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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모 폭언 들으며 냉골 생활…혼자 경찰 찾아간 '멍든' 아이

입력 2022-01-27 20:12 수정 2022-01-27 23:00

홈 카메라 달아 감시…"그 앞에 서서 밥 먹고 수돗물 마셔"
"얼어 죽을 것 같아요" 2020년 12월 스스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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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카메라 달아 감시…"그 앞에 서서 밥 먹고 수돗물 마셔"
"얼어 죽을 것 같아요" 2020년 12월 스스로 신고

[앵커]

오늘(27일) 추적보도 훅은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온 한 입양아가 스스로 경찰에 찾아간 사연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매일 입에 담지 못할 폭언에 시달리고, 보일러도 틀지 않은 추운 방에서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던 아이입니다. 부모를 신고하며 '얼어 죽기 싫다',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오늘 아침에도 나가서 꼭 뒈지라고 했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싶은데 계속 기억만 남아요.]

부모 학대를 담담히 털어놓는 A군은 엄마의 폭언을 가장 힘들어했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야 X잡 쓰레기야, 더 이상은 (집에) 들어오지 마라. 아무도 너 같은 XX랑은 살 필요가 없다면서…]

담벼락에 머리를 찧으라, 산에 올라가 절벽에서 뛰어내려라, 방법도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정현정/OO대 사회복지상담과 교수 : '선생님, 그러면 진짜 머리가 아프지 않아요? 피 나지 않나요?' 이런 말도 했었어요.]

A군은 태어나자마자 경남 한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2020년부터는 원룸에서 혼자 생활했습니다.

엄마는 5분 거리에 있는 집에서 원룸에 설치한 양방향 카메라로 아이를 감시했습니다.

방에는 TV나 장난감은 물론 책상이나 밥상도 없었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먹을 때 제가 계속 흘리니까 어쩔 수 없이 엄마, 아빠가 서서 먹으라고…]

A군은 카메라 앞에 서서 반찬도 없이 매일 오리 볶음밥만 먹었습니다.

A군은 이를 '개밥'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부엌문을 잠가놔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마셨고, 한겨울에도 난방을 안 해줬습니다.

보일러를 켠 건 그나마 빨래를 마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엄마가 일요일에 점심 때 와서 빨래가 물이 계속 흐른다고 빨래를 펴서 바닥에 깔아놓으셨어요. 그다음에 보일러를 트신 거예요. (빨래 때문에 OO가 따뜻했네?) 보일러가 15~18까지 갔거든요.]

이불은 단 한 장만 있어 절반은 덮고 절반은 깔았습니다.

[정현정/OO대 사회복지상담과 교수 : 굉장히 추웠던 날이었거든요. 그때 보일러를 틀어주지 않아서 다섯 겹의 옷을 입고 잤다고 했어요.]

아빠는 영하 날씨에 A군을 찬물로 목욕시켰고 엄마는 이 모습을 원룸 카메라로 지켜봤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아빠가 씻는 것까지 보고 가요. CCTV로도 화장실 다 보이거든요.]

[OO지역아동센터 관계자 : 아버지께서 대한민국 남자는 군에 가서 찬물로 목욕을 한다고…]

학대는 폭언이나 지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엄마 입이 굳으면 좋겠다…엄마가 손 가지고 때리니까 손도 굳게 만들면 되겠지.]

결국 A군은 2020년 12월 스스로 지구대를 찾아가 양부모를 신고했습니다.

오늘같이 추운 날 찬물에 목욕하고 냉방에서 자면 얼어 죽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군 (2020년 상담 녹취록) : 바닥도 춥고 공기도 춥고 물건도 춥고 손도 춥고 보일러도 차고…]

A군과 분리조치 된 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A군 엄마는 수사 기관에 아이가 죽으라고 한 말은 잘되라고 했던 말이고,

[A군 엄마 : 아이가 거짓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일 없어요.]

홈 카메라를 설치한 건 남편과 이혼 절차 밟으며 원룸에 혼자 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현정/OO대 사회복지상담과 교수 : '저의 소원은 따뜻한 세상이 되는 거예요'라고 이렇게 (수첩에) 적었어요. 아이가 지어낸 말이라면 일관성 있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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