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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베이징올림픽 코앞인데…'심판의 날, 하늘의 지휘소' 떴다

입력 2022-01-22 07:02 수정 2022-01-22 09:57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核潛) 괌기지 기항
미 해군, 극비 사항 불구 이례적 공개

美지휘통제기 'E-6B 머큐리'도 본토서 전개
'단순 위협용 무력시위' 이상의 메시지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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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탑재 핵잠(核潛) 괌기지 기항
미 해군, 극비 사항 불구 이례적 공개

美지휘통제기 'E-6B 머큐리'도 본토서 전개
'단순 위협용 무력시위' 이상의 메시지 포석

E6-B 핵명령 통제기. 〈사진=유튜브 심플플라잉 영상 캡처〉E6-B 핵명령 통제기. 〈사진=유튜브 심플플라잉 영상 캡처〉
새해 벽두부터 서태평양 바다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바다가 뜨거워진다” 는 이런 수사가 넘실넘실 댑니다. 일단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항행 신경전 못지 않게 대만해협의 긴장도 아슬아슬한 지경입니다. 여기에 북한까지 위험수위를 들락날락 하고 있어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최근 미 해군이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현지시간 15일 오하이오급(수중배수량 1만8000t급) 잠수함 USS네바다(SSBN-733)가 서태평양 괌 기지의 아르파항에 정박했다고 사진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괌에 정박한 미국 전략핵잠수함 'USS 네바다' 〈사진=미 해군〉괌에 정박한 미국 전략핵잠수함 'USS 네바다' 〈사진=미 해군〉
오하이오급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이죠. 전략핵잠수함이 위치를 공개한 것은 정말 거의 없는 일입니다. 이런 무기체계는 정치적 목적이 있을 때 쓰는 전략적 수단입니다. 레버리지인거죠. CNN의 해설인데요. 오하이오급의 괌 기항은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며 기항 사실이 공개된 것은 1980년대 이래 두 번째라고 합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데, 이번 사안이 비상하게 보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핵 명령 관련 공중지휘통제기 〈사진=키에어로 캡처〉핵 명령 관련 공중지휘통제기 〈사진=키에어로 캡처〉
핵발사통제기 E6-B 머큐리. 〈사진=밀리터리닷컴 캡처〉핵발사통제기 E6-B 머큐리. 〈사진=밀리터리닷컴 캡처〉

항공기위치탐지 시스템 ADS-B이 포착한 한 항공기의 항적입니다.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인데요. 핵미사일 운용을 위해 공중지휘기 역할을 하는 'E-6B 머큐리' 입니다.

 
최근 'E-6B 머큐리'의 항적. 미 본토에서 이동해 하와이를 거쳐 괌으로 전개됐다. 〈사진=독자제공〉최근 'E-6B 머큐리'의 항적. 미 본토에서 이동해 하와이를 거쳐 괌으로 전개됐다. 〈사진=독자제공〉
머큐리의 임무 관련, KODEF 군용기 연감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지상이나 공중에 있는 지휘본부에서 하달하는 국가 최고지휘권자(NCA)의 명령을 접수해 대양의 탄도미사일 잠수함에 VLF(초장파)로 송신하는 것을 주임무로 한다.”

핵미사일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 이를 받아서 전략핵잠수함에 토스해주는, 배구로 치자면 세터역할 입니다. 발사통제센터와 원격 미사일 발사시설 사이에 지휘력이 무력화됐을 때 E-6B 머큐리에서 즉각 지휘ㆍ통제를 합니다. 그래서 '심판의 날, 하늘의 통제기'란 별칭이 있습니다.

머큐리까지 함께 전개했다는 것은 오하이오급 전개가 단순한 위력과시용에 지나지 않고 실전에 준하게 봐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엊그제엔 미국의 권위 있는 해군 연구기관인 미해군연구소(USNI)가 동중국해ㆍ남중국해 등 서태평양ㆍ동아시아 바다에서 핵추진 항공모함(핵항모) 3척과 강습상륙함 2척이 작전 항해 중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한반도와 일본, 대만 주변 해역에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동아시아 바다에 전개된 미 항모전단. 〈사진=USNI〉동아시아 바다에 전개된 미 항모전단. 〈사진=USNI〉

핵항모는 미 7함대 소속 로널드 레이건호, 3함대 소속 칼 빈슨호, 에이브러햄 링컨호 3척입니다. 강습상륙함은 아메리카호와 에식스호 2척입니다. 강습상륙함은 미국이니까 이렇게 분류하지 사실상 경항모급으로 보시면 됩니다.

3척이 이 바다에 떴던 사례는 있습니다. 2017년 11월~2018년 1월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극에 달했을 때였죠. 하지만 이번 규모는 역대급입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전력을 풀어놓은 이유는 뭘까요. 표면상 중국ㆍ북한 복합용으로 읽힙니다.

대만해협에 힘의 균형을 지원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 핵실험 등을 압박하기 위해 참수작전이 언제든 가능한 전력을 전개하고 순차적으로 훈련 디테일을 공개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월 14일 대만 해군을 방문해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월 14일 대만 해군을 방문해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게다가 탄두만 100개가 넘는다는 오하이오급을 서태평양으로 전개시켰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공개했다는 것은 급변사태 발생시 만주에 전개된 인민해방군의 행동을 제약하겠다는 메시지도 던진다는 풀이도 있습니다. 임박한 동계 베이징올림픽의 분위기가 찬물을 맞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겁니다.

 
2월 4일 개막하는 동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빙상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2월 4일 개막하는 동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빙상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이와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러시아의 전력 배치에 대한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동의 정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흑해 쪽으로 뺀 전력 또는 앞으로 이동시킬 전력의 발목을 잡아놓으면 러시아 수뇌부의 개전 결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주변에서 이렇게 극강의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6주 앞으로 다가온 2022대선. 이번 대선은 지난 30년의 대선과 결이 다릅니다. 코로나 극복 과제와 함께 4차산업혁명시대을 관통하는 기술패권을 둘러싸고 미ㆍ중이 신냉전을 벌이는 국제질서와 안보지형의 격변기 속에서 치러집니다. 국가의 새 리더는 이런 국내외 도전을 헤쳐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져야 합니다.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족=오하이오급 같은 전략핵잠수함은 상호확증파괴를 보장하는 전략 임무를 수행합니다. 핵으로 선제 공격하는 적의 입장에선 이 잠수함을 제압하지 않고는 선제 공격이 불가능합니다. 전략핵잠수함을 사냥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이 '헌터킬러'입니다. USS햄프턴함(SSN-767)은 수중에서 은밀하게, 날렵하게 기동하도록 건조된 헌터킬러 잠수함입니다.

2011년 봄 홍콩 근무시절 USS햄프턴함에 승선했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홍콩을 대표하는 언론사 2개사만 초빙됐던 잠수함 내부 공개 행사였습니다. 당시 홍콩에 주재하던 일본이나 호주, 대만, 또는 인도, 싱가포르 특파원들은 초대받지 않았습니다. 안내해주던 장교가 슬쩍 토마호크 미사일창을 보여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11년 5월 18일 홍콩에 정박한 USS햄프턴함. 〈사진=중앙일보〉  2011년 5월 18일 홍콩에 정박한 USS햄프턴함. 〈사진=중앙일보〉

당시 중앙일보는 2개면을 털어서 시원하게 사진 기사로 처리했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불안정했던 한반도 주변 정정 속에서 해외에서 열린 헌터킬러 공개 행사에 한국 특파원이 참가한다는 것은 분명한 대북메시지가 있습니다.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위상과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공인해주는 효과 때문입니다.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동맹을 다지면서 대중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 표의 책임이 매우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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