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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무원·1인 업자·도매상…죽음 부른 '흥신소 커넥션'

입력 2022-01-26 20:04 수정 2022-01-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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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나쁜 짓 하려고 내 개인정보를 뒤에서 거래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합니다. 이석준 사건도 이렇게 집 주소가 유출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불법이 판치는 '흥신소 업계'를 추적해봤습니다. 공무원, 1인 업자, 도매상까지 공생하고 있었습니다.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10일, 살인범 이석준이 거리를 걸어갑니다.

가방에는 흉기와 전기충격기, 밧줄과 같은 범행 도구가 담겨 있었습니다.

향한 곳은 신변 보호 여성이 살던 집, 이석준은 이 집의 주소를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간 이 씨는 안에 있던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겐 부상을 입혔습니다.

피해 여성은 이석준에게 집을 알려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씨는 이틀 전 포털사이트에서 '24시 흥신소'를 검색해 흥신소 업자 윤모 씨에게 연락했습니다.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봐 주는 대가로 선입금 25만 원과 잔금 25만 원이 건네졌습니다.

[A씨/흥신소 업계 관계자 : 같은 업계 일했고. 그분(윤씨)이 제일 먼저 입건이 돼서 구속된 걸로 알고 있는데 괜히 알려줘가지고 살인 사건이 난 거 아닙니까.]

윤 씨는 별다른 사무실이 없이 집에서 혼자 일해왔습니다.

불법으로 위치추적기까지 써 왔지만, 개인정보는 혼자 빼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B씨/흥신소 업계 관계자 : 업자를 몇 명 만드는 거야 조회업자를. 여럿 이렇게 알아서 한 명씩 한 명씩 해가지고 영업해라 해서.]

위에는 도매상 격인 흥신소들이 있었습니다.

윤 씨에게 13만 원을 받은 또 다른 흥신소, 이 흥신소로부터 다시 10만 원을 받아 정보를 캐 준 더 큰 흥신소가 있었던 겁니다.

가장 상위에 있던 흥신소는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 번호까지 버젓이 공개했습니다.

'대형민간조사원사무소'라며 "정직을 원칙으로 한다"거나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했다고도 돼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건물 입주자 : (주소가 이 건물이라고 돼 있거든요. 8층이라고.) 네, 그러네요 8층. 이 회사는 저희도 없고 저 옆에도 없고. 전혀 관련 없는 곳이에요.]

실제 활동은 텔레그램을 통해 은밀히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흥신소 업계 관계자 : 텔레그램 아이디가 있으면 그걸 주고받고 하는 건데 벌써 사이트 다 내렸잖아요. IP 추적을 해가지고 검찰에서 잡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개인정보를 빼내는 건 흥신소 일 중에서도 어려운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C씨/흥신소 업계 관계자 : 주소지 같은 경우는 저희가 쉽지는 않죠. 주로 불륜이나 못 받은 돈. (주소는) 옛날에는 지인 통해서나 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런 게 너무 강화돼서 쉽진 않죠.]

이 흥신소에겐 숨겨진 정보 제공자가 있었습니다.

수원시 권선구청 공무원 박모 씨였습니다.

차적조회를 통해 알아낸 정보를 넘기고 한 달에 200~300만 원씩, 지금까지 4천만 원 가까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실상 부업이었습니다.

이석준이 살해한 피해자의 집 주소를 넘겨준 뒤 받은 돈은 겨우 2만 원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석준이 의뢰하고, 흥신소 3곳과 구청 공무원을 거쳐 피해자 주소가 이석준 휴대전화에 전송될 때까진 40분이 걸렸습니다.

흥신소 업자들과 공무원의 촘촘한 공생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으로 이어진 겁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10개 안팎의 또 다른 흥신소들을 쫓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환 / 영상디자인 : 김윤나·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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