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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저 그냥 죽어도 괜찮잖아요" 정서학대에 멍든 동심

입력 2022-01-28 20:20 수정 2022-01-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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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겨울에도 찬물로 몸을 씻고, 냉방에서 살아가며 학대를 당해온 A군. 결국 부모를 신고하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어제(27일) 저희가 전해드린 그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저희가 A군의 상황을 조금 더 취재했습니다. 오랜 학대로 이상 행동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엄마가 2시 50분쯤 와 가지고 월요일부터 나가서 뒈지라고 다음부터는 보지 말자면서…(왜?) 모르겠어요. (왜 토요일 날 오셔서 갑자기 그런 말을 했을까? 엄마가?) 매일매일 하는 말이에요. 일요일에도 이야기했는데…]

매일 반복되는 엄마의 폭언에 A군은 힘들고 우울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싫은 표정조차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불만이 많네. 불만이 많으면 나가서 뒈져라라고 했거든요.]

아빠의 사랑도 받지 못했습니다.

상담사는 한겨울 영하 날씨에 찬물로 목욕시키는 아빠에게,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찬물로 계속 씻어서 추워서 감기 걸리는 것 같은데 따뜻한 물 틀어주세요 해.) 엄마가 다 허락해야지만 돼요.]

그럼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자,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엄마한테 그 이야기하는 순간 저 정말 인생 끝이에요.]

엄마가 매일 '죽어라'고 했던 말은 삶의 의욕조차 사라지게 했습니다.

[OO지역아동센터 관계자 : 얼어 죽으나 어떻게 죽으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냥 찬물로 씻죠. 저 그냥 죽어도 괜찮잖아요.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정서적 학대가 반복될수록 이상 행동도 보였습니다.

아이 입에서 나오기 힘든 욕설을 하고 이유 없이 화를 내자, 친구들도 A군을 피했습니다.

[정현정/사회복지상담과 교수 : 자기가 배운 대로 타인에게 하잖아요. 공격적인 거죠.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은 쟤 되게 공격성이 있는 아이야. 이렇게 받아들이는 거죠.]

교실을 뛰쳐나가거나 소리를 질러 수업 중인 교사가 진정시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OO초등학교 교장 : 수업시간에 좀 통제가 힘이 들거나 하면 상담선생님한테도 가 있고…]

전문가들은 아이의 예측할 수 없는 돌출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OO지역아동센터 관계자 : 너무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지도 벗었고 그랬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냥 아이가 이해가 됐어요. 아이가 정말 죽을 것 같았구나.]

국내와 달리 미국과 영국 등에선 정서적 학대도 신체적 학대 못지않게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이의 인격이 말살되고 정말 정신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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