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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출국도 어려웠던 혼돈의 베이징 올림픽

입력 2022-02-22 16:58 수정 2022-02-22 17:08

비행기 2시간 거리지만…숙소에서 집까지 24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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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2시간 거리지만…숙소에서 집까지 24시간 걸려

하염없는 기다림하염없는 기다림

다사다난했던 베이징 올림픽, 입국도 힘들었지만 출국은 몇 배는 더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취재진이 타야 하는 비행기는 오후 2:55에 출발할 예정인데, 조직위는 공항에 그 6시간 전인 오전 8:55분엔 도착하라고 강제했습니다. 그러려면 호텔에서 오전 7시 반에는 나가야 하는 상황. 오후에 비행기를 타면서도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취재진은 아침이 되어서야 허탈한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출발 7시간 전, 공항 도착 강제 시간이 4시간 전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준비 완료를 해놓은 취재진은 호텔 로비에서 두 시간을 버틴 뒤 공항으로 출발했는데, 출국 수속은 생각보다 훨씬 빨라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또다시 공항 대기실에서 약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야 비행기에 탈 수 있었는데, 비행기에 타선 출발을 위한 서류 수속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다시 한 시간을 대기한 뒤에야 이륙할 수 있었습니다.

 
출국장에서 늘어선 줄 가운데 끼어있는 선수들출국장에서 늘어선 줄 가운데 끼어있는 선수들


짐도 문제였습니다. 방역을 명목으로 하얀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직접 나른다고 했습니다. '방역을 위해서라면 사람보다 기계로 하는 편이 더 나은 게 아닐까' 싶은 의문도 잠시. 실제 비행기 차창 밖으로는 짐을 나르는 중국 직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전 검사에서 물과 음식을 모두 반납해야 했던 선수단은 기내식이 나오기까지 대략 8시간 정도를 빈속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폐쇄된 베이징 공항에는 물도, 음식도, 문을 연 상점도 없었습니다.

 
입국장에서 격리면제 기다리는 선수들입국장에서 격리면제 기다리는 선수들


“격리면제서와 여권, 코로나 음성 확인서 준비해주세요”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코로나 시대의 온갖 서류는 다 발급해본 것 같습니다. 출국하기 전엔 백신 접종 증명서, 2번의 PCR 검사 결과서.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받는 중국의 'MY2022' 앱에서는 '건강신고 코드'와 '그린헬스 코드'를 입력해 제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여기에 추가됐습니다. 코로나 검사 결과서와 격리면제서를 함께 챙겨야 했습니다. 많아진 서류에 한꺼번에 선수단과 취재진이 몰리면서 입국장은 복잡했습니다.

먼저 귀국한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을 제외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 스피드스케이팅과 컬링의 '팀 킴', 봅슬레이 선수단 등 50여 명은 꼬박 12시간 만인 오후 8시쯤에야 팬들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올림픽 여정도 끝나는 느낌이 들 법도 한데, 코로나 시대엔 아직 하루 동안의 '시설 격리'가 남았습니다.

선수단은 김포에 위치한 한 호텔 격리시설로 보내졌는데, 취재진은 도착할 때까지도 도대체 어떤 격리 시설에 가게 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마치 '복불복 게임'처럼 왼쪽, 오른쪽 가운데 어느 카운터에서 수속하느냐에 따라 호텔이 갈리는 바람에 같은 언론사 취재진도 공항에서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오후 8시 30분쯤 도착한 인천의 한 격리 시설. 전날 베이징에서 검사를 받고 왔지만 한 번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음 날 음성 결과를 받은 뒤, 오전 9시에야 격리 시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했다는 느낌은 이때 들었습니다. 베이징과 서울 간 비행시간은 2시간 남짓이지만 출국부터 입국까지 24시간이 넘게 걸린 하루. 중국은 올림픽 기간 '폐쇄 루프'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자랑했지만, 가장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습니다. 올림픽 개최국을 향한 선수단과 미디어 관계자들의 존중과 신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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