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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K-고딩 좀비로 세계 1등…신기할 따름"

입력 2022-02-07 15:38 수정 2022-02-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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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이재규 감독이 전 세계에 'K-고딩 좀비' 시대를 열었다.

이재규 감독의 신작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는 12부작 시리즈다. 인기리에 연재됐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공개 전 예고편부터 1000만 뷰를 달성하더니, 지난달 28일 공개 후 9일 연속 넷플릭스 TV쇼 글로벌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한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른바 K-고딩 좀비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베토벤 바이러스'·영화 '완벽한 타인'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흥행작을 만들어온 연출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도 다시 한번 저력을 입증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못지 않은 호응을 얻을 것이라 예상했나.
"이렇게 반응이 좋고,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셔서 신기하다. 세계 1등이라는 이야기에 진짜 신기했다. 2년간 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열심히 진심을 가지고 극을 만들고 있어서,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정서를 느껴주실 것이란 기대는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좀비물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짚고 넘어간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를 배경으로 학교 폭력을 가져와 구성했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사회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도 어른성이 존재하고 소년성도 존재하지 않나. 그것들의 대립이 일어날 수 있듯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책임한 사람도 있다. 그런 것들이 모든 집단 모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보며 '아이들이 저렇게 잔인하구나' 하다가도, 보고 나면 '어른들의 사회와 다르지 않구나.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원작과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모습은 같다. 구체적 사건은 원작과 많이 다르다. 또한 바이러스의 기원이 가장 큰 차이다. 보통 좀비물에서는 어디서부터 바이러스가 왔고 어떻게 좀비가 발생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바이러스가 인간으로부터 발현됐고 막는 것도 인간이라고 설정했다.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이현이 연기하는 남라 캐릭터의 설정도 독특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상황을 보면, 10명이 식사를 해도 5명은 감염이 안 되고 2명은 빨리 감염되고, 또 3명은 잠복기를 거쳐서 발명하지 않나. 사람마다 다르다. 좀비 바이러스도 100% 좀비가 되지 않는 돌발 상황이 있지 않겠냔 상상을 했다. 전통적인 기존 좀비물의 관습을 가져가는 존재가 있으면서, 동시에 돌연병이 성향이 있는 좀비도 있 않을까. 그래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의 확장성도 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작엔 없는 설정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면역자라는 집단이 있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좀비가 된 상태가 있다면, 과연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가 재미있었다. 이야기가 확장된다면, 이런 방식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면역자 같은 극소수의 집단이 가진 이해관계가 다를 것이다. 이 이해가 부딪치는 모습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이유미가 연기한 나연에 관한 각색 등 원작보다 수위가 낮다.
"웹툰의 수위가 있고 영상물의 수위가 있다. 영상으로 구현됐을 땐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드라마를 쉽고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순화했다. 나연도귀남도 원작에서는 훨씬 더 폭력적이다. 그것이 원작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영상에서는 고스란히 갖고 오기 어려워서 순화시켜 다듬었다."

-전세계가 열광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좀비물이란 장르를 향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것 같다. 테크니컬 스태프·액션팀·안무가들·좀비를 연기한 배우들 등 스태프들이 구현한 결과물이 예상보다 높거나 기대를 충족한 것 같다. 좀비물은 많은데, 다 성인 대상이다. 청소년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반응하느냐가 조금 더 새롭게 다가선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의 이야기를 절망의 시작인지, 새 희망의 씨앗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는 새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우리가 행하는 폭력을 말하고 싶었고, 그 폭력의 비극성을 느낄 수 있으셨으면 했다. 사회가 나아지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냔 생각을 했다."

-세월호 참사가 연상되는 대목이 있는데.
"세월호도 그렇고 삼풍 붕괴 사건도 그렇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사건 사고가 극에 녹아있다. 특정 사건을 모티프로 해 구성한 것은 아니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고, 왜 일어났는지를 극에 담아보려 했다."

-가족애를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이 아무 곳에도 기댈 수 없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 국가든 누구든 아이들을 구해야 하는데 사회적 시스템이 없다. 아이들을 구하려는 이들은 평범한 소시민 즉 부모다. 이들은 본능적인 책임을 지려고 하는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면 책임이 옅어진다. 국가나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것을 부모가 하게 된다는 대비를 그려보고자 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도서관 장면이 호평받고 있다.
"5일 정도 촬영했다. 심리적으로 어려웠던 때였다. 촬영하며 마라톤처럼 힘든 지점들이 있었는데, 도서관 촬영 당시 힘들고 두려웠다. 5일간 배우들과 촬영하며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 많은 스태프가 한 장면을 위해 애쓰는 모습에 감동했다. 배우들도 헌신적으로 임해줬다. 스태프와 배우의 영향을 받아서 만족스러운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도서관 장면은 현장 편집 기사님을 초대해서, 현장 편집을 하며 촬영했다. 바로바로 판단할 것들이 있어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을 갖고 촬영했다."

-미성년자의 성폭력이나 임신과 출산 등 자극적 장면에 관한 비판도 나온다.
"시청자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건 전혀 아니다. 그 아이에게 행한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시청자가)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기본적 설정값이 있어야 그게 가능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미혼모가 많다. 원치 않은 임신이 많다. 그게 현실이다. 그 아이는 어떤 순간 아이를 버렸는데, 아이를 지키겠다고 달려가는 18살짜리 소녀의 모습이 전체 주제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원치 않게, 과하게 전달돼 불편하신 분들이 있으셨다면 연출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학교가 배경인데, 폭력성이 강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원작은 훨씬 더 강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의 작품을 만들려고 했고, 청소년들의 시청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12부작이 길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야기를 구성하며 가장 적합한 회차로 진행하려고 했다. 12개가 가장 적합할 것 같아, 12회차가 됐다. 일반적 시리즈물에 비해 길다. 그렇지만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회차가 있다. 12개의 이야기를 줄이면 말하고자 하는 바들이 갈려 나갈 것 같았다. 12개의 이야기이어야 온전할 것 같았다. 회차가 지날수록 조금 더 빠져들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2개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카메라 워킹과 편집이 인상적이다.
"좀비가 나타나는 상황을 실제로 겪을 수는 없지 않나. 다른 사건들이야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좀비는 극에서밖에 볼 수 없다. 현장감을 더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근접한 접사와 와이드 샷을 넘나들었고, 롱테이크와 원테이크 샷이라면시청자분들도 현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러브라인이 호평받고 있는데, 제작 당시에는 혹여 장르물의 분위기에 독이 될까 우려되기도 했을 것 같다.
"사랑과 우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과 우정은 10대들에게 중요한 것 같다. 좀비물이라고 해서 쫓고 쫓기는 문제만 나온다면 시청자가 지칠 것 같았다. 10대가 주인공이니 사랑과 우정이 중요한 소재가 될 것 같았다. 좀비 마니아만 볼 수 있는 좀비물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좀비물을 만들고 싶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생소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실제 청산 캐릭터와 가까운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빠르다.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청산이나 윤찬영이란 배우는 그렇지 않다. 아주 신중하다. 그래서 윤찬영이 청산에 근접했다. 청산 외에도 캐릭터와 근접한 배우들을 찾으려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건 앙상블이다. 이들이 어떻게 앙상블을 이룰 수 있을지 고려했다. 다들 캐릭터와 비슷한 배우들이 모여서, 배우들도 초반에는 놀라더라. '어디서 이런 배우들을 구했냐'며 신기해하더라."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사람을 못 믿을 것 같은데, 사람을 믿나.
"나는 사람을 믿고 싶다. 그래도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쪽이다. 희망도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좀비보다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이기고 헤쳐나갈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국 장르물의 장점은 무엇일까.
"한국인들이 흥도 있고 감정적으로도 깊은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깊은 공감을 한다. 시청자도 그렇고,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다. 덕분에 한국 장르물 혹은 한국 콘텐트의 파급력이 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조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들,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깊게 들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한국 콘텐트도 변할 것이다."

-'오징어 게임'과의 비교가 부담스럽기도 할 텐데.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 신기하고 기뻤다.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과 친한 친구다. 전화를 걸어 솔직하게 '내년에 우리 드라마도 나오는데, '오징어 게임' 때문에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황동혁 감독이 '무슨 부담이냐. 내가 문을 열어준 건데 부담가지지 마라. 나한테 고마워해라'고 하더라.(웃음) 지금 비교가 되는 것도 부담이 된다.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전 세계 시청자가 한국 콘텐트에 확실히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좋은 한국 콘텐트가 열린 문으로 배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시즌 2를 볼 수 있을까.
"시즌 2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여러 상황이 있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많은 분이 시즌 1을 사랑해주시면 시즌 2가 가능하지 않겠냔 희망이 있다.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설정들이 있어서, 조금 더 재미있고 확장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시즌 1이 인간들의 생존기라면, 시즌 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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