령이요?) 전깃줄에 앉아 있는 까마귀 밑에 앉아 있으면 되고. 똥 맞는 장소죠. (주민들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태화강에 가봤습니다.

우비와 지도를 받았습니다. 지도에 까마귀가 많은 곳이 적혔는데 제가 직접 가서 까마귀 배설물을 맞아보겠습니다.

오후 6시쯤 해가 지자 떼까마귀가 보입니다.

[까마귀 왔다.]

큰 무리를 지어 날더니 기자 몸과 카메라에 배설물이 쏟아집니다.

[(맞았다.) 여기도 맞으셨어요. 두 번 맞으셨다.]

시민들은 달갑지 않습니다.

[이도우/울산 삼호동 : 까마귀 똥 맞는데 얼마 준다고요? (5만원.) 돈이 썩어빠졌어요? 아니, 아이디어가 그렇게 없나. 더 유용하게 쓸 수 없을까 고민 좀 해봅시다.]

[박춘이/울산 삼호동 : 발상이 이상하지 않아요? 까마귀 똥을 맞아야 5만원을 준다는 거예요? 나는 안 해요. 5만원에 환장했나. 왜 하필 그런 이벤트를 한대요. 돈이 그렇게 많나.]

[박대우/울산 삼호동 : 좋은 게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 오면서 병을 가지고 날아온다고. 맞으면 안 돼요. 장사하는 사람들 어려우니까 집마다 상품권을 줘서 쓰도록 하는 게 낫지.]

[추순덕/울산 삼호동 : 객지에 와서 똥 맞는다고 하는 건 나는 욕 나온다. 상권 살리려고 마음먹은 것 생각하면 사는 게 참 어렵다. 슬프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적은 탓에 반기는 상인들도 있지만,

[A식당 : 심리가 그렇잖아요. 이벤트가 없을 때는 '아이고, 똥이네' 하는데 이제 서로 맞으려고 안 하겠어요? 쿠폰을 얻기 위해서.]

도움이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B식당 : 실효성이 없어요. 취지는 그렇게 해줘서 고마운데 실질적으로 가게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도 안 하거든요.]

울산시는 JTBC에 "시민 의견을 잘 정리해서 반영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까마귀 배설물을 맞고 운수 대통하라는 이벤트에 저도 일단 성공은 했습니다.

자연과 함께, 시민을 위해 기획했다고 하지만 그전에 지금의 일상을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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