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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뇌출혈로 사망..."119 신고 애원했는데 들어주지 않아"

입력 2022-02-23 16:04 수정 2022-02-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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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와 쿠팡 과로사 대책위원회 등이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JTBC〉공공운수노조와 쿠팡 과로사 대책위원회 등이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JTBC〉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머리가 아프다고, 119에 전화해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누구도 전화해주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동생이 죽어야 했나요"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었습니다.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노동자 노 모씨는 오전 11시 반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50여 일만인 지난 11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노 씨의 유족과 공공운수노조, 쿠팡 노동자 대책위원회 등은 오늘(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의 진상규명과 쿠팡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사고에 쿠팡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권영국 변호사(쿠팡대책위 대표)는 "본인이 쓰러지면서 직접 119에 신고해달라고 주변에 부탁했지만 20분이 지나서야 신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작업자들이 관리자에게 항의했지만 방치됐고 결국 1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잃게 됐다"며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회견에 참석한 노 씨의 언니는 "동생은 50여 일을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지만, 회사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쓰러졌을 때 바로 119에 신고만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음엔 또 누가 죽어야 하는지, 누가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가슴이 아프다. 쿠팡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더는 사람이 죽지 않도록,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노조 측은 "고인이 원래 맡고 있는 전산 등록 업무 외에 무거운 물건을 분류해 운반하는 일도 해야했다"며 노 씨의 뇌출혈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별근로감독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망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며 "수사당국은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회사가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잇따른 죽음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 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쿠팡 대책위에 따르면 2020년 3월 이후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담당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는 총 10건에 이릅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쿠팡 본사는 "노 씨는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현장 관리자에게 두통을 호소했다. 관리자는 즉시 증상 확인 뒤 119에 신고했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병상이 부족해 병원 이송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노조와 유족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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