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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입력 2022-01-25 15:52 수정 2022-01-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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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 연극계 출신 이훈국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효자' 리뷰
| 본 적 없는 장르, 동방예의좀비극 "죽은 엄마가 좀비 돼 돌아온다"
| 잔뼈 굵은 배우들의 최정점 연기…'버거형' 박효준의 재발견

출연: 김뢰하, 연운경, 이철민, 정경호, 박효준, 전운종
감독: 이훈국
장르: 코미디
등급: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한줄평: 가볍게 웃으러 갔다가 눈물 콧물 다 빼고 나오는 영화
팝콘지수: ●●●●○
개봉: 1월 27일

줄거리: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로 돌아온 어머니에게 다섯 형제가 생전에 하지 못한 효도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 이야기
 
[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죽은 엄마가 좀비가 돼 돌아온다'는 희한한 상상력에 B급 코미디 감성까지 얹었다는 '효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의 모습은 선입관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 방 먹이듯 기대 이상의 작품성을 보여준다. 시사회 현장은 거짓말처럼 울음바다가 됐고, 대성통곡하는 사람도 적잖게 보였다.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배우 이철민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감독과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 그리고 우리가 부모에게 저질러온 불효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레지던트 이블' 같은 좀비 호러도, '좀비랜드' 같은 좀비 코미디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디쯤인가 애매하게 있으면서 '효자'는 자신만의 장르를 탄생시켰다.

 
[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벅찬 설정을 전달하기에 영화 초반부 짜임새가 다소 엉성한 것도 사실. 그러나 '효자'는 다 계획이 있었다. 효(孝)라는 동양의 정서를 서양의 아이디어인 좀비와 절묘하게 섞어 감동으로 승화시켰다. 물과 기름만큼이나 이질적인 두 요소가 결합하는 순간, 모든 걱정은 기우가 되고 영화라는 매체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대치로 감정을 끌어올린다.

연극 감독 출신인 이훈국 감독의 첫 영화인 '효자'는 연출력이 탁월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파적 요소로 분류되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좀비라는 요소와 신선하게 결합시켜 전에 없는 독특한 정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품성이 높다. 모성애 그리고 부모에 대한 사랑은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합 속에서 극대화되고,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곳곳에 숨겨진 눈물 포인트

 
[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효자'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엄마는 죽고 다섯 형제가 남는다. 형제들은 유산 때문에 갈등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애가 두텁다. 이중 박효준이 맡은 춘복은 배다른 자식이다. 나머지 네 형제는 박효준을 진짜 형제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 묻었던 엄마가 좀비가 돼서 찾아온다. 자식들은 기절초풍하지만, 동시에 기뻐하며 엄마를 반긴다. 살아생전 효도 한번 제대로 못 해드렸다며 다시 찾아온 엄마에게 지극정성 다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좀비 엄마는 예측 불가한 행동으로 수시로 말썽을 일으키고, 끝내 장남(김뢰하) 딸의 목까지 조른다. 자식들은 힘에 부치고, 결국 엄마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효자'는 곳곳에 감동 포인트가 숨어있다. 바보로 등장하는 춘복(박효준)은 영화의 중심에 있다. 춘복은 배다른 자식이지만 가장 엄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다. 다른 자식들은 좀비가 된 엄마를 창피해해도 춘복은 혼자서라도 엄마를 봉양하려고 한다. 춘복이란 이름은 "봄에 들어온 복"이란 뜻, 남의 자식임에도 아낌없이 사랑을 줬던 좀비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가족들 사이에서 오해가 불러일으킨 갈등은 이야기를 후반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요소다. 셋째(정경호)는 둘째(이철민)가 엄마의 유산인 선산을 팔아넘겨 한몫 챙겼다며 내내 화를 낸다. 둘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지만, 알고 보니 그 돈은 첫째 형의 아픈 딸 병원비를 위해 쓰였다. 또 좀비 엄마는 손녀딸을 죽이려고 목을 조른 것이 아니었다. 병을 앓고 있는 손녀가 쓰러지자 아이를 구하기 위해 놀란 마음으로 달려간 것. 이러한 오해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가족들 간에 불화가 심화된다.

무엇보다 좀비 엄마의 끔찍한 모성애가 '효자'의 가장 큰 힘이다. 영화 마지막, 엄마는 자식들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죽을 끓이기 위해 부뚜막에 들어간다. 평생 자식만을 위해 살았던 엄마는 찰나의 순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끔찍한 좀비로 변해 자식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엄마는 망설임 없이 불이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이 장면은 '효자'에서 가장 강렬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땔감으로나마 자식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 풀샷으로 짤막하게 보여준다. 엄마의 소름 끼치는 행동을 CCTV로 바라본 다섯 아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오열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게 만든다.

 
[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효자'는 다른 영화와 달리 후반부로 다다를수록 기대감이 커지는 영화다. 보통의 영화는 초반에 흥미를 높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아쉬움을 더하지만, '효자'는 그 반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으로 하여금 '좀비'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꾸만 상상하게 만든다. 치매에 걸렸거나, 병에 걸렸거나,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져 가는 부모를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식들이 좀비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유튜브 '버거형'으로 유명한 배우 박효준의 재발견도 눈길을 끈다. 뭐라 해도 '효자'의 최대 무기는 김뢰하를 비롯해 연극 무대에서 수십년 간 연기력을 갈고닦아 온 베테랑 배우들의 명연기다. 아쉬움을 많이 보인 촬영과 조명 속에서도 이들의 생생한 연기는 영화의 힘을 잃지 않게 한다. 특히, 박효준의 연기는 그의 재능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리뷰] "죽은 엄마가 좀비로"..'효자' 거짓말 같은 울음바다
박상우 기자 park.sangwoo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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