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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12만원 구찌 가방' 들고 명품 수선집 가보니

입력 2022-01-25 09:00 수정 2022-01-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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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팀은 지난주 서울의 이른바 '짝퉁거리'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각종 명품 브랜드 제품과 흡사하게 만든 가품을 종류별로 파는 곳입니다.
 
'짝퉁시장'에서 판매되는 각종 가품'짝퉁시장'에서 판매되는 각종 가품



■ "수선 의뢰 100개 중 10개는 가품"

이런 가품을 자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40년 넘은 명품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경한 대표입니다. 이 대표의 수선집엔 각종 명품 가방이 빼곡하게 진열돼있습니다. 모두 손님들이 맡기고 간 가방입니다.
 
명품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경한 대표명품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경한 대표

그런데 수선 의뢰가 들어오면 100개 중 10개는 가품이라고 합니다. 이 대표는 "가품을 들고 온 손님 대부분 모르고 계신다"며 "선물 받았거나, 누가 줬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가품을 워낙 많이 본다며, 이 대표는 한 눈에 가품을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취재진이 가방 하나를 건넸습니다. 밀착카메라팀이 지난주 취재한 서울의 '짝퉁거리'에서 실제 판매되는 가방입니다.
 
취재진이 구한 가품을 자세히 보는 이경한 대표취재진이 구한 가품을 자세히 보는 이경한 대표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땐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구찌 매장에서 정품을 샀다면 315만원이지만, 가품 시장에선 12~13만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 눈으로 구별 어려운 '가짜' 샤넬

가방을 보자마자 이 대표는 "퀄리티가 낮다"고 했습니다. 봉제선, 가죽, 장식, 안감 소재 모두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겁니다. 가품의 경우 생산 단가를 많이 낮춰야 해 당연히 질이 떨어지는데, 이 제품은 그중에서도 특히 많이 티가 난다는 겁니다.

루이비통의 가품 카드지갑도 건네봤는데, 이 대표는 만져보기도 전에 진품과 다른 점을 설명했습니다. 로고의 위치가 달랐던 겁니다.
 
실제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품 루이비통 카드지갑실제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품 루이비통 카드지갑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가방 두 개를 꺼내 보였습니다. 샤넬의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가방이었습니다. 만져도 보고, 열어도 보고, 들어도 봤지만, 여느 샤넬 가방과 차이를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품이었습니다.

 
가품 샤넬 가방 체인에 자석을 갖다 대자 붙는 모습가품 샤넬 가방 체인에 자석을 갖다 대자 붙는 모습
진품 샤넬 가방은 체인에 자석이 붙지 않는다진품 샤넬 가방은 체인에 자석이 붙지 않는다
이 대표가 자석을 건네 체인에 갖다 대보니, 가품과 진품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가품 제품은 체인이 자석에 딸려 붙는데, 진품은 붙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진품은 비싼 알루미늄, 니켈 합금을 쓰는데 가품은 값싼 철을 쓰는 차이"라고 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사 모양도 달랐고, 안감의 재질도 달랐습니다. 이 샤넬 가품 가방들은 주인이 없는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수선을 맡기러 온 손님들이 가품인걸 알게 되자 "그냥 버려주세요" 했다는군요.

■ 명품값 고공행진에 '리폼' 요청 많아져

이 대표는 원칙적으로 가품은 수선 의뢰를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가방"이라고 꼭 해달라고 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수선 요청이 들어온 가방들이 진열돼있다.수선 요청이 들어온 가방들이 진열돼있다.

"남편의 첫 선물이라든가, 선물해 준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든가 다양한 사연이 있어요. 들고 다니진 않더라도 유품이라 보관만 하기 위해 수선이라도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가품 시장도 점점 발전하고, 그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온라인 사이트,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제품과 똑같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가품을 팔고 있지요.

동시에 명품은 그 몸값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지난주 대표 제품인 레이디백, 북토트 등의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습니다. 레이디 디올 미디엄 백은 하루아침에 650만원에서 760만원이 됐습니다. 지난해 4차례나 제품 가격을 올린 샤넬은 이번 달에 또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이 대표는 명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리폼 수요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돈 주고 새 가방을 사기엔 부담스러우니, 내가 가진 가방을 다른 디자인으로 바꿔 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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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명품의 가치는 인정한다면서도 "이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비싼 경우도 있다"며 "브랜드가 과하게 부풀려졌단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 "이게 제일 똑같다"며 사고 팔리는 가품

취재진이 사흘간 동대문 가품시장을 찾았을 때, 밤늦게까지 많은 손님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서울 동대문의 '짝퉁거리'. 노란 천막이 일렬로 펼쳐져 있다.서울 동대문의 '짝퉁거리'. 노란 천막이 일렬로 펼쳐져 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젊은 손님들은 "이건 너무 티 난다", "이 프라다가 예쁘다"며 신중하게 지갑을 골랐고,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진짜 루이비통이라고 생각하고 입을게"라며 서로 옷을 골라줬습니다.

상인들은 얼마나 진품과 똑같은지 정품의 사진을 보여주며 홍보했고, "여기밖에 없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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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관리하는 서울 중구청은 매주 1회 이상 단속에 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판매자를 적발하고, 가품은 압수한다는 겁니다. 단속 실적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몇 년째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단속하더라도 뭔가 이익이 있거나 그렇기 때문에 계속 영업을 하겠죠. 우리가 365일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인원 세 명으로."

■ 보도 이후 한 상인이 보내온 메일

지난주 밀착카메라 보도가 나간 뒤, 기자에게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지방의 한 시장에서 옷을 파는 상인인데, 옆 가게에서 명품 가품을 대놓고 팔아 속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거리낌 없는 모습에 제보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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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원은 상표권 침해 범행은 상표권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한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표법 위반 행위는 징역 7년 이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구경거리일 수 있지만, 엄연히 불법의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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